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
    2024년 01월 31일 22시 08분 1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로일홀 왕국에는 '태양 아래의 악몽'이라는 말이 있다.

     갑작스러운, 특히 좋지 않은 사건을 뜻하는 의미다.

     나에게 있어서 학원의 봄맞이 파티에서 일어난 일은, 그야말로 '태양 아래의 악몽'이었다.



    "캐롤라이나 메이든스킬 공작영애. 나는 이 자리를 빌어 그대와의 약혼을 파기한다!"



     엘리엇 왕세자님의, 동요가 느껴지지 않는 차분한 목소리가 홀에 울려 퍼졌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했다.

     엘리엇 님이 나와의 약혼을 파기한다니?

     어째서? 우리 둘은 잘 해오고 있었잖아?



    "새롭게 성녀 히카리를 나의 약혼녀로 삼겠다!"



     이어진 말에, 고요하던 파티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성녀 히카리 님?

     엄청난 신력을 가진 근래에 보기 드문 뛰어난 성녀라고 들었는데, 평민이잖아!

     내가 무식한 평민보다 왕태자비로서 못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엘리엇 님은 왕세자비 교육을 3년 동안 받은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엘리엇 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조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안 되지, 나는 숙녀로 있어야 하는데.



     애초에 메이든스킬 공작가의 후원을 받지 않고 왕세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독단적인 엘리엇 님에게 불만을 가진 귀족들은 많다.

     제2왕자 딘 님을 옹립하려는 자들에게 그럴듯한 핑계만 주게 되는 것 아닌가.



     그건 그렇고, 엘리엇 님은 성녀 히카리 님과 정을 통했을까?

     그런 기미도 보고도 없었지만.

     아니, 성녀 히카리 님도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것은 또 엘리엇 님의 독단?



     왕세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무겁다.

     뒤집어질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약혼 파기, 확실히 승낙했습니다."



     나도 고위 귀족의 긍지는 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대답했다.



     의문은 있다.

     우려도 있다.

     엘리엇 님이 메이든스킬 공작가를 소홀히 하고도 과연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평민인 성녀 히카리님의 왕태자비 교육이 제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애초에 이것이 신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일일까?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그대를 버리고 성녀 히카리를 약혼자로 삼은 이유 말인가?"

    "네."

    "왠지 모르게다."



     참가자들의 실망한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건 다르다.

     엘리엇 님은 가호(加護)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열 살이 되어 신의 축복을 받는 성년식에서, 수만 명에 한 명꼴로 신의 가호를 받는 경우가 있다.

     '성녀'의 가호를 가진 히카리 님이 그 대표적인 예다.

     엘리엇 님의 가호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약혼녀였던 나는 알 기회가 있었다.

     '직감'의 가호다.

     보통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사건이나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엘리엇 님이 '왠지 모르게'라고 했다.

     아마 '직감'으로 알았기 때문에, 최적의 해답을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나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성녀 히카리 님과 약혼하는 것이 최적의 해답?

     자신의 왕태자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혼란이 눈에 선하잖아.



     엘리엇 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받아들여줘서 고맙다. 역시 캐롤라이나다."

    "아니요. 엘리엇 님의 행복과 로일홀 왕국의 번영을 위해서라면야. 저는 이만 퇴장하겠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많다.

     하지만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



     ---------- 그날 밤.



    [캐롤라이나 메이든스킬. 잠시 괜찮을까?]

    "으음 ......"



     역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파티날 밤, 꾸벅거리며 멍하니 앉아 있을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람? 이럴 때 .......

     어? 모르는 목소리? 수상한 사람?



    [아, 걱정 마라. 나는 운명의 신이야. 네 꿈에 실례하고 있다]

    "운명의 신 ...... 님?"

    [그래. 오늘 봄맞이 파티가 힘들었지? 몸은 그대로 쉬는 게 좋겠어]



     그렇구나, 꿈속인 것 같다.

     푹신거리는, 정말 묘한 기분이다.

     운명의 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그곳에 계신다는 느낌은 있다.

     말투는 가벼워 보이지만, 그 말은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것 같다.


    728x90

    '연애(판타지) > 약혼파기된 나에게 모든 것이 맡겨졌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3  (0) 2024.01.31
    2  (0) 2024.01.3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