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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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30일 15시 39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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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왕 폐하의 여동생으로, 이웃나라 야루라에 시집갔던 귀네스 님이다.

     남편을 잃고 얼마 전 마이스카프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번 약혼 파기 사건의 뒷얘기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며,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에게는 얼굴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점쟁이 역할을 부탁했던 분이다.



    "코델리아도 참 정말 재밌는 아이구나. [역시 왕위 계승권 박탈에 평민으로 전락시키고 고자로 만들어 광산으로 보내나요?]라니. 말문이 다 막혔지 뭐니."

    "......"



     부끄럽다.

     보고는 들었지만, 딸의 가학성이라는 것을 여태껏 잘 몰랐기 때문이다.

     온순한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면이 있을 줄이야.

     확실히 왕세자비에는 어울리지 않다.



    "그래도 괜찮아. 칼라일은 성격은 좋지만, 좀 엉뚱한 아이니까. 코델리아와는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아. 코델리아가 너무 솔직하다는 점도, 의심쟁이 칼라일의 아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거란다."

    "고모님께서 칼라일 전하를 추천하셨습니까?"

    "코델리아의 시녀가, 외국이라면 야루라가 좋다는 의견을 냈어. 거기에 편승한 것뿐이란다."



     야루라 왕국 제3왕자 칼라일 전하는, 뭐 가벼운 왕자라는 인상이 있다.

     머리는 좋겠지만.

     다만 성실하고 강직한 야루라에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고, 언젠가 망하지 않을까 싶은 전망 때문에 국내에서의 약혼녀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칼라일은 나쁜 아이가 아니야. 능력은 있는데 측비의 아이라 가볍게 보는 바람에 삐진 것뿐이니까."

    "흠, 고모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코델리아 양의 시집처로 삼으면 괜찮아 보이는군요."

    "코델리아한테 쥐어흔들려 봐야 제정신을 차릴 게야."

    "......"



     이거, 코델리아의 가학성을 기대하는 것일까?

     하나도 납득할 수 없지만.

     행복해졌으면 좋겠는데........

     한숨을 내쉬었다.



              ◇



     코델리아는 야루라 왕국의 새 공작 칼라일의 아내가 되었다.

     마이스카프와의 교역량이 늘어나면서, 칼라일은 명영주로 칭송받았다.

     또한 사교계에서도 칼라일과 코델리아의 화목한 관계는 유명세를 탔다.



     ----------



    "여보."

    "!"

    "움찔거리지 마세요."

    "어, 어어, 코델리아구나."



     움찔거리지 말라고는 하지만, 칼라일 님은 그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무슨 일이야?"

    "좋은 차를 구해왔어요. 여보랑 함께 마시려고요."

    "좋아."



     칼라일 님은 여자관계가 화려하다고나 할까, 누구에게나 잘해주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조사하고서 제각기 정중하게 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모두들 잘 이해해 주셨던 것 같네요.

     그 후로 칼라일 님은 겁에 질린 표정을 짓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런 표정을 좋아한다는 걸 아시고 신경을 써 주시는 것 같아요.



    "아, 좋은 향기네요"

    "그래...... 나는 너에게 고개를 들 수가 없어."

    "교역 때문인가요? 마이스카프 왕국에서 저를 맞이한 것은, 우호 관계와 교역을 원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에요."

    "아니, 교역 건도 있지만......"



     있지만, 그다음은 무엇일까요?

     칼라일 님이 빙그레 웃는다.



    "행복의 형태란 스스로 예상치 못한 곳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어."



     칼라일 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이작 님의 약혼녀였을 때, 지금과 같은 평온함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저에게는 왕비보다 칼라일 님의 아내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칼라일 님의 뒤로 돌아서서 가볍게 포옹을 합니다.



    "여보."

    "어어, 오늘 코델리아는 참 귀엽네."

    "평소의 저는 어떻길래요?"

    "뭐? 평소에는 위엄이 있고 믿음직스럽지, 응."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네요.

     아니, 이것도 내가 모르는 행복의 형태일지도 모르겠어요.

     앗, 아이작 님께서 말씀하셨던 '진실한 사랑'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합니다.

     


     


     ---------- 모건 리스 자작의 시점.



     자작으로 승작된 것은 좋지만, 사위가 곤란하다.

     시를 읊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케이시는 대체 어디가 좋았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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