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76 오랜만의 잠입
    2021년 07월 12일 11시 05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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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5943db/190/

     

     

     

     "역시나 제스트 각하, 어울리십니다."

     ".......그래."

     

     흑건을 몸 전체에 두른 나에게 타셀이 말한 그 대사.

     닌자 코스프레같은 느낌이었지만, 이것의 어디가 역시라는 것일까.

     

     "제 예비옷이지만 크기도 마침 적당하군요."

     "그래서였나......"

     

     무심코 입에서 나온 말.

     사실은 흑건에서 미묘하게 좋은 냄새가 났던 것이다.

     

     "어이, 마을에 들어갈 때까지는 평민복이 좋지 않겠나? 내 얼굴을 아는 자도 적잖아?"

     ".......그 흑발은 눈에 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건 후드를 쓰면 되잖아. 오랜만에 마을을 걸을 수 있는 기회이니 베아트한테 선물도 사주고 싶고, 주민의 상태도 보고 싶단 말이다."

     "그렇네요......정말이지, 이런 상황에서도 업무를 잊지 않으시다니, 각하는 너무 근면하십니다."

     

     마지못해 인정해주었다.

     

     "그럼, 이 옷을 입어주십시오."

     ".......그래."

     

     그......가 아닌, 그녀가 내어준 평민복.

     그것은 흑건의 품에서 꺼내든 것이었다.

     ........그 옷도 역시 좋은 냄새가 났다.

     

     

     

     "내가 말한 일이지만, 설마 이런 밤에 이 정도나 활기가 있을 줄이야."

     "나으리, 이 마을은 제국 최고라고 불리는 환락가입니다. 다른 마을은 이렇지 않습니다."

     

     타셀이 준 통행허가증으로 거리에 들어서자, 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밝기였다.

     

     "과연, 하지만 어느 사이에 이렇게까지 거대해졌는지......"

     "제스트 대공각하의 심복인 카타리나 경의 수완이겠죠. 대공각하를 흠모하는 수인족과 엘프족이 점점 모여들고 있는 것도 있지만, 그걸 지휘하는 카타리나 경도 역시 대단한 인물입니다."

     

     "우수한 인재가 많은 거겠지. 그다지 시간도 없으니, 소소한 거라도 사서 돌아갈까."

     "그렇네요. 여자가 기뻐할만한 물품은 저쪽의 가게가 좋을 겁니다."

     

     확실히 영지는 카타리나에게 맡기기만 했구나.

     조금 걸어가니 커다란 간판을 내건 목적의 가게에 도착하였다.

     

     "어서오세요! 오늘은 어느 물건을 찾으시나요?"

     

     "여귀족님께 선물할 물품을 고르고 싶습니다. 요즘 잘 나가는 건 어떤 걸까요?"

     "알겠습니다. 상대 귀족분의 연령은 어느 정도인가요? 젊은 분인가요?"

     

     "전부 젊은 편입니다. 안주인님의 것과 아가씨용으로 두 가지. 부하인 여귀족님께도 하나씩 해서 총 네 개를 의뢰하러 왔습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안주인님용은 약간 화려한 것이 좋겠네요."

     

     "예, 그렇게 해주십시오. 비용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내 발키리부대 정도로 깔끔한 인사를 하고서 가게 안으로 돌아가는 점원.

     다른 점원이 바로 나타나서, 상담용의 의자와 탁자가 놓여진 공간으로 안내해주었다.

     내어준 홍차도 향이 좋은 고급품이었다.

     

     "기다리셨습니다."

     

     생각보다 맛있는 쿠키를 먹고 있자, 처음에 말을 걸어왔던 점원이 짐을 들고 돌아왔다.

     상당한 양이구나.

     

     "먼저, 부하의 몫부터 고를게요."

     

     그렇게 말하며 책상 위에 고급스런 천을 펼친다.

     

     "추천품입니다! 베아트리체 님의 초상화입니다!!"

     

     입에 머금은 홍차를 내뿜으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는다.

     

     "이건 대공가의 안주인님의 초상화랍니다. 봐서 예쁜 것은 당연하고, 이동하는 마차에 걸어두면 도적쫓기도 되며, 집의 덧문에 달아두면 열쇠를 대신한답니다!"

     ".......도적쫓기에다가 열쇠를 대신한다니요?"

     

     "네. 대공가의 영지 안이라면 검은 드래곤과 기사분들이 '베아트리체 님의 초상화라고는 해도 감히 덮치다니 무슨 뜻이냐!' 라며 험상궂은 표정으로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건 확실히 쉽게 상상된다.

     

     "다른 영지라면 '안주인님의 초상화를 내걸 정도로 대공가를 존경하는 자가 습격당했다니, 에둘러서 대공가에 싸움을 거는 것이냐?' 라며 카타리나 경께서 험상궂은 표정으로 상대를 추궁한다고 합니다."

     

     그 녀석은 그런 일을 하고 있던 건가....

     

     "그러니까, 이 초상화는 약간 비싸긴 해도 효과는 발군입니다. 대공가 공인의 뜻으로 마리 경의 싸인이 들어가 있으니까요!"

     

     이번에는 참지 못하고 홍차를 내뿜었다.

     동요하면서도 홍차투성이가 되어버린 점원에게 사과하면서, 마찬가지로 더러워지고 만 초상화를 사기로 했다.

     .......타셀, 너도 내뿜었으니 반반씩 내자고.

     

     "자, 다음 상품입니다!"

     

     홍차 범벅이 되었는데도 의연하게 말하는 점원.

     사과의 뜻으로 금화를 많이 지불해줬으니까.

     타셀의 급료에서 제하기로 하자.

     

     "이건 젊은 귀족 여성들과 아가씨에게 인기있는 물품입니다!"

     "그런 하이컬러한 물품을 원했습니다. 계속 해주세요."

     

     "하이컬러? 저, 저기......이것입니다!"

     

     예쁜 메이크업 상자같은 것이 두 개, 허름하고 작은 나무상자가 하나다.

     

     "이것이 대공령에서 절찬리에 판매중인, 철선입니다!!"

     

     검은 상자에서 나온 것은 '안주인님 사양' 이라고 한다.

     철선 본체도 검정이 기조였고, 액센트로 금색 장식이 눈에 띈다.

     

     "이 사양은 안주인님의 흑색과 주인님인 대공각하의 금색이 섞인, 기혼자들에게 인기있는 물건이랍니다! 고위귀족님인데도 부인 한 명만 사랑하시는 대공각하의 덕을 입고 싶다며 구매하는 분이 많아서 품절 직전이랍니다."

     

     실실 웃으면서 날 바라보는 타셀의 발을 슬쩍 밟는다.

     

     "이쪽의 아나스타샤 아가씨 사양은 시스터의 흰색을 기조로 한 청순함이 넘치는 물건이랍니다. 푸른 장식이 신성함조차 느끼게 하여, 특히 약혼자가 없는 귀족 아가씨분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흠."

     ".......과연."

     

     나와 타셀의 시선은 그곳에 가지 않았다.

     남은 최후의 하나를 주목하고 있었다.

     꾀죄죄하고 휘어진 나무로 되어있는 상자.

     순서로 볼 때, 저것은 카츄아 모델일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꾀죄죄한 나무상자인가......여러가지로 안 좋은 예감이 드는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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