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편2024년 01월 20일 19시 26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그래서, 이야기란 어떤 거예요 ......?"
이 왕국의 셋째 왕자인 코르테스에게서, 하굣길에 할 이야기가 있다며 왕가의 마차로 불려 간 약혼녀 자클린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마차에 동승한 사람은 코르테스와 자클린 외에, 마부를 제외하면 코르테스의 시종 스테판만 있다.
조금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코르테스는 겸연쩍은 듯 눈을 내리깔며 입을 열었다.
"아, 그거 말인데....... 매우 미안하지만, 너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싶어."
"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눈을 동그랗게 뜬 자클린에게 코르테스는 다소 빠른 속도로 말을 이어갔다.
"미안. 네 잘못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 ......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끌리는 아가씨를 만나게 되어서 말이야."
눈물을 글썽이는 자클린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코르테스는 다소 냉랭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통통한 ...... 체형이라기보다는 약간 통통한 체형에, 사이즈가 큰 드레스도 허리 부분이 괴로워 보이는 인상이다. 이중턱을 제외하면 단정하다고 할 수 있는 얼굴은, 하얀 피부에 군데군데 붉은 뾰루지가 나 있지만 특별히 이를 감추기 위한 화장도 하지 않았다. 소박하며, 순수하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빼어나지 않은 평범한 한 아가씨의 모습이 눈앞에 있었다.
학교 성적도 중위권이다. 춤도 별로 자신감이 없는지, 권유를 받아도 코르테스 외의 사람과는 춤을 추지 않는다.
(...... 예전에는 그렇게나 귀엽고 똑똑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코르테스는 옛날의 자클린과 지금의 그녀와의 차이를 아쉬워하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코르테스가 자클린을 처음 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두 사람이 아직 9살이었을 때 왕실 주최의 유원지 파티에서였다. 자클린의 아버지인 백작이 데리고 온 어린 자클린을 본 코르테스는 한눈에 반해버렸다. 가냘프고 날씬한 몸매에 도자기처럼 매끈한 피부에다 눈부신 금발은 느슨한 웨이브를 그렸으며, 자수정처럼 반짝이는 부드러운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자클린은 마치 요정처럼 아름다웠다. 그녀의 청순한 모습을 보자마자 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은 코르테스는 바로 그녀에게 달려가 말을 걸었고, 9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지식도 풍부하고, 이야깃거리도 풍부하고, 똑똑하고, 잘 웃는 모습을 보였다. 자클린에게 완전히 반한 코르테스는 아버지 왕과 많은 손님들 앞에서 자클린과 장차 결혼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이미 시종이었던 스테판이 황급히 코르테스를 말리려 했고, 국왕도 쓴웃음을 짓는 가운데 자클린도, 그녀의 아버지도 당황스러워했다. 하지만 절대 그녀와 약혼할 것을 굽히지 않고 자주 자클린의 집을 찾아온 코르테스에게, 결국 아버지인 왕도 굴복했다. 자클린도 백작가의 딸로서 왕족의 약혼 제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약혼이 성사된 것이다.
당시의 코르테스는 자클린과의 약혼으로 하늘로 솟아오를 듯한 기분이었다. 시종인 스테판을 데리고 왕국 최고의 인기 과자를 매번 들고서, 3일도 지나지 않아 매번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 코르테스의 이 습관은 자클린과 약혼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약혼을 파기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 이어져 왔다고 해야 할까.
코르테스 일행의 방문에 항상 기쁜 표정으로 볼을 붉히던 자클린은 매우 솔직하고 마음씨 좋은 아가씨였다. 그런 점에서 코르테스의 판단은 옳았다. 그리고 세상물정 모르고 남의 말을 의심하지 않는 순한 성격의 그녀는, 코르테스가 보기에 꽤 온실 속 화초 같은 소녀였다.
하지만 성장한 그녀가 이렇게 될 줄은 코르테스에게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고, 기대에 못 미치는 일이기도 했다.
(사람은 세월이 지나면 변하는 법이구나. ...... 나도 결정을 너무 빨리 내렸어).
코르테스의 괴로운 마음이 커진 것은, 학교에서 아름답고 재능 있는 많은 아가씨들을 보게 되면서부터다. 그들과 자클린을 비교할 때마다 조금씩 그녀에 대한 마음이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코르테스도 자클린의 인품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코르테스의 투덜거림에도 끝까지 함께해 주는 차분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힐링이 되었고, 또 그녀와 만나는 시간이 일상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는 계속 그녀와의 약혼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드디어 그런 코르테스의 마음을 크게 흔들어 놓는 아가씨를 만나게 되었고, 학교 졸업도 다가오면서 코르테스는 자클린과의 약혼을 파기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이 약혼 파기는 내가 일방적으로 한 것이고, 전적으로 내 책임이야. 너에게는 가능한 한 앞으로의 결혼 생활 등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할게. 물론 거액의 위자료도 지불할 테고. 그러니 ......."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자클린은 부드러운 자신의 하얀 손바닥으로 코르테스의 양손을 부드럽게 감쌌다.
"어머나 ......! 코르테스 님께서는 운명을 느낄 수 있는 아가씨를 만나셨다는 말씀이시네요?"
"마, 맞아."
"그것은, 축하드립니다......! 저따위는 상관없어요. 코르테스 님이 운명의 상대를 찾았다면....... 부디 그 분과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 미안해. 고마워."
두 눈에 눈물을 그렁거리며 미소 짓는 자클린에게서 원망 섞인 말이라도 들을 줄 알았던 코르테스는, 얼굴을 붉히며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마 슬픔을 참으며 나를 축복해주고 있는 것이겠지....... 좋은 여자이기는 한데.......)
이제 자클린에 대한 이성으로서의 애정은 사라졌지만, 이토록 배려심이 깊고 인품이 좋은 여성은 드물 것이다. 코르테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묘하게 뒤가 켕기는 듯한 생각은 가슴에 묻어두고 자클린을 그녀의 집 앞까지 배웅해 주었다.
***
자클린은 코르테스의 마차에서 내리고서, 마중 나온 시녀 안나를 눈물을 흘리며 끌어안았다.
"어떡해, 안나. 코르테스 님이 약혼을 파기했어......!"
"어머, 아가씨. 세상에나 ......"
자클린은 금이야 옥이야 하며 자란 규중영애다. 그리고 솔직함이 장점이기도 한데, 너무 솔직하다는 것은 단점이기도 하다고 안나는 생각하고 있다.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절대 왕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주의를 기울이는 자클린을, 안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계속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는데도 아가씨가 이런 일을 당하게 될 줄은 ......)
순수하고 착한 자클린은 집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런 그녀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에, 안나는 이를 악물고 억울한 마음에 자클린을 꼭 껴안았다.
하지만 자클린의 다음 말을 듣고서, 안나는 무심코
"네엣?"
이라고 중얼거리며 눈을 크게 뜨는 것이었다.728x90'연애(판타지) > 규중영애의 헌신과 변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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