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마도 결사의 각오였다. 의지의 충돌이다.
그 뒤편에 ............ 아이가 내려앉아 있는 줄도 모르고.
"잠깐 실례."
뒤에서 내려온 검은 머리의 아이가, 짧은 꼬리 밑부분에 붙어 있던 바위를 떼어냈다. 작은 손으로 자신의 몸보다 수십 배나 큰 바위를 떼어내어 던져버린다.
"ㅡㅡㅡㅡ!?"
"............뭐야?"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바위의 비늘이 벗겨지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극심한 통증에 죠르마가 비명을 지른다.
갑작스러운 이변에 왕국군이 물음표를 던지는 동안, 등뒤의 아이는 새끼 용을 들어 냄새를 맡게 한다.
"............ 어때?"
"피유우......"
"아니었구나 ...... 뭐, 그렇겠지. 너무 덩치가 크니까. 휴이에게 이 점보의 유전자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걸."
헛수고가 되어서, 눈가에 눈물을 글썽이는 새끼 용. 그러자 화가 난 것은 눈앞에 있는 정체불명의 용이었다.
"...... 퓨이잇!"
"화내는 건 알겠는데, 이 용은 나쁘지 않아 ....... 다시 둘이서 힘내보자. 냄새가 남아 있으니 어딘가에 있을 테니까."
언짢아하여 우는 새끼 용을 데리고, 마지막 희망을 찾아 나선다.
♢♢♢
모든 용을 다 조사한 크로노는,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지만 냉담한 현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다시 한번 조언을 구하기 위해 세레스티아에게로 향한다.
"쉽지 않네. 모든 용을 다 보고 왔는데, 다른 것 같아."
"하지만 크로노 님의 활약으로 모든 용을 제압할 수 있었어요."
전장이 내려다보이는 산 위에서 긴급한 작전회의를 열었다.
아래에는 얌전히 묶여 있는 여러 종의 용들이 보인다.
쿠쟈로국의 연구기관에서 만들고 엔제교군이 투여한 약물의 영향도 사라졌는지, 정신도 안정된 것 같다.
"확인하는 겸, 휴이도 놀게 해서 기운을 북돋아 주고 싶었고 ............ 솔직히 말하자면 여기 있을 때부터 푸른 용이 엄마라고 생각했었는데........"
"창관룡은 목격 사례도 적고, 번식률이 낮은 용 중에서도 소수종이니 무리도 아니에요."
그렇다고 한다면까지 생각했을 때, 세레스티아는 여러 가능성 중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행동을 제안한다.
"저것들 외에도 다른 용들이 있고, 그 어미가 이 근처에 있다고 한다면 역시 신전 내부겠지요."
"흠흠."
"용의 2차 습격이 있는 건지, 그 개체가 특수해서 남겨둔 건지, 어쨌든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저쪽이에요"
세레스티아의 무심한 눈빛이 엔다르 신전으로 향했다.
용조차 큰 타격을 입히지 못하자, 패배를 감지한 전선에서 동요의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이 보인다.
베네딕트가 자신의 권능과 현황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애매모호한 태세로 임하는 결전. 그것은 필연이었다.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천사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말을 할 수 없는 사정상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예를 들어 복음을 가진 자는 강제로 신앙을 회수당하는 등, 알려지면 반항심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 그런 위험을 배제한 끝에 동요가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결전의 열쇠는 단순한 것이다.
용이나 병력 등과는 상관없이, 베네딕트가 신앙심 전환의 <성역>을 발동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제1천사 마리아=릴리스가 부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일 것이다.
현재도 [염사자]를 피해 도망치고 있을 베네딕트는, 이제 이 엔다르 신전밖에 의지할 곳이 없다. 아침에 아무런 변화가 없고, 토벌의 성공 소식도 없다면 틀림없이 이곳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또한 세레스티아의 의표를 찌르려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 <성역>을 사용하려 한다면, 드레이크에게 쫓길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두 번 다시 도망칠 기회는 없다.
"......저의 예상으로는 반 시간 안에 모든 것이 끝나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여기서라면 왕국군과 엔제교군의 두 세력을 드레이크에게 부딪힐 수 있다.
드레이크를 상대로 발동까지의 시간을 벌고 싶다면, 이곳으로 향하는 수밖에 없다.
"흠, 이 마왕한테서 도망칠 수 있다고? 다녀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응? 또 뭐야?"
"천사가 나타나기까지, 여유는 없어요."
"...... 음..."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 이제 곧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니 빨리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방금 가려고 했는데? 네가 막았잖아. 방금 떠나려 하기 전에 했던 대화를 한번 더 반복한 것뿐이잖아? 왜 그랬어?"
무표정하게 크로노와의 교감을 만끽하며, 다시 무릎을 꿇고는 뺨에다 뽀뽀를 한다. 얼마 전과는 반대로 오른쪽 뺨에다.
"...... 등정을 기원할게요."
"축복투성이로 다녀오겠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올라갈 거야. 축복을 그다지 잘 활용하지 못하는 체질인 것 같지만, 그래도 꼭 올라갈게."
카우보이 모자 안에서 머리카락을 배배 꼬면서, 크로노는 다시 한 번 절벽에 도전한다.
그를 보낸 세레스티아도 대기 지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