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보상으로 원하는 게 있냐고 물어봐서, 남편을 원한다고 전했다.
왜냐면 용사와 마법사가 러브러브해서 부러웠는걸.
전사? 고릴라 마초는 별로 취향이 아닐지도.
그랬더니 첫째 왕자가 자기 약혼녀를 버리고 나와 결혼하려고 했기 때문에, 나는 악녀로 몰리게 되었다.
왜?
나는 왕자님을 보내 달라고 한 적 없는데?
게다가 약혼녀와 동시에 후원을 잃게 된 제1왕자는, 손바닥 뒤집듯 나를 비난한다.
내가 금지된 매혹의 마법을 썼을 거라고까지 떠들어대고 있다.
게다가 그것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포되었다.
어째서?
매혹의 마법을 쓸 수 있다면 남편을 소개해 달라고 말하지 않을 거야.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결국 성녀에서 해고당했어.
이제 마왕도 없고 독기가 증식할 일도 없을 테니, 성녀 자체가 불필요하겠지만.
하지만 알아챘으려나?
용사 파티의 멤버 모두가 왕가를 불신하고 있다는 것을.
◇
"왜 그러지 아리차! 아무것도 할 말이 없는 거냐!"
오오, 왕자의 도발적인 말투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
단죄하는 중이었지.
단죄라니,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
나를 해고하고 추방을 선언한 왕자님이 기뻐하고 있다.
나르시시스트구나.
기고만장한 왕자에게 한 번 물어본다.
"추방은 괜찮지만, 제게 주신다는 남편은 어떻게 되었나요?"
"아직도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저 노예를 줄 테니 마음대로 부려먹어라!"
마음대로 부려먹으라고요?
너무한 표현이네요.
슬쩍 그 노예를 쳐다본다.
전쟁노예라고 들었다.
왼팔을 잃었고, 얼굴에 큰 상처가 있다.
내가 악녀 취급을 받기 시작한 아주 최근에 온 녀석인데,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잘 섬겨주고 있다.
음, 좋은 거래가 아닐까?
"감사해요."
"이건 위자료다."
"뭘 이런 것까지."
격려금이나 퇴직금으로 불러도 상관없을 텐데, 위자료라니........
뭐, 괜찮아, 돈임에는 차이가 없으니까.
왕자가 금화가 가득 담긴 자루를 던져주었다.
꽤 많이 들어 있다.
일만 시키고 무일푼으로 내쫓았다는 비판을 피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서 떠나라!"
"신세 졌습니다."
왕자가 뒤돌아서는 순간, 발로 차버리고 싶은 유혹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수배자가 되겠지.
나 자신은 도망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없지만, 이주할 나라에 폐를 끼치면 미안하잖아.
망할 왕자 녀석.
그건 그렇다 치고, 어디로 갈까?
최소한의 준비는 하고 싶지만, 나쁜 의미로 주목을 받고 있는 왕도에서는 제대로 행동할 수 없다.
당장 떠나야 하는 분위기고.
저기가 좋겠다. 하모이론 최대의 항구도시 터프.
용사 파티가 유명하지 않을 때 한 번 들른 적이 있다.
사람 왕래도 많고, 성녀에 대한 악평도 왕도보다는 낫겠지.
"날아갈게."
"예?"
노예 군을 데리고 항구도시 터프 교외로 워프 한다.
"여, 여기는?"
"터프야. 큰 도시라서 우리도 눈에 띄지 않을 거라 생각해. 그 목걸이는 떼어낼게."
장비자의 행동을 제한하는 노예의 목걸이다.
그러고 보니 첫째 왕자 녀석, 목걸이를 벗길 때 쓰는 열쇠를 주지 않았네.
뭐, 필요 없지만.
빠각.
놀라는 노예 군.
"노예의 목걸이가 이렇게 쉽게 ......믿을 수 없어."
"왜냐면 난 성녀니까. 아, 해고당했지만."
"가, 감사합니다."
"팔과 상처도 치료해 줄게."
회복 마법으로 왼팔을 생겨나세 하고, 얼굴의 상처도 지운다.
그래 그래, 생각했던 대로의 남자다.
놀라는 노예 군.
"바, 바보 같은. 결손이나 오래된 상처는 회복 마법으로 치료할 수 없을 터 ......"
"잘 알고 있네. 하지만 난 성녀인걸. 아, 해고당했지만."
"지금 그 대사가 두 번이나 필요했을까요?"
"뭐, 괜찮잖아. 이제부터 잘 부탁해, 남편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