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무슨 일 있어? 도로시 양을 괴롭힐 정도의 안건이라면 내가 도울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겸손하시네요. 실은 마도구에 관한 것이에요."
역시 어려운 안건이었다.
귀네스 경의 제자 도로시 양이 눈살을 찌푸릴 만한 마도구인데, 내가 뭘 할 수 있겠느냐는 거지.
"설명이 부족했네요. 마도구의 연구에 관한 것이에요."
"연구?"
"네. 저는 귀네스 님의 제자로서 마도구와 약초의 연구에 몰두하고 싶어요. 하지만 론즈데일 백작가를 물려받아야 하는 제 신분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아서요."
그렇구나, 아무리 도로시 양이 아무리 뛰어나도 몸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아, 떠올랐다!
하지만 도로시 양은 어떻게 생각할까?
뻔뻔하지 않을까?
아니, 가장 승산이 있을 것 같은 여기서 승부하지 않으면 언제 승부하겠어.
용기를 내라!
"좋은 방법이 있어."
"어머, 어떤 방법인가요?"
"내가 론즈데일 백작가에 데릴사위로 들어가면 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기회다.
도로시 양이 이해하기 전에 밀어붙여라!
"그러니까 도로시 양한테는 마도구의 연구와 영주의 일,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이 주어져 있는 거지?"
"네."
"그중 하나인 영주의 일을 나에게 맡기라는 거지."
"어, 저기......"
"알고 있겠지만, 정치학이나 경영학 성적이라면 나는 그렇게 도로시 양에 뒤지지 않아. 인맥이라면 도로시 양보다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해."
"네, 저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물론이지!"
통했다!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
싱긋 웃으며 도로시 아가씨가 말한다.
"넬슨 전하께서 데릴사위로 와주신다면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은 없을 것이에요. 우리 론즈데일 백작가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 폐하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겠어요."
◇
---------- 귀네스의 마도 연구소에서.
귀네스 선생님은 '마도 고문'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
물론 이런 직책은 선생님이 유일하며, 신분은 백작에 해당한다.
필수적인 직무가 있는 것은 아니고, 마법의 단어와 마도구를 연구하고 있다.
...... 놀게 놔두는 대신, 발명발견의 권리에 조금은 국가를 개입시킨다.
또 유사시에는 협력하라는 직책인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대우를 받는 귀네스 선생님 대단해.
그리고 선생님의 자리는 꽤나 한가한 자리이기도 하다.
"어땠어? 어땠어?"
"제대로 걸려들었어요. 선생님 덕분이에요."
"오예!"
무슨 말인가 하면, 내 약혼남의 일이다.
'날 인정하게 해 봐'라는 조건이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대시하는 영식의 수준들이 낮았다.
약혼 상대로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질적으로는 어떨까 하는 느낌.
게다가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분은 도전하지 말았으면 한다.
론즈데일 백작가의 후계자로서, 그 정도로 괜찮을 리가 없는 것이다.
학원 졸업까지 2년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후보자는 줄어드는 법.
나도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같은 학년의 넷째 왕자 넬슨 전하를 목표로 삼았다.
성격, 신분, 성적 등 모든 것이 완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는 왕족이고 나는 여자.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고, 대체로 상스럽다.
고민 끝에, 얼마 전 귀네스 선생님께 상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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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드디어 도로시도 상대를 정했구나. 누군데?]
[결정했다고나 할까. 넬슨 전하가 좋다고 생각해서요]
[넬슨 전하? 완전 쉽지]
[네?]
완전 쉽다고 한다.
어째서?
[같은 반이잖아? 예쁘고 우수한 도로시가 신경이 쓰이지 않을 리가 없어]
[그, 그런 ......]
[그 뛰어난 머리로 생각해 보렴. 넬슨 전하가 공작으로 신분이 내려갈 일은 없지 않겠어?]
[그야 없겠지요]
공작령을 설치할 수 있을 만큼 광활한 잉여땅이 없다.
애초에 측비의 자식인 넬슨 전하는, 가신의 데릴사위나 타국의 공주와 인연을 맺는 것이 정해진 노선인 것 같다.
[도로시는 착한 아이라고 틈만 나면 폐하께 말씀드리고 있으니, 왕실은 절대 반대하지 않아]
[네에?]
귀네스 선생님이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니.
부끄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