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5 종이 조각2021년 09월 30일 16시 59분 3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530cy/462/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것은 기우였다.
라고나 할까 뭐, 그 이전의 문제였다라고 해야하나.
동생은ㅡㅡ안타깝게도 마음을 전달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후 옆방에서 들려온 정담은, 이하와 같은 내용이었다.
[어라, 이.......어라.......어어.......이상한데......방금 익숙치 않은 술을 마셔서 그런가......아니 그......오늘 여러 일이 있어서......피혼해서 그럴지도......이상하네......전에는 어땠냐니요......이런 일은 처음이라고나 할까.....아니 전 동정입니다만......흐음......뭐지 이건.....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지.....그러고 보니 확실히, 요즘 계속 커지지 않았던 느낌이.......헤헤헤헤. 흐헤. 아니, 곤란한데, 진짜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PC앞에서 팔짱을 낀 채 혼자서 울고 있었다.
오오, 나의 동생이여.
너 또한ㅡㅡ나와 마찬가지로.......
[됐어. 난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렇게 말해주면......고맙겠습니다]
[...............]
[...............]
[저, 모두를 지킬 테니까요. 만일 카리바 쨩이 절 버리는 일이 벌어져도......반드시.......]
[응]
그런 두 사람의 공허한 대화가 이어진다.
사실을 말하자면ㅡㅡ나도 이것과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저기, 그, 그런데, 이 일은 카사네 씨와 사나에 씨한테는......]
[걱정 마. 말 안 해. 뭣하면 정말 잘했다고 말해줄까?]
[아하하하하. 그럼, 그렇게요]
무심코, 미간을 강하게 문지른다.
"눈물이 나오는군."
다음에 만나면 달래줘야겠다.
▼
기분을 전환해서, 다시 의식을 스킬 선택으로 되돌렸다.
――그럼 습득할 스킬을 골라주세요.
――1、《시체조작Ⅵ》
――2、《거점작성Ⅱ》
――3、《격투기술(초급)》
――4、《기아내성(약)》
――5、《자연치유(약)》"그럼, 《기아내성(약)》으로 해볼까."
어쩌면 지금 정도로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스킬을 결정한 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스킬의 능력은,
ㅡㅡ《기아내성(약)》을 습득하면, 1주일 이상 먹거나 마시지 않고 행동할 수 있게 됩니다.
라는 것.
고른 이유는 단순해서, 조금 전부터 이상하게 꼬르륵하는 뱃소리가 그치지를 않는 것이다.
아마도 여러 좀비를 이동시킨 것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하루만에 냉장고의 식량을 다 먹어치울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시체조작Ⅴ》에서 해금된 능력 중에 '인벤토리 참조' 라는 것이 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렇다고는 해도 고우키가 지금 가진 물건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지만......
무기 : 롱소드
머리 : 헌팅캡
몸 : 겨울옷
팔 : 없음
발 : 운동화
장식 : 없음
소지품 : 종이 조각
"........음? 뭐야 이, 마지막 것......"
고우키의 호주머니에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했을 텐데.
난 마우스의 휠을 돌려서, 고우키의 소지품을 찾았다.
그녀가 손에 든 것은, 두 번 접어놓은 한 장의 조잡한 메모지였다.
어쩌면 조금 전, 저녁식사의 준비를 위해 자리를 비웠을 때 누군가가 쥐어준 것일지도 모른다.
그 메모를 열자ㅡㅡ
[모두가 잠에 들면, 주차장으로 와.
누구한테도 알리지 마. 만일 누군가한테 알려주면 동생을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오늘 밤에 오지 않았을 경우에도 죽인다. 이와타가]
라고 한다.
동시에, 가슴을 찌르는 듯한 후회가 덮쳐왔다.
안이하게 《기아내성》을 고른 것은 실패였을지도 모른다.
평소의 나였다면, 일일이 모든 능력을 검증한 뒤에 다음 스킬을 골랐을 터.
페이스가 무너진 이유는.......
ㅡㅡ훔쳐 들은 벌을 받은 건가.
시계를 본다. 시각은 오후 9시를 지나고 있었다.
[잠에 든다] 라는 것이 몇 시를 가리키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유예가 있다고 생각해도 좋아보인다.
난 조금 생각하고서ㅡㅡ일단 옆에 있는 단빵을 순서대로 입에 넣기로 결심했다.
가솔린 보급같은 식사는 내 취향이 아니지만......이전처럼 도중에 에너지가 끊겨도 안 되니까.
▼
만족감이 적은 야식을 끝낼 무렵에는, 료헤이와 미하루 씨, 2인분의 숨소리가 옆방에서 들려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난 가능한 한 소리를 내지 않도록 하며 흡연실을 나섰다.
쇼핑 센터는 지금 완벽하게 조용해져서, 귀신이라도 나올 듯한 분위기다.
어두운 복도를 살금살금 나아가자, 동물이 밤에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긴장하면서 출입구의 문을 열자......
밤바람에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한 소녀가, 둥그런 눈알을 달로 향하고 있었다.
난 생각했다.
역시 이 여자, 유령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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