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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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28일 20시 05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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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죠?"

    "잘 모르겠다. 알버트 쪽이야말로 짐작 가는 바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짐작 가는 것이라 해도......"



     바보 같은 이야기지만, 나에게는 급히 약혼녀를 정해야 하는 사정이 있다.

     요즘 내가 '약혼하고 싶은 영식' 1순위로 계속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간단히 말하자면 제2왕자 제이콥 전하가 나를 질투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약혼녀를 정하지 못한 탓에 계속 2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딱히 짐작 가는 사정은 없는데요."

    "그래?"



     스테이시 티크 양을 내 약혼녀 후보로 삼은 것은, 어떤 의미로 소거법이었다.

     예를 들어 미모의 고귀한 귀족 아가씨를 약혼녀로 삼으면 제이콥 전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실지 모른다.

     자칫 잘못해서 제이콥 전하가 왕이 된다면, 이 일을 빌미로 화를 입힐지도 모른다.

     우리 가문은 창립 이래로 왕실과의 관계가 미묘하기 때문이다.

     세이버헤겐 공작가의 위기다.



     그렇다 해도 고위 귀족이지만 팔리고 남은 영애는 좀 그렇고.

     오만하다든가, 머릿속 꽃밭이라든가, 낭비벽이라든가, 하자 있는 물건들뿐이니까.

     왕가의 경계심을 사지 않기 위한 의미도 있어서, 백작가 이하의 가문에서 약혼녀를 고르는 것은 결정사항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지 않냐고?

     그렇지 않단 말이지.

     백작가 이하에서 약혼녀를 얻으면, 나와의 신분 차이도 있는데 왜 그 아이냐고 제이콥 전하가 물어볼 게 뻔하니까.

     설마 그분이 혼자 웅얼거리고 말 리도 없으니, 결국 내 약혼녀에게는 강한 정신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스테이시 양은 나보다 한 학년 아래라서 크게 접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테이시 양은 어떤 의미로 유명인이다.



    [왕족인데 모르세요? 왕립학원에서는 신분의 상하가 없다는 게 원칙이잖아요?]

    [성별이 중요한가요? 능력이 아니라?]

    [그게 공평해요? 거기에 정의가 있나요?]



     사나이 같다고 해야 하나, 통쾌하다고 해야 하나.

     상대의 신분에 상관없이 돌직구를 날리는 스트롱 스타일은, 은근히 영애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스테이시 양과 같은 학년인 제이콥 전하가 그녀를 싫어한다는 정보도 있다.

     내 왕비로서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이었다.



    "제이콥 전하가 이 정도로 고집이 세지 않았더라면"

    "아버지, 그건 말해도 어쩔 수 없는 일라고요"

    "하하, 알버트 말이 맞구나. 그건 그렇고 ......."



     티크 자작가가 왜 거절한 걸까?



    "...... 티크 자작가는 오래된 가문이다. 상급자의 제의는 한번 거절하는 것이 오랜 관례라고 들은 바가 있지."

    "그렇군요, 송구스럽다는 뜻에서 거절했다는 거군요"

    "그래, 다시 한번 제의해 보자."



              ◇



     ---------- 티크 자작가의 영애 스테이시 관점.

     

    "어? 왜요?"

    "내가 알겠냐."



     어째선지 또다시 세이버헤겐 공작가 알버트 님으로부터 약혼 신청이 들어왔다.

     이유를 모르겠다.



    "알버트 군은 인기가 많다며?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그런 말은 듣지 못했어요. 알버트 님 같은 귀공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면 반드시 화제가 될 텐데요."



     적어도 학원에서는 아무 일도 없는 것 같다.



    "그보다 아버님 쪽에서는 뭔가 못 들으셨어요?"

    "세이버헤겐 공작가에 대해서? 몰라. 아니, 미안하다. 이미 끝난 이야기인 줄 알았기 때문에 공작가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거든."



     이해한다.

     나도 알버트 님과의 이야기가 다시 거론될 줄은 몰랐으니까.



    "학원에서는 어떤데?"



     어떠냐고 물으셔도.

     학년이 다르기 때문에 거의 접촉할 일이 없고.



    "앗! 혹시 알버트 님이 나에게 첫눈에 반한 것은?"

    "와하하하하! 스테이시는 농담도 잘하네."

    "또 제 눈빛에 넋이 나갔다는  사람이 있다는 걸까요?"

    "알버트 군이랑 얘기해 본 적은 있고?"

    "학원제 파티에서 인사했을 때 정도일까요?"

    "스테이시는 그 한순간에 알버트 군을 사랑에 빠뜨릴 자신이 있느냐?"

    "......"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럼 세이버헤겐 공작가나 알버트 님 중 어느 쪽인지 알 수는 없지만, 왜 나한테 집착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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