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 008 레티시아님을 지키자고 결심한 날
    2021년 02월 21일 23시 21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ncode.syosetu.com/n6977fi/13/

     

     ※ 제목 앞에 ●이 붙은 건 주인공 외의 시점이라는 뜻.

     

     

     

     

     나, 에다마로우는, 레티시아・파라리스님을 시중드는 메이드다.

     

     난 고아라서, 본래라면 영주의 따님의 메이드를 할 수 있는 신분이 아니다.

     

     나를 키워준 할머니는 설탕 조제의 명인이어서, 레티시아님 스스로 쓰려고 주문했었다.

     딱 한번, 할머니가 레티시아님께 직접 설탕을 배달한 일이 있었는데, 그 때 '단 한 명 뿐인 손녀를 잘 부탁드려요.' 라고, 잡담 도중 말했던 한 마디.

     

     레티시아님은 그 말을 잊지 않아서,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일부러 장례가 이루어지는 교회까지 방문하여 날 데리고 돌아와 주신 것이다.

     

     차밭에서 일만 하던 천박한 소녀로서는 저택에서의 상식과 매너도 전부 몰라서 괴로운 일도 많이 있었지만, 레티시아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다 겨우 아가씨의 시중을 드는 메이드로 인정받게 되었는데, 정작 리리아 마법학교에 데려가지 않았던 것은 충격이었다.

     

     메이드 한둘은 데리고 가는 것이 상식인데, 겨우 혼자서 학교에 가신 레티시아님은......아마 자기가 저주받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레티시아님을 다시 만난 것은, 저택에서 멀리 떨어진 요양소였다.

     

     아무리 해도 저주를 풀 수 없었고, 이제 눈뜰 일이 없을 거라 판단한 레티시아님의 신변을 돌보고 싶다고 요청한 것은 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1년 만에 본 레티시아님은 여전히 아름다웠으며, 그냥 잠자는 걸로만 보였다.

     

     난 언제라도 레티시아님이 깨어나도 좋도록 몸을 닦고 머리를 빗었다.

     간호사 분에게서 마사지와 스트레칭도 배웠다.

     

     매일 아침, 오늘 일어나도 좋도록 드레스를 준비했다.

     저녁에는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준다.

     

     매일매일, 날이 떠서 지고, 떠서 지고......2년이 지났다.

     

     레티시아님은 계속 잠들어서 이제 깨어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만일 그렇다고 해도 난 평생 수발을 들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지만.......

     

     "에다."

     

     침대에서 일어난 레티시아님이 이름을 부르자, 온몸이 환희로 가득 찼다.

     

     "레티시아님!"

     

     달려들어서, 끌어안고 싶어.

     이게 꿈이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

     

     하지만, 그 전에 선생을 불러야해!

     레티시아님이 다시 잠들어버리지 않기 위해.

     

     

     

     눈을 뜬 레티시아님은 꽤 야위고 말았지만, 2년 동안 잠든 것 치고는 상태가 좋은 모양이다.

     

     매일의 마사지와 스트에칭이 좋았다며 선생에게 칭찬받아서, 나의 2년이 쓸데없는 게 아니었구나 하는 걸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레티시아님이 눈을 뜨자, 난 정말 바빠졌다.

     

     바쁘지만, 정말 즐거워!

     

     재활훈련을 위해 요양소의 주변을 산보할 때는, 레티시아님의 손을 잡아끌기도 한다.

     

     "비, 그친 모양이네. 좋은 날씨."

     "예. 아직 조금 땅이 젖어있으니 조심하세요."

     "그래."

     

     비가 그친 숲은 반짝거려서 정말 예쁘다.

     

     "아, 산딸기에요!"

     

     길 옆에 심어놓은 붉은 열매가, 조금 전의 비에 씻겨져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무심코 따서 입에 넣어려 했지만, 레티시아님의 앞이니까 꾹 참는다.

     

     "정말. 좋은 향기네. 기분히 상쾌해졌어. 피곤하지만, 조금 더 걸을 수 있겠어."

     

     레티시아님이 문득 아련한 눈빛을 보낸다.

     

     눈을 뜨고 나서, 레티시아님은 갑자기 조용히하며 그런 눈을 하게 되었다.

     

     어딘가 쓸쓸한 느낌이고, 마음이 먼 곳으로 날아가버린 듯한......

     

     도대체 뭘 생각하고 계신 걸까.

     

     이 때의 레티시아님은 정말 아름다우시지만, 바람에 녹아서 사라져버릴 듯한 무상함도 느껴져서, 조금 두렵다.

     

     "레티시아님, 힘내세요."

     

     그런 레티시아님을 이쪽으로 되돌리고 싶어서, 말을 건다.

     

     "이게 끝나면 식사해요."

     "오늘도 같이 먹어줄 거지?"

     ".......그건."

     

     메이드가 함께 식사한다니, 그런 황송한!

     

     "부탁이야. 나 혼자선 따분해서. 에다와 함께라면,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레티시아님께서 말씀하신다면야......"

     

     눈을 뜨고 난 후의 레티시아님은, 이런 식으로 투정을 부리게 되었다.

     저택에 있을 땐 언제나 소극적이어서, 자신의 의견을 내는 일도 드물었는데.

     

     역시, 저주에 걸려서......아마도 죽음을 각오하여......레티시아님의 안에서 무언가가 변했을 것이다.

     

     "후후. 기뻐. 에다는 정말 상냥하네. 고마워."

     "감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에요."

     

     이 변화가 기쁜 반면, 언제 저주에 걸려도 후회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에다."

     "예, 무슨 일인가요?"

     "후후. 불러본 것 뿐이야."

     "저, 정말! 재활훈련에 집중해야 한단 말이에요!"

     "그래~"

     

     화낸 척을 하며 조금 손을 세게 쥐자, 레티시아님은 같은 세기로 쥐어준다.

     

     나는, 좀 더 레티시아님과 함께 있고 싶다.

     

     숨기지 않고 마음을 전달하고 싶으며, 투정도 들어주고 싶다.

     

     좀 더, 좀 더......레티시아님에게 즐거운 일을 경험하게 해서, 저주 따위에 걸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

     

     반드시, 생각하게 만들 거니까!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