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04 시점변경 버튼은 어디 있습니까?
    2021년 02월 19일 13시 10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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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6977fi/9/

     

     

     

     

     거울에 비춰진 것은, 조금 전 망상하고 있던 '에다와, 병약하고 덧없고 약간 그늘진 듯한 여자아이' 의 상대역 그 자체였다.

     

     아니, 사실을 말하자면 나의 망상을 뛰어넘은 캐스트다.

     

     펑퍼짐하게 웨이브진 은발과, 너무 흰 피부.

     입술은 약간 옅고 박복해 보였지만, 모양은 나무랄데 없다.

     콧날은 오똑하고, 콧방울은 작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커다란 눈은 우아한 느낌이 흘러넘쳤고, 긴 속눈썹이 아메디스트 색의 눈동자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절세의 미소녀는 아니지만, 상~당~히 귀엽다.

     병약모에 히로인인 것 같다!

     제일 인기있는 건 아니지만, 상위에 반드시 들어가는 타입으로 보인다!

     

     아, 저, 연애 시뮬레이션도 허용 범위 안입니다.

     여주인공을 고르는 것이 머스트지만, 공략 캐릭터끼리 사이좋아서 많이 어울리는 것도 뭐 가능인가.

     

     그런 느낌의 미소녀가, 거울 안에서 날 바라보고 있다.

     

     내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레시티아의 기억에는 자신의 모습, 없었구나.

     

     뭐, 자기 얼굴 따윈 거울이라도 들여다 보지 않는 한 보지 못하니까.

     내가 이런 미소녀였다면, 계속 거울 보고 있었겠지만.

     

     "이게.......나?"

     "네, 정말 야위고 말았네요."

     

     에다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다가, 곧바로 미소를 되찾는다.

     아직 약간 괴로워보이지만.

     

     "하지만 기운을 차린다면, 원래의 아름다운 레티시아님으로 돌아갈 거예요."

     

     어? 나 이 이상으로 귀여워지나?

     그럼, 기대된다.

     기대는.....되지만.....

     

     어째서 나야!?

     

     '에다와, 병약하고 덧없어 보이는 조금 그늘져 보이는 여자아이', 다시 말해 '에다와 레티시아' 를 보지 못하잖아!!

     

     이 세상에서! 나만!

     나만! 보지 못한다고!!

     

     최악.

     

     이런 너무한 일이 이 세상에 있어도 되는 건가.

     

     거울 보면 되지 않냐고?

     

     바보 바보!

     그렇게 부자연스럽게 거울만 봐서 어쩔 거냐고!!

     나는, 에다와 레티시아를 바라보고 싶단 말이다!

     

     그걸 보고 싶다고!!

     

     "잠깐 실례할게요."

     

     내가 머릿속에서 고뇌에 차 있는 것도 모른채, 에다는 침대를 빙 돌아갔다.

     거울이 놓여진 곳과 다른 방향에서, 손을 뻗어서 브러시로 머리를 빗겨준다.

     

     가늘고 부드러운 털이 촘촘이 박힌 브러시로, 머리 끝 부분부터 몇 번이나 조심스레 빗는다.

     거울 속에 흘끗 비추어진 에다의 얼굴은, 진지함 그 자체다.

     

     작은 동물계 여자아이의 진지한 표정.

     이것은 좋은 것이다.

     

     "레티시아님. 그렇게 저만 보지 말아주세요."

     

     입을 삐죽 내밀며, 화난 듯 보이지만 귀가 약간 빨갛다.

     

     크악!!

     

     진짜!!

     

     제 3 자로서!!

     

     보고 싶은데요!!

     

     레티시아로서는 조용히 있기는 하지만, 머릿속의 나는 책상을 있는 힘껏 탁탁 치면서, 손이 아파질 정도로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다.

     

     보고 싶어~! 싶~다~고~~!

     어째서 이 멋진 백합공간이 시점고정이냐고!

     

     "저 따위를 보셔도 재미없는데요."

     "그렇지 않아."

     

     정말로 그렇지 않다.

     

     "부끄럽단 말이에요. 레티시아님처럼 어여쁜 분이 보시면. 저, 이렇게 땅딸막하잖아요. 2년이나 지났는데 전혀 변하지도 않았고."

     

     "난 에다가 변치 않아서 기뻐. 기억 그대로 귀여운걸."

     "읏......정말, 레티시아님은 짖궂어요!"

     

     에다는 흥 하고 옆을 향해버렸다.

     

     아와와와.

     이런, 진짜로 화나게 했다.

     

     "미안. 화내게 할 생각은 없었어. 용서해 줘."

     ".......어쩔 수 없네요. 그럼, 머리 모양 제 취향대로 하게 해주실거면 용서할게요."

     "그래, 물론. 에다의 취향껏 해보렴."

     

     여자아이의 머리카락 따윈 모르고, 애초에 에다에게 맡길 셈이었으니, 이런 일로 용서해준다면 고맙다.

     

     "예~. 그럼, 마음껏 할게요."

     

     에다는 다시 진지하게 브러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번이나 브러시를 왕복시키다가, 이제야 머리 끝에서 털끝까지 단번에 브러시를 빗게 되자.....분명히 달라졌다.

     

     처음 봤을 때도 레시티아와 어울리는 예쁜 머리카락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 이상이다.

     

     전체적으로 윤기가 늘어났고, 느슨한 웨이브는 더욱 커다란 덩어리가 되어, 볼록한 곳 하나하나가 빛을 반사한다.

     

     오~오~오~, 히로인의 머리색에는 그렇게 고집이 없었는데, 은발도 괜찮네.

     하지만 어째서 나 (이하 생략)!

     

     "시작할게요."

     에다의 브러시를 들었던 손이 얇은 빗으로 바뀌었다.

     

     빗을 든 손의 세밀한 부분으로 살짝살짝 머리를 매만지는데, 이게 꽤 간지럽다.

     웃고 말 것 같았지만, 에다가 화낼 것 같아서 참는다.

     

     빗으로 머리를 뭉텅이로 나눈 에다는, 그걸 이렇제 저렇게 하며 꼬는 사이에......양 사이드의 댕기머리가 되었다.

     

     두 가닥의 땋은 머리는, 머리의 뒤에서 다시 하나로 묶으면서, 푸근하고 비춰지는 소재의 짙은 핑크색 리본으로 마무리하였다.

     

     "자, 다 됐어요."

     "어머."

     

     오오, 이건.

     그대로 밑으로 흐르기만 할 뿐이면 병약모에가 장난아니었던 레티시아가, 약간 건강하게 보인다!

     

     머리카락의 윤기도 늘어났고, 양 사이드의 땋은 머리가 머리카락에 볼륨을 내어, 리본의 색이 강조색이 되어 얼굴이 확 밝아졌다.

     

     호오~, 호오~, 호오오~~~.

     

     여자가 머리 모양과 화장에 필사적이 되는 기분을 지금 알았다.

     이렇게까지 변하는가.

     

     그럼, 화장도 머리 모양도 액세서리도 힘내야겠어.

     사랑하는 언니와 소중한 동생에게, 예쁘게 생각되는 자신이 되고 싶으니까!

     

     "에헤헤. 레티시아님께서 눈뜨는 걸 대비해서, 계속 연습했어요."

     "정말 예뻐. 저기, 이제부터 계속 이 머리로 하고 싶어. 물론 에다가 해주고."

     "맡겨만 주세요."

     

     좋~아, 이걸로 레티시아가 에다에게 머리를 해주는 걸 매일 볼 수 있다고~!!

     

     기대~된~다~!

     하지만, 거울을 통해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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