- 【후편~신지장(神之章)~】13 : 치사해2021년 12월 28일 19시 40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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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는 끝난 모양이다.
그 파란의 개막은 던전 안에 침입해 온 6인 파티가 열었다. 인원 수만 보면 조금 많지만, 여태까지도 이런 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는 인간족이 3명이고 마족이 3명, 마족 측은 전부 남자지만 인간족에는 여자가 1명 있다.
인간족 중의 1명은 이미 두 번이나 보았던 성검의 용사 아크였기 때문에, 파티 멤버가 바뀐 일에 의아해하여 모두의 스테이터스를 보니, 경악할 만한 이름이 있었다.
성창의 용사 라이오넬, 그리고 성궁의 용사 오레인.
.......설마하던 전원 용사인 파티였다.
참고로 라이오넬은 훤칠한 키에 왼쪽 푸른 머리만 묶은 경박해 보이는 청년이고, 오레인은 연보라색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기른 소녀다.
싸한 예감이 들어 마족들도 확인해보니, 생각대로 이쪽도 쟁쟁한 자들이었다.
사천왕의 하나인 '바람'의 열풍기 레나르베와, 마찬가지로 사천왕인 '물'의 혈빙장 빅트, 그리고 마왕 에리고르=로마리엘.
레나르베는 기사의 이름에 어울리게도 침착한 모습의 짧은 은발 청년이고, 빅트는 외눈안경을 쓴 인텔리풍 외모이며 약간 음험해 보이는 장발 남성이다.
그리고, 칭호를 보면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남성......레오노라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 마왕 폐하는 차분한 아저씨였다. 짧은 머리카락과 좋은 체격의 장년의 남자였는데, 전날의 사천왕 이지드와 비슷한 이미지이긴 해도 관록이 명백하게 달랐다.
용사 3명에다 마왕과 측근 2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조합의 파티에, 한마디만 말해주고 싶다.
"치사해."
"규칙은 위반하지 않았다고."
"계시로 사람을 모았을 뿐이니까요."
그래서 '치사해'라고 말한 거야.
"금지는 아니지만, 공략이라고 인정되는 자는 가장 먼저 [공략의 증표]를 손에 넣은 자뿐. 혼성 파티라 해도, 승리를 손에 넣는 건 어느 한쪽이야."
"그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먼저 던전을 공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30 계층까지 공략하면 그때 서로 승부를 내면 돼."
"하지만, 왠지 험악한 분위기 같던데."
6인 파티라고는 했지만, 그들은 용자 측과 마왕 측으로 나뉘어서 서로 노려보고 있다.
"아......뭐, 그야 용사와 마왕이니까. 그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일단, 던전을 공략할 때까지는 싸우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불구지천의 적들이니, 바로 사이가 좋아지는 일은 기대할 수 없지요."
나는 소피아와 안바르와의 대화를 끝내고, 이 자리에 있는 또 한 명의 인물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네 아버지?"
"그래, 맞다.
아바마마이시며 마왕 폐하이기도 하지.
후속부대로 던전을 공략한다고는 들었지만, 설마 아바마마 스스로 오실 줄은......"
레오노라도 마왕의 등장은 듣지 못한 모양이다.
"다른 두 사람은 전에 말했던 사천왕?"
"그래, [바람]의 열풍기 레나르베와 [물]의 혈빙장 빅트다.
레나르베는 아바마마의 근위대장을 맡고 있는 기사고, 빅트는 정무를 맡고 있는 재상의 자리에 있지."
"사천왕 이외에도 직책이 있었구나. 레오노라는?"
"나? 지금은 나라에서 벗어나 있지만, 나라 안에 있을 때는 아바마마의 보좌일까.
하지만, 내 경우는 직책이라기보다 왕위를 이을 때를 위한 공부라는 의미가 강하다만."
그러고 보니, 그녀는 차기 마왕이기도 했었다.
"전에 왔던 이지드라는 사람은?"
"농경과 토목공사다."
다른 사천왕과 차이가 심하다.
"그런데, 중요한 사람들이 모두 와버리면 나라는 괜찮아?"
".............아바마마께서도 그 점은 고려하실......거다."
정말로 괜찮을까.
◆◇◆◇◆◇◆◇◆◇◆◇◆◇◆◇◆◇◆
확실히 드림팀인 만큼, 계층 공략은 여태까지 도전했던 어느 파티보다도 빨랐다.
하지만, 용사 측과 마왕 측은 함께 나아가고는 있어도 전혀 말을 섞으려 하지 않았다.
[이 앞이 드래곤이 있는 방이다. 조심해]
10 계층까지 순식간에 공략하고, 석판의 장치도 아크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헤매는 일 없이 문을 여는 일에 성공했다.
흑룡의 일도 사전에 아크가 파티 멤버에서 전해두었는지, 방에 들어온 그들은 놀라는 일 없이 전투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용사 측과 마왕 측은 여전히 연계를 취하지 않은 채, 제각각 흑룡의 양 옆으로 나뉘었다. 6인 파티라기보다, 실질적으로 3인 파티 둘이서 양옆에서 공격하는 형태다.
[가자, 라이오넬! 오레인!]
[그래, 맡겨둬]
[후방지원은 맡겨주세요]
용사 쪽은, 아크가 최전위에다 라이오넬이 중위, 오레인이 후방지원으로 역할분담을 한 모양이다.
[늦지 마라]
[명심하겠습니다, 폐하]
[맡겨만 주시죠]
그에 반해, 마왕 쪽은 아저씨가 최전위에다 레나르베가 유격, 빅트가 후방지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먼저 가볍게 조사해볼까.
내 일격를 받아보아라!]
아저씨는 불을 두른 대검을 한 손으로 가볍게 들고서, 단번에 흑룡에게 달려가면서 그대로 휘둘렀다. 그 위력은 정말 대단해서, 체격에서는 압도적으로 유리할 터인 흑룡이 몇 미터 날아가버렸다.
[마왕한테 뒤처지면 용사의 수치겠지]
[그래......요!]
아저씨의 혼신의 일격을 계기로, 전투가 시작된다. 후위인 오레인과 빅트가 제각각 빛과 얼음의 화살로 호위를 하고, 중위인 라이오넬이 주의를 돌려서 만든 틈을 아크와 아저씨가 찌른다. 흑룡이 손톱과 이빨로 대항하려 하지만, 그 행동을 유격인 레나르베가 재빠른 반응으로 베어서 방해한다. 바람을 관장한다고 일컬어지는 레나르베였지만, 그는 공격이 아닌 이동보조로서 풍마법을 사용하여 속도에 치중한 검을 주체로 하는 싸움을 하는 모양이다.
[내가 있는 한, 폐하께 이를 드러내게 할 수 없다!]
[꽤 하는군요, 레나르베.
저도 지고만 있을 수는 없지요]
용사 측과 마왕 측 사이에 연계는 이루어지지 않지만, 둘로 나뉘어 양옆에서 공격한다는 전법은 적합했던 모양이어서 흑룡은 대처하지 못하여 적절한 공격을 하지 못한 채 농락당하고 있었다.
[포효가 온다, 물러나!]
[그래!]
[큿!]
[이 정도쯤!]
초조해진 흑룡이 포효를 내지르지만, 예비동작을 간파한 아크와 라이오넬, 레나르베는 후방으로 물러나서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뿐인가 곧장 거리를 좁혀서 포효 후의 틈을 찔러서 강타를 먹였다. 아저씨에 이르러서는 포효에 겁먹지 않고 정면에서 대항하며 대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지금이에요!]
[빈틈 투성이군요!]
거기다, 포효를 내지르기 위해 벌린 흑룡의 입을 향해 후방에서 빛과 얼음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갸아아아아아아아ㅡㅡㅡ!?]
통한의 일격을 당한 흑룡이 비명을 질렀다. 그대로 앞다리와 꼬리를 휘두르며 날뛰지만, 그런 공격이 통할 상대는 이 자리에 없었고 반대로 더욱 가열찬 공격을 받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연이어 몸의 이곳저곳에 상처가 나고 피를 흘리며 약해져 가는 흑룡. 조금 전의 화살 공격에 의해 입안을 다쳐서, 회심의 수인 브레스마저 쓸 수 없는 상태로 내몰린 그에게, 이제 승산은 없었다.
[......거기까지. 이젠 됐어, 브니]
상처가 깊어가는 브니의 모습에, 나는 보다 못해 통신으로 정지를 명했다. 굉음이 울려 퍼지던 실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크 일행도 공격을 그만두고, 주변의 기색을 엿보고 있다.
[보내줘]
내가 그렇게 말하자, 브니는 잠시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었지만, 이윽고 방의 가장자리로 물러나 가만히 아크 일행을 바라보았다.
[이 목소리, 설마 사신인가?]
아저씨가 물어보지만, 나는 그에 대답하지 않고 보스가 쓰러지면 열리게 되어있는 계단이 있는 문을 원격조작으로 열었다.
[앞으로 나아가]
나의 말에, 그들은 잠시 브니 쪽을 바라보았지만 이윽고 포기했는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가자, 아직 길이 멀다]
[알겠습니다]
[약간 불완전연소입니다만......어쩔 수 없지요]
[우리들도 가자]
[그래]
[저 드래곤, 뒤에서 공격하지는 않겠죠?]
◆◇◆◇◆◇◆◇◆◇◆◇◆◇◆◇◆◇◆
"이걸로 제1관문 돌파네요."
"이제야 3분의 1인가, 갈 길이 멀구만."
"으음,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혼합 파티가 11 층계로 나아가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소피아와 안바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조적으로, 레오노라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소피아, 브니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싶은데."
"흑룡 말인가요? 뭐, 상관없지만요."
나는 회복 마법을 쓸 수 없지만, 빛의 신인 소피아라면 회복마법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브니에게는 무리한 일을 시키고 말았으니, 빨리 고쳐주고 싶다.
"그럼, 치료하고 올게요."
"부탁해."
내가 부탁함과 동시에, 소피아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영상 너머에 나타났다.
상처를 치유받자 당황하는 브니를 남겨두고, 소피아는 등을 돌려서 재빨리 전이하여 집무실로 돌아왔다.
"끝났어요."
"고마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소피아와 안바르는 얼굴을 경직시켰다.
"애완동물의 학대는 그만두세요."
"역시 저런 취급은 너무하다고."
"조금 더 위로해주는 게 어때."
섭섭해, 브니를 걱정하기 때문에 치료해달라고 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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