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8 자유의 산책로 야간부
    2021년 05월 16일 01시 04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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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3461cg/135/

     

     

     

     기스는 포기했다.

     그의 앞에서는 래칭이 평소처럼 차의 향기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차가 식으면 크레디아가 래칭 전용의 통에 식은 차를 부어준다. 그리고 금발소녀가 수호룡을 데리러 온다.

     조금 전까지 가게에 있었던 바보같은 복장의 2명과 이 수호룡. 어째서 이 녀석들은 아이훌 씨와 크레디아에게 특별취급받는 것일까. 기스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몰랐고, 또한 분했다. 그래서 그는 다실에서 몇 잔이나 차를 주문하였다. 아이훌 씨와 크레디아가 자신의 고민을 눈치채줬으면 좋겠다면서. 그래서 기스는 계속 있었다. 그리고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드는 저녁 시간. 다실의 폐점시간. 그때 이제야 아이훌이 기스에게 미소지으며 말을 걸었다.

     "혹시 기스 님도, 트랜스해피의 무대를 기다리고 계신가요?"

     기스는 아이훌에게 물어보았다. 트랜스해피의 무대가 뭐냐고. "어라?" 하는 표정을 지은 후, 아이훌은 미소지으며 자유의 산책로의 오픈 이벤트라고 대답하였다. 이어서 그녀는 중년 여성의 순진무구한 미소로 기스에게 권했다. "괜찮다면 저희들과 함께 가실래요?" 라고.

     기스의 노력은 여기서 보답받았다.

     

     마르게리타는 마왕의 등에 상처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것은 그녀가 과거에 보아서 알고 있던 상처. 무기가 없었던 어린 시절에, 그나마 저항해보려고 마련했던 두 개의 무기 중 하나에 의한 상처. 이빨이 아닌, 손톱에 의한 상처.

     마르게리타는 직감적으로 그 상처가 어쩌다가 생긴 것인지도 눈치챘다. 그리고 갑자기 솟구치는 자신의 질투심을, 거짓된 이성으로 억눌렀다.

     "베르 씨, 오늘은 아픈 걸 시험할 거야."

     "그래, 마르게리타 씨한테 맡기겠다."

     마왕의 말을 듣고, 마르게리타는 채찍을 꺼내들었다. 플레이용이 아닌, 무기로서의 채찍을. 그니고 그녀는 고정된 마왕의 등을 채찍질했다. 잔인한 미소와 새빨갛게 물든 흰자위를 동반한 표정으로. 마르게리타는 마왕의 등에 난 상처가 자신의 채찍의 상처로 뒤덮여지는 것에 쾌감을 느꼈다. 그녀는 미소와 눈물 양쪽을 띄우면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마왕을 채찍질했다.

     양껏 플레이한 후, 마르게리타는 아픔과 쾌락 때문에 숨을 들썩이는 마왕을, 자유의 산책로의 이벤트에 가자고 권유했다. 조금 전의 상처 따윈 보지 않았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면서.

     

     여기는 주인님의 은신처. 용자 그레이는 칸막이석에서 이벤트가 시작되는 것을 성실하게 기다렸다. 그레이의 앞에는 와인잔이 하나. 하지만 가게 안은 약간 어두운 채. 이벤트가 시작될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참지 못한 그레이는 가게의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한 소녀가 쭈뼛거리며 그레이의 자리로 다가왔다. 이 소녀는 이른바 어시스턴트. 손님을 접대하는 메인의 호스티스가 아니다. 붉은 머리의 주근깨가 있는 귀여운 소녀는 그레이에게 물어보았다.

     "손님, 오늘은 어느 분과 만날 예정이신가요?"

     "아니, 나는 마리린 씨한테서, 오늘 이벤트가 있으니까 오라고 들었을 뿐이다."

     그레이의 대답에 잠시 생각하는 소녀. 그 후 귀여운 미소를 지었다.

     "손님, 마리린 언니의 초대는, 분명 자유의 산책로에서 하는 이벤트일 거예요."

     "진짜?"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레이는 곤란했다. 그런 거 모른다. 도대체 자유의 산책로라니 뭐야? 그러자, 소녀가 부끄러워하면서도 제안하였다.

     "손님, 괜찮으시다면 이벤트장까지 안내해드릴까요?"

     "그렇게 해주면 고맙겠어."

     이렇게 용자 그레이는, 이 소녀에게 안내되어 가게를 나섰다.

     

     "아, 슬슬 되었구나."

     마침 1세트가 끝난 참에, 레베가 게임의 마무리를 시작했다.

     "오, 때가 되었나." "다음 판은 내일이로군." "완전히 털려버렸다고!" 라며, 제각각 멋대로 말하면서도 마무리를 시작하는 아저씨들. 어시스턴트들도 정리를 시작했다. 그걸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는 베루루나루.

     "아, 그랬었다. 미안, 장밋빛 공주. 오늘은 트랜스해피의 오픈이벤트가 있으니 빨리 끝난다. 밀짚모자 씨한테 데리고 오라고 사람을 보낼까?"

     베루루나루는 생각했다. 사실은 오늘, 조금 땄다. 아아 기쁘구나. 그래서 기분이 좋다. 주인님은 어차피 마르게리타라는 여자와 있을 테니,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뭔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저도 데리고 가주세요."

     이렇게 베루루나루도 이벤트로 향했다.

     

     

     여기는 트랜스해피의 가게 밖에 설치된 특설 무대. 이곳저곳에서 이벤트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에리스 일행도 파트너인 용과 함께 제각각 트랜스해피로 찾아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무대는 군중으로 메워졌다. 그러자 무대 위에서는 공동운영자인 마론 씨와 마코토 씨가 인사를 시작하였다. "여러분, 트랜스해피, 그리고 자유의 산책로에 잘 오셨습니다! 여기는 자유의 마을. 뭐든지 있는 마을. 그럼 렛츠 쇼타임!"

     동시에 템포가 높은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스테이지 위에는 최소한의 천조각만 걸친 한편, 화려한 장식을 등에 걸친 댄서들이 나타났다. 여장남자들과 남장여자들의 쇼타임, 피로연입니다.

     

     기스는 즐거웠다.

     '함께' 라는 것이 빵집과 스팀브레드점의 점주들과 함께라는 뜻이었다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옆에 아이훌 씨가 있다. 그녀는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으며 연주에 맞추어 몸으로 리듬을 타고 있었다. 아아 아름답다. 그리고 귀엽다. 기스는 그녀에게 다시금 반해버렸다.

     

     그레이는 당황했다.

     이벤트장에서 마리린과 만난 그는, 그녀와 행동을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리린은 태평한 미소로 그에게 "어머, 기스 님. 마리오네타와 함께였네요. 그 애는 좋은 애니까, 귀여워해주세요. 마리오네타도 기스 님이 싫어하지 않도록 힘내야 한단다." 라고 말을 건 후, 다른 손님과 함께 어딘가로 가고 말았다. 곤란해진 그레이는 옆의 소녀, 마리오네타의 얼굴을 곁눈질로 흘끗 보았다. 그러자 마리오네타도 그레이 쪽을 보고 있었다. 볼을 붉히면서, 시선을 떨구고 마는 그녀.

     조금 두근거려진 용자 님. 거기에 혼잡한 와중에 인파가 밀어닥친다.

     "앗."

     도움을 청하려는 마리오네타가 그레이의 손을 쥐었다. 반사적으로 상냥하게 거머쥔 그레이. 그대로 2명은 인파에 휩쓸렸다.

     

     마왕은 천국에 있었다.

     옆에는 평소 이상으로 몸을 밀착시키는 마르게리타. 인파 속에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더욱 그의 피학심을 부채질한다.

     "베르 씨, 미안."

     평소 이상으로 섹시한 마르게리타가 마왕의 귓가에서 속삭인다. 안 돼, 1회전 더 부탁하고 싶다면서, 마왕은 두번째의 현자타임에서 부활하고 말았다. 하지만 인파 속이어서, 움직일 수가 없다. 조금 더 몸을 비틀면, 마왕의 기분 좋은 곳에 마르게리타의 기분 좋은 곳이 닿는데, 그것조차 마음대로 안 된다. 이렇게 마왕은 반죽음상태로 인파의 압력에 휩쓸렸다.

     

     베루루나루는 취해있었다.

     칠천사(칠칠맞은 천사)인 베루루엘은 애초에 먹고 마실 필요가 없고, 상시로 해독을 발동시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형태. 그것도 머리가 망가진 상태여서, 해독같은 일에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취해서 흐느적거리는 느낌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었다.

     "괜찮습니까? 장밋빛 공주."

     옆에는 레이디블루그린. 그녀는 베루루나루를 자주 보살펴준다. 아저씨들에게서 지켜주는 것도 그녀. 그래서 베루루나루는 마음껏 어리광을 피웠다.

     "언니, 술을 좀 더 마시고 싶어요."

     이렇게 베루루나루는 밤거리를 즐겼다.

     

     "다음은 호화상품이 붙은 커플 게임이다! 자 가라 크로스드레서들! 커플을 스테이지 위로 데리고 와!"

     무대 위에서 마코토 씨가 외치자, 인파속으로 크로스드레서 몇 명이 뛰어들었다. 이어서 마코토 씨가 게임의 설명을 시작하였다.

     "여기에 있는 것은 빵집 특제의 롱 쿠키입니다! 이걸 양쪽에서 먹기 시작해서 제한시간 안에 제일 짧게 만든 커플에게 10만 릴 상당의 자유의 산책로 상품권을 증정합니다! 자, 도전하세요!"

     기스는 무심코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얼마나 큰 찬스인가. 이건 꼭 아이훌 씨와 함께 나가야만 한다.

     "아, 아이훌 씨......"

     고개를 옆으로 돌린 기스. 하지만 거기에 아이훌은 없었다.

     "이 녀석들! 우리들이 참가하지 않으면 누가 참가할 거냐!"

     "좋아 바즈다그, 역시 대단하다 너희들!"

     대신 들려온 것은 무대 위에서의 함성소리와, 관객이 보내는 바즈다그 콜. 새빨간 원피스 차림의 바즈 씨와 당혹해하는 아이훌 씨, 검은 차이나드레스 차림의 다그 씨와 즐거워보이는 크레디아가 이미 무대 위에 올라와있었다.

     기스는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형씨, 귀여운 애를 데리고 있네! 자 가자!"

     체격이 듬직한 크로스드레서가 오른쪽에 그레이, 왼쪽에 마리오네타의 손을 잡고서 강제로 무대 위로 끌고 올라갔다. 당황하는 그레이와 마리오네타. 무대 밑에서는 마리린이 "두 사람 힘내~!" 라며 격려의 목소리를 미소와 함께 걸어주었다. 이걸로 그레이도 태도를 바꾸었다.

     "좋아, 마리오네타 씨, 승부를 한다면, 질 수는 없어. 힘내자."

     그레이의 말에 마리오네타는 당황하면서도 작게 수긍했다.

     

     "자, 뭐든지 가능해요!"

     어째선지 레베와 베루루나루도 무대 위로 올라오게 되었다.

     "꺄아! 레베 님이 무슨 짓을 하시는 거람!"

     "그만둬어!"

     "저 여자, 나랑 바꾸고 싶어!"

     관객석에서는 노호성이 튀어나왔다. 주로 새된 목소리로.

     그걸 본 마르게리타가 마왕의 손을 이끌었다.

     "우리들도 질 수 없겠네!"

     이렇게 마왕과 마르게리타도 게임에 참가하였다.

     

     폭소와 노호성과 응원으로 휩싸인, 크게 달아오른 무대.

     그 뒷편에서 에리스 일행은 남몰래 용들의 탐지능력을 사용하였다. 목적은 베루루데우스와 베루루나루의 존재확인.

     "베루루데우스라는 녀석은, 틀림없이 마왕이로군. 저 마력은 말도 안 돼."

     "베루루나루는 악마가 아니네요. 단지, 뭔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존재예요."

     래칭과 피린이 분석한다.

     "음?"

     "왜 그래? 래칭."

     "용자와 함께 있는 저 소녀, 뭔가 섞여있구만."

     "마리오네타가? 그거 위험해보여?"

     "아니, 그런 것은 아니다. 가호나 저주의 종류일지도 모르겠는데."

     래칭은 마리오네타에게서 뭔가의 위화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악마처럼 악의를 가진 것이 아니다.

     "자, 그러면, 용자에게 사소한 앙갚음을 해야겠네요. 후라우, 용자의 등을 노려."

     피린의 의도를 눈치챈 후라우는, 심술쟁이같은 표정으로 피린을 손바닥 위에 올리고는, 무대 위에서 쿠키와 악전고투를 하는 용자의 등을 노렸다. 그리고 아주 잠깐의 초고열 브레스를 그레이에게 쏘았다.

     "앗 뜨거!"

     갑자기 등에 뜨거움을 느낀 용자는 무심코 한발 내딛고 말았다. 뚝 하고 부러지는 쿠키. 그리고 그 기세로 마리오네타와 입술을 겹치고 말았다.

     "예! 실격~!"

     마코토 씨의 콜에 얼굴을 붉히는 2명.

     그 옆에서는 군중이 감시하는 채, 마왕과 마리게리타가 쿠키를 모두 먹고서 부둥켜 안으면서 딥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당연히 실격.

     게임을 이해하지 못한 베루루나루는, 이거 맛있다면서 레베의 옆에서 혼자 쿠키를 와작와작 먹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안도하는 관객석의 부인들.

     결과는, 부끄러움을 보이는 바람에 진도가 안 나가는 바즈 씨와 아이훌 씨의 팀을 다그 씨와 크레디아의 팀이 역전하여, 상금을 거머쥐었다.

     

     이렇게 자유의 산책로의 기나긴 하루는 끝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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