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이유라고 비웃어도 돼. 하지만 우리 가문으로선 농담할 기분이 아니야."
"아~ 제이콥 전하라면 그 민감한 영식 말이네요."
"그렇지? 거기서 눈매 하나로 제이콥 전하를 쫓아낼 수 있는 스테이시 양이 나설 차례다."
"어머나......."
설마 정말로 광견으로 불리는 내 눈매가 좋게 평가받게 될 줄이야.
예상 밖이었습니다.
"스테이시 양은 아름답기도 하고."
"네?"
부끄러워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알버트 님.
그런 반응을 보이면 오히려 제가 더 부끄럽잖아요.
그 밖에도 왕가의 경계를 받지 않기 위해 가문이 낮은 곳에서 약혼자를 선택해야 했다던가, 공작가의 영토와 경제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티크 자작가의 위치, 그리고 알버트 님을 상대로 단호하며 비굴하지 않았던 영애가 거의 없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설명을 들으니 납득이 가네.
"가장 괜찮다고 생각한 것은, 스테이시 양의 멘탈이다."
"정신력이요?"
"내 약혼녀가 되면 가문 차이도 있으니, 비꼬는 소리도 들을 거라고 생각해. 또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우리 가문의 하인도 자작가의 약혼녀라면서 무시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예상되고. 스테이시 양이라면 그런 건 좆도 아닌 일이겠지?"
"좆도 아니네요."
어머 이런, 숙녀답지 않은 말이었네요.
아하하호호호 하며 서로 웃는다.
"충분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수 있도록 아버지와 상의해 볼게요."
"그래!? 자작한테도 잘 부탁한다."
◇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알버트 세이버헤겐 공작 영식과 스테이시 치크 자작 영애의 약혼이 발표되었다.
두 사람의 약혼은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졌고, 강자에게 굴하지 않는 정의로운 아가씨가 행복을 거머쥐었다며 '스테이시 붐'이 일어났다.
---------- 티크 자작가의 영애 스테이시 시점.
앨버트 님이 놀린다.
"스테이시는 '광견영애'라고 불린다며?"
"누가 그런 소리를 했나요. 누가 알버트 님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확 패줘야겠어요."
"제이콥 전하다."
"...... 때리면 장애가 생길 것 같네요. 쓸데없는 말을 하면 전하의 여성 편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신문 기자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질 거라 말씀해 주세요."
"갑자기 온건해졌네."
서로 아하하하 웃는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있는 것 같다.
알버트 님은 친절하다.
"그보다, 스테이시가 약혼녀가 된 이후로는 제이콥 전하가 조용해져서 살겠어."
"그거 다행이네요."
제이콥 전하께서는 쓸데없는 일로 트집을 잡아서 성가시다.
왕족답게 차분한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
"스테이시도 이제 곧 졸업이구나."
"네, 이후로는 잘 부탁드려요."
내 학원 졸업을 기다렸다가 결혼을 하게 된다.
"두근두근하네"
"두근두근하네요."
"어? 네가?"
"인생의 일대 사건이니까요. 상대가 알버트 님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기쁜 말을 해주네."
알버트 님의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든다.
"나는 웬만해선 제 행동을 거의 후회하지 않는 편이지만,"
"흠?"
"알버트 님의 약혼 제의를 두 번이나 거절했던 것은 후회하고 있답니다."
"아니, 그건 우리도 잘못했어. 빨리 직접 만나서 설명했어야 했는데."
알버트 님이 꼭 안아준다.
"소통은 중요하구나."
"그래요."
"스테이시와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어."
"네."
알버트 님이 반짝거리는 귀공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멋진 분일 줄은 몰랐다.
역시 대화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스테이시도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어."
"뭘요?"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사모하고 있답니다."
"고마워."
알버트 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지만, 안아주는 그 힘으로 그 마음이 전해진다.
나는 행복하다.
---------- 왕궁에서.
"제이콥이여. 그대도 놀고만 있지 말고, 슬슬 제짝을 찾아보도록 하라. 이것은 왕자로서의 책무이니라."
"알고는 있습니다만 ......"
"음?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만나는 아가씨마다 모두 스테이시 교도라서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