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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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31일 22시 09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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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3년 후.



     내가 선택한 것은 세 번째 운명이었다.

     결국 엘리엇 님을 구하지 않았다.

     왕위 계승권이 없다고 해도 여기저기 씨앗을 뿌려대는 것은 국난의 원흉이라고 아버지께서 호소하셔서, 엘리엇 님에게는 단종형이 추가되었다.

     나는 뭘 했냐 하면, 성녀 히카리 님은 연루되었을 뿐 죄가 없으니 용서해 달라고 부탁했다.



     ...... 이제 엘리엇 님과 성녀 히카리 님 사이에 아이가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특히 평민층에 큰 영향력을 가진 성녀 히카리 님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캐롤라이나."

    "딘 님."



     나는 왕세자 딘 님의 세자비가 되었다.

     장차 왕비가 될 것이다.



     딘 님은 왕비 교육 때 만나면 항상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주셨다.

     달콤한 미소가 취향인 것도 있어서, 오래전부터 은근히 연모했던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엘리엇 님보다 훨씬 더.

     그리고 나를 버린 엘리엇 님에게는 악감정도 있었다.

     흐름에 맡기고 엘리엇 님의 처분을 막지 않은 이유다.



     딘 님에게는 엘리엇 님 같은 가호도, 카리스마도 없다.

     통치 능력도 엘리엇 님보다 훨씬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딘 님 통치하의 로일홀 왕국에는 혁명이 일어날 미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미래는 성녀 히카리 님이 곁에 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나도 혁명의 가능성을 알고 있다.



     엘리엇 님과 같은 로일홀 왕국의 영구적인 평안 따위, 나는 원하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평화롭고 행복하면 되는 것이다.

     아아, 속 좁은 나도 여왕의 그릇은 아니겠네요.

     하지만 적어도 내 행복을 위해 통치를 배워 딘 님을 도와드리자.



    "또 공부야? 캐롤라이나는 참 열심이네."



     조금이라도 딘 님과의 행복한 시간을 더 오래 지속시키고 싶어서다.

     얄팍한 마음가짐이다.



    "아뇨, 얼마 전 성녀 히카리 님을 만났을 때, 투서함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받아서요."

    "투서함?"

    "시중의 솔직한 의견을 모으는 거예요."



     적어도 민초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어필은 될 것이다.

     예산도 거의 들지 않는다.

     좋은 의견이라도 나오면 돈도 벌 수 있다.



    "흠? 뭐, 똑똑한 캐롤라이나가 하는 일이니. 한 번 시도해 봐."

    "감사해요. 혹시 유용한 시책이라도 있으면 ......

    "그래, 아버지와 재상한테 그렇게 말해둘게."



     딘 님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딘 님만이 아니다.

     혁명의 미래를 몰랐다면, 나도 대신들에게만 의존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안 된다.

     딘 님은 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딘 님이 그 임무를 감당할 수 없다면, 내가 백관을 통솔하면 된다.

     소소한 행복을 위해서.



              ◇



     ---------- 또다시 10년 후. 운명의 신은 중얼거린다.



     그 아이는 내가 제시한 미래를 거부하고 더 이기적인 운명을 개척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로일홀의 여왕이 되어버렸네.

     메이든스킬 왕조의 창시자라니.

     훌륭하다, 이런 일도 있기에 인간은 재밌어!



     다행히 부부 사이는 좋은 것 같다.

     딘도 적성에 맞지 않는 정치에 손을 대지 않고, 좋아하는 그림만 그리면 되니 만만세다.

     그 캐롤라이나라는 아이는 자신에게 가장 좋은 미래를 붙잡았다.



     올해 그 애들 중 장남이 열 살 성년식을 맞이한다.

     운명의 신인 나를 즐겁게 해 준 사례다.

     가호를 내려주마.

     이제 장남의 대까지는 안녕하겠지.



     악몽이 아닌 좋은 꿈을 꾸도록 해라.

     


     


    "안녕, 여왕 폐하."

    "그만하세요. 캐롤라이나라고 불러주세요. 신작인가요?"

    "그래, '행복과 양분'이라는 작품이야. 행복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희생이 필요하다는 주제인데, 어때?"

    "...... 딘은 현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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