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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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2월 07일 19시 53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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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차! 너를 성녀직에서 해임하고, 추방 처분한다!"



     왕궁 앞 광장, 중인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단죄를 하다니.

     마왕을 퇴치한 공로자에게 내리는 이런 처분.

     게다가 왕자님 당신, 나한테 추파도 던졌었잖아.

     못하겠어, 정말 못해먹겠어.

     그냥 때려눕혀 버릴까.

     성녀에서 해고당했으니, 성녀답지 않다고 비난받을 일도 없을 테고.

     생각해 보면, 내가 성녀로 불린 게 딱 1년 전쯤이었어.



              ◇



    "...... 음?"

    "성공이다!"



     뭐지?

     눈을 떴더니, 허름한 옷차림의 남자들이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내가 있는 곳은 원형의 기괴한 문양의 중심이었다.

     낯선 곳이네.

     남자들 중 가장 지위가 높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나를 이렇게 불렀다.



    "성녀님!"

    "성녀? 내가?

    "기억이 나지 않으십니까?"

    "아무것도."



     상황을 알 수 없지만, 딱히 불안한 마음은 없다.

     어떻게든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을 말씀해 주시면 ......"

    "이름? 모르겠어."



     기억이 나지 않는 건지, 애초에 이름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름이 없으면 불편하네. 너희들이 지어줄래?"

    "예?"



     분명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남자들은 의논 끝에 한 가지 결론을 내린 것 같았다.



    "아리차 님이라는 이름은 어떨까요?"

    "귀엽게 들리네. 마음에 들어."



     나는 아리차.

     소중한 것이 늘어난 것 같아서 기뻐.



    "성녀님께서는 전송되기 전의 세계에 대해 기억하고 계시는 게 있으십니까?"

    "전송 전의 세계? 아니, 아무것도 몰라."

    "그러셨습니까. 그럼 죄송합니다만, 저희의 사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흠흠, 이곳은 하모이론이라는 나라이며, 최근 독기가 많아져 몬스터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큰 신력을 가진 성녀라는 존재를 찾고 있다고 했다.



    "그 성녀가 나라는 뜻?"

    "그렇습니다."

    "신력 같은 건 전혀 모르겠는걸."

    "마도 테스터를 통해 아리차 님한테서 엄청난 신력을 감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그 신력의 사용법을 모르시는 것뿐이라 생각됩니다."

    "그랬구나. 나는 어떻게 하면 돼?"

    "신력을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배워 주셨으면 합니다. 그 후 독기의 정화와 몬스터 퇴치에 종사해 주셨으면 합니다."

    "알았어. 전부 말한 대로 할게."

    "괘, 괜찮으십니까?"



     뭘 망설이는 걸까?

     그 때문에 부른 거 아니었어?



    "저희의 사사로운 사정으로 아리차 님을 소환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아리차 님에게도 자기 생활이 있었을 텐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니 괜찮아."

    "기억을 잃으신 것 같군요. 일종의 소환 사고인 것 같은데, 더욱더 죄송합니다."

    "하모이론은 내 신력이 필요하신 거지? 그렇다면 내가 도움이 될게.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너희들도 내 힘이 되어 줄 수 있겠니?"

    "물론입니다!"

    "아아, 성녀님!"



     흐흥, 뭔지는 모르겠지만 머물 곳은 확보했다.

     신력 같은 걸 제공하여 윈윈이라는 거다.

     여러 가지를 가르쳐 준다고 하니, 인생을 즐겨보자.



              ◇



     신력의 요령을 익힌 뒤에는 주로 몬스터 퇴치에 나섰다.

     성녀는 레벨이 올라가는 속도도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고 한다.

     처음엔 쉬운 몬스터조차도 [울트라 고저스 성녀 빔]으로만 쓰러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곧 성녀 뿅망치로 쓰러뜨릴 수 있게 되었고, 이윽고 쉬운 몬스터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게 되었다.



     이후 용사, 전사, 마법사와 함께 마왕 토벌의 여정을 떠났다.

     처음에는 서로 발목을 잡았지만 점차 협력하여 싸울 수 있게 되고, 나중엔 무쌍하게 되어 마침내 성녀의 따귀 한방에 마왕을 쓰러뜨렸다.



     하모이론의 모든 사람들이 기뻐했다.

     성녀로 불려서 좋다고 생각했다, 그때에는.

     그것이 불과 한 달 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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