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장 275화 다시 등산가 마왕으로(1)
    2024년 06월 14일 10시 33분 0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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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큭............"



     땅에 떨어져 눈이 뿌옇게 흐려지는 감각을, 붉은 용머리를 흔들어 쫓아낸다. 자존심 센 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얍삽한 움직임에 휘둘려, 하급자를 상대로 격추되고 말았다.



     조금도 낫지 않는 뱃속을 억지로 삭힌다. 이제는 비룡을 쫓아갈 수도 없다.



    "뭐야, 그 비룡에게 진 거냐."



     사람의 말이 아니라, 불길한 기척에 반응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떨어진 곳은 앞서 싸웠던 지점인 것 같다. 아직도 자신이 내뿜은 불꽃이 미약하게 대지를 태우고 있다.



    "그럼 그 비룡이 지금의 나에게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군."



     역시 아까처럼 무례하게 맞서는 인간.



     다른 점은, 그 손에 든 검의 모양과 발산하는 위화감이었다.



    "덕분에 발드발은 꽤나 훌륭하게 성장했지만 말이야. 패배해서 내려온 것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검에서 자신과 빼닮은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붉고 웅장하게 변한 마검은 처음보다 더 커졌고, 한 치도 보이지 않았던 붉은 불꽃을 뿜어내고 있다.



     마치 작혼룡의 마검이다. 존재만으로도 고귀한 용의 불꽃을 뿜어내며, 왕에 걸맞은 폭염의 위용을 뿜어내고 있다.



    "마검 발드발은 적을 베고 마력과 피를 빨아들이면서, 적을 쓰러뜨리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변화한다."



     설명하는 인간이, 검을 휘두른다.



    "............"



     전투의 시작 때 자신이 불길에 당했던 때처럼, 용비늘을 태우는 업화에 휩싸였다.



    "역시 용용. 용은 용으로 쓰러뜨릴 수밖에 없다고 발드발은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야. 안심했나?"

    "............"

    "이걸로 설령 쓰러지더라도, 용의 자존심은 지킬 수 있겠군"



     같은 종족의 압박감을 느끼며, 같은 용왕을 상대하는 심정이 된다. 이만큼이나 힘을 쏟을 보람이 있는 상대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작혼룡 알마그렌은 ...... 대치하는 자세를 풀고, 작열하는 검을 눈앞임에도 누워버렸다.



    "............"

    "......뭐야, 하늘의 싸움이 그렇게나 피곤했나?"



     참전 당시의 투쟁심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동종의 불길 앞에서도 여유로운 알마그렌. 업화(業火)를 품은 마검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지크의 앞에서 잠을 청하기 시작한다.



    "...... 이봐, ............ 이봐~"

    "............"



     갑작스러운 태도에 지크가 장난을 치지만, 혼자 놀라는 듯이 꼬리를 쳐서 쫓겨나고 만다.



     쓸쓸한 한숨을 내쉬는 지크, 하지만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쓰러뜨리지 못했을 경우, 베네딕트가 나타나면 단원들이 대신 진전으로 향해야만 했다. 잃는 생명과 피해는 생각조차 하기 싫었을 것이다.



     그랬는데, 피해가 없었다. 마검도 최고급으로 만들어졌다. 적절한 준비가 갖추어졌다.



     한편, 먼저 화려하게 격추된 창관룡 브레토는 .......



    "어라라...... 도련님의 나쁜 버릇이 나와버렸네."



     무수한 골렘에게 붙잡혀, 넴에 의해 무력화되어 있었다.



     작혼룡의 화염에 맞았으니, 제아무리 브레토라 할지라도 금방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추락한 자리에서 저항 없이 붙잡혀버리고 만다.



    "비룡과 싸워준 덕분인지 편히 끝났지만, 굳이 잠자는 용한테까지 싸움을 걸지 않아도 되는데....... ......"

    "단장, 역시 대단해 ......!"



     의기양양하게 마검을 휘두르며 기다리던 지크는, 작혼룡의 발톱과 브레스에도 굴하지 않고 맞설 생각이었다.



     용과 용의 한판 승부를 연상케 하는 그 모습에, 단을 비롯한 단원들도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바보 같은 소리 마. 이런 데서 체력을 써버리다니 ...... 나중에 전하께 꾸지람을 들어야겠군."



     하지만 마검 발드발은 이 국면에서 최고의 형태가 되었다. 넴의 마력 소모도 최소한으로 줄였을 것이다.



     왕국군의 입장에서는 좋은 형태로 용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지쳐서 내려온 요희비룡 산반=퀸도, 더 이상 싸울 기운이 없는 듯하다.



     흑의 기사단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확신했다. 경험이 풍부한 멤버들이 모여 있는 것은 분명하다.



     즉, 남은 용은 한 마리만 남았다는 뜻이다.



    "ㅡㅡㅡㅡ!"



     이암룡 죠르마는 바늘처럼 뾰족하게 솟은 순백의 검을 써도 아직 멈추지 않았다.



    "하아, 하아, 하아!"

    "............!"



     건방진 인간에게 하얀 망치로 얻어맞자, 입안에 고인 피를 토해내며 노려본다.



     상대하는 인간 역시 돌멩이에 맞아 피를 흘리는 어깨를 움켜쥐고,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노려보고 있다.



     지크와 달리 이쪽은 진정한 일기토다. 사람이 혼자서 용과 정면으로 맞붙어 싸우고 있다. 엄청난 재생력을 가진 강화룡을 상대로 말이다.



     그때 동료로 보이는 인물이 달려왔다.



    "하쿠토 군, 비룡은 끝났습니다! 혼자 날아다니며 여러 용들을 괴롭히다가 지쳐서 돌아왔어요!"

    "그래............그럼 물러나서 베네딕트를 대비하고 있어."

    "아, 아뇨, 도와드릴게요. 왜 혼자서 ......?"



     그러자 인간은 동료에게 말했다.



    "이건 맞짱이라고 ......! 그냥 싸움이야, 나랑 저놈의!"

    "............!"



     눈을 부릅뜨고 서로를 노려보는 죠르마와 하쿠토.



     동감한다는 듯이 죠르마도 흥분한다. 용이나 되어서 인간 한 명에게 졌다고는 죽어도 말할 수 없다.



     더군다나 주먹다짐에서 져버린다면, 이암룡의 이름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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