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 수왕의 취향2021년 07월 09일 20시 40분 1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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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제스트 대공! 오랜만이야!"
"에레노라 수왕폐하, 무고하셨습니까."
용기사부대의 안내로 찾아온 수왕에게, 먼저 고개숙여 인사한다.
"귀공도 여전한 마력이야. 이런 때가 아니라면 대련을 부탁했을 텐데.....호오, 저 노인과 남자도 상당한 실력자네."
"처음 뵙겠습니다, 수왕폐하. 그룬 제국 변경백인 라자트니아=바남입니다."
"마찬가지로, 마법병단장인 소니아=바남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그런 자리를 마련하지요. 먼저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설명은 제가 하겠습니다. 폐하께서는 제대로 전할 수 없을 것이고, 황태자전하의 일도 설명해야하기 때문에....."
송구스러운 듯 말을 꺼낸 에밀리아 재상이었는데, 황태자전하?
어? 이 싹싹해보이는 남자가 황태자전하인가??
"처음 보는구나, 제스트 대공. 내가 그룬 제국의 황태자, 라이젤이다."
과연, 이렇게 제대로 보니 황제의 모습이 보이는구나.
하지만 왕비 쪽이 많이 비슷한 듯 하다.
상냥해보이는 분위기의 청년이다.
"실례했습니다, 라이젤 황태자전하. 제가 옆에 있는 한, 불경한 자들은 손끝 하나 댈 수 없을 터이니 안심하시길."
"그래, 제국의 검이라고 일컬어지는 대공이 있으면 안심이다. 잘 부탁한다."
"예."
"그런데, 대공. 그쪽의 여성들은 누구인가?"
........아항, 그런 타입인가? 이 녀석.
"말씀 도중에 실례하겠습니다. 제스트 각하께 긴급한 전령이 와서 선처를!"
내 관자놀이가 씰룩거리는 것을 눈치챈 모양인 알버트가, 그렇게 말하며 끼어들었다.
"황태자전하, 실례하겠습니다. 알버트, 보고해."
"예! 어젯밤, 아가씨들의 물놀이를 훔쳐보려고 했던 바보녀석을 확보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양팔과 양발을 베어버리고서, 죽여달라고 100번 말할 때까지 잘게 다져버려."
"예! 평소대로군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어느 귀족의 혈연이라고 합니다만......"
"그 일족은 불행한 사고로 사라질 테니 걱정마라. 그렇지, 타셀."
"예. 반드시 불행한 사고가 일어날 것입니다."
"""하하하하하하!!!"""
물론 이건 연극이다.
바보같은 귀족이 딸들한테 추근덕거리려 할 때는, 이런 연극을 하도록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개 이러면 포기한다.
"홀홀홀, 죽여준다니 손녀부공은 상냥하구먼."
"예. 저라면 치료마법을 쓰면서 계속 베어서, 영원한 아픔을 줄 겁니다."
이 사람들은 실제로 그렇게 할 셈이다.
"대화가 늦어졌군요, 황태자전하. 저들은 제 딸입니다. 귀엽고 귀여운 딸로서......부끄럽게도, 딸의 일이 되면 그만 열중해버리지 뭡니까."
"오오, 그건 당연하지. 나도 라미아의 일에는 앞뒤 안가린다네."
"그렇고 말고요. 저도 베아트의 일이 되면 목숨을 걸고 대응합니다."
"하하하, 대공다워. 특히 아내의 일이 되었을 때 매우 위험했었다. 나도 죽음을 각오했었지 뭐야."
"예, 아내의 일보다도 아내 분 자체가 무서웠습니다만......."
"""하하하하!!"""
그 내용으로 웃는 수왕도 꽤나 호쾌한 사람이구나.
"그래서, 그 딸들을 황태자전하께 소개시키면 괜찮을까요?"
"아니, 미안했다. 대공의 딸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그만. 잊어주게."
그렇게 내게 고하는 라이젤 황태자의 다리는, 수인족의 구애행위처럼 떨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상황의 설명입니다만......"
피곤한 표정의 에밀리아 재상이 조용히 말을 시작한다.
"왕도에서 드워프 침략을 보고받은 엘레노아 폐하께서, 곧장 국경의 요새로 향하겠다고 선언. 주위의 반대로 밤중에 몰래 빠져나오고 있던 중입니다."
"그, 그것 참."
"꽤나 행동적인 수왕폐하구먼."
이 보고회에 참가하고 있는 자는 나와 변경백.
그리고 딸 2명과 알버트 뿐이다.
"제가 발견해서 말리려 했지만......그대로 저를 어깨에 떠메고 말아서.....결국 라이젤 황태자전하한테도 발견되었지만, '원군으로 가겠다' 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폐하의 모습에, 대군을 이끌고 간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동행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정말 꼴사나운 이유다.
"거기다, 왕도를 나선 후에 방향을 착각해서 여기까지 와버려서....."
"처음에 수왕폐하께서 말씀하셨던 '추격자' 란 설마....."
"네.......왕도에서 저희들을 데려오기 위해 보낸 추격자와 착각했다고 생각됩니다."
"아, 알버트!! 부근에 수인국 병사가 있어도 먼저 덤비지 말라고 전령을 보내! 빨리!!"
"예! 서둘러 전달하겠습니다!!"
빠릿하게 경례한 알버트가 달려갔다.
"이런이런, 늙은이한테는 자극이 심한 얘기구먼. 대원수공, 이건 예정을 바꿔서 수왕폐하를 왕도로 빨리 보내드려야겠구먼."
"그렇군요. 용기사부대를 선행시켜서 수왕폐하를 보내기로 하죠. 에밀리아 재상도 그걸로 좋습니까?"
"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지만, 그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용기사부대의 여성부대원을 불러. 특별임무다."
"알겠습니다!"
경례한 알버트가 서둘러 데려온 여성대원들.
"수왕폐하와 재상공을 그리폰 왕국의 왕도까지 데려가라. 시급히 가야한다."
"예!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기대하겠다. 하지만, 제군의 대장을 누구로 할지 고민이다. 알버트는 여기에 남아야 하고, 메디아는 좀 그래. 누군가 희망자는 있나?"
"그렇다면.....부디, 부탁드리고 싶은 분이 있습니다."
"네. 그 분이 이상적이에요."
"그래, 이걸로 그 분의 옆에 오래 있을 수 있는 겁니다."
"되도록 희망은 이루어주겠다. 너희들은 그만한 실력이 있으니, 약간의 고집은 허락한다."
"그럼, 아나스타샤 아가씨를 부디 대장으로!"
"아나스타샤 님의 수족이 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뭐든지 할 테니까요!"
"아나스타샤라면 신분으로 봐도 적당하지만, 정말 그녀로 좋은가? 너희들의 대장이 되는 것인데?"
"제스트 각하의 양녀이며 일류 치료마법사. 거기다 전투의 소양까지 있는 분입니다. 좋은 정도가 아니라 최고입니다!"
"훈련에서 무리해도 바로 고쳐주고요."
"실전훈련에서 선두에 서서 싸우는 치료마법사, 그것도 여성이잖아요? 이 이상 없을 이상적인 분입니다!"
"그렇다고 하는데.....아나스타샤는 어때? 시스터라는 지위도 있으니, 거절해도 상관없다만?"
내가 신경써주는 말에, 미소를 가득 지은 아나스타샤는 이렇게 대답했다.
"교국에서 시스터라고 불리려면 엄격한 수행이 필요합니다. 어엿한 시스터가 되면 혼자 포교하러 가는 일도 있는데, 전투를 못할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 라이낙 성교는 다른 자를 강제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우리의 교의를 방해하는 자들에게는 정의의 철퇴를! 그런 가르침인걸요?"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근육뇌 용기사부대를 보면 머리가 아프다.
다시 말해 '나도 마음대로 할 터이니, 너희들도 멋대로 해라. 하지만 내 방해를 하면 죽인다' 라는 뜻이다.
"그러니 걱정은 필요없습니다. 저도 더욱 의모님과 의부님의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흔쾌히 대장으로서 노력하겠습니다!"
"알겠다......하지만 무리는 하지 마라? 설령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도, 널 푸대접하지는 않아. 우리들의 소중한 딸이니까."
"네, 의부님. 그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나한테 꾸욱 안겨드는 아나스타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나스타샤는 기운찬게야. 이제부터는 마음껏 아빠엄마와 본녀한테 어리광피우면 되는게야.....우우, 눈물이 나오는게야."
"정말 그렇구먼. 저렇게 자그마한 딸이 말이여. 나도 늙었구먼, 눈물샘이 느슨해져서....."
뭔가 눈물샘이 자극된 듯한 할멈과 할배가 무슨 말을 하고 있지만 무시한다.
"그럼, 아나스타샤. 바로 용기사부대와 출발준비를 부탁한다. 그렇게 위험한 일은 아니지만 주의해야한다?"
"네, 의부님. 준비하고 오겠습니다."
크게 기뻐하는 용기사데를 이끌고, 아나스타샤가 천막에서 나갔다.
그리고 나는 베아트 특제의 경단을 먹기 시작했는데, 이대로 편히 쉴 수는 없었다.
천막에 들어오는 사람이 보였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좋은 운동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본이 되어있지 않군요."
후련한 미소의 스승이 돌아온 것은 좋다.
문제는, 그 스승이 한손으로 끌고 있는 물체다.
"스, 스승님. 그 넝마조각같은 물체는 설마......"
"음? 아, 수왕폐하입니다. 모의전에서 봐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면 수인족의 장인 수왕폐하께 실례가 아닙니까."
"그렇다네. 싸움에 도전했으면 사고로 죽어도 불평할 수 없는 법이라네. 수왕폐하는 위대한 분이지. 불평하실 터가 있겠나."
시커먼 미소로 말하는 변경백을 보고 이해했다.
일반적인 예의로는 아웃이지만, 수인족의 습성을 이용하여 반격을 한 것이다.
그렇게나 모의전이 싫었습니까?
"그, 그건 그 말씀대로입니다. 불평하지 않지요....아니, 하지는 않지만......"
경직된 미소의 에밀리아 재상이 말을 끝내자마자, 넝마조각이었던 수왕폐하가 홱 일어섰다.
"하하하하, 훌륭하다, 소니아 경. 나중에 다시 부탁한다! 이런 훌륭한 싸움은 처음이었다! 몇 번이든 싸우고 싶어! 역시 제국의 방패라고 일컬어지는 변경백령의 맹자들이야, 이 자가 스승이라면 제스트 대공의 강함도 납득이 가!!"
완전한 실패다.
알버트도 튼튼하지만, 이 폐하도 꽤 단단하구만.
"물론입니다. 수왕폐하의 상대는 소니아가 제대로 맡을 겁니다."
"수왕폐하, 저희 스승님을 지명하시다니 역시 대단하십니다. 스승님, 군무는 신경쓰지 마시고 수왕폐하의 상대를 부탁드립니다."
"오오, 고맙구나! 대공, 변경백. 감사한다! 소니아 경, 다시 한번 싸워볼까! 자 빨리 가자!!"
"엥? 저기.......수왕폐하?"
스승은 부활한 에레노아 수왕에게 이끌려 사라졌다.
"아빠, 본녀도 아나스타샤처럼 아빠를 위해 뭔가 하고 싶은게야. 자, 뭐든 말해보는게야!"
의문의 감동에서 돌아온 카츄아가 내 어깨를 흔들면서 그렇게 말한다.
어쩌지......늙은이는 무리한 일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없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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