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후편(2)
    2024년 01월 20일 20시 59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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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클린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어색해서 한동안 피했던 코르테스가 리나리아와 약혼을 맺은 후, 우연히 학교에서 자클린을 만난 것은 그녀와의 약혼 파기 후 약 6개월이 지난 후였다.



    코르테스는 자클린의 모습에 눈을 크게 뜨고서, 자신이 보고 있는 현실을 믿을 수 없어 입을 쩍 벌렸다.



    "너, 자, 자클린 ......?"

    "어머, 오랜만이네요. 코르테스 님."



    눈앞에서 활짝 웃는 자클린은, 완전히 날씬해져서 다른 사람처럼, 아니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아름다워졌다. 원래의 단정한 얼굴에는 옅은 화장이 잘 어울렸고, 여드름도 깨끗하게 치료된 상태였다. 그녀를 짝사랑하는 듯한 눈빛으로 쫓아다니는 남학생들이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이 눈에 띈다.



    코르테스는 입을 뻥긋거리면서도, 방금 발표된 기말고사 성적 순위표를 올려다보았다. 순위표 주변에는 인파가 몰려 있다.

    11위에서 리나리아의 이름을 발견했다. 코르테스는 이번에는 선전했지만 13위다.

    문득 코르테스가 시선을 올리자, 학년 1위 자리에는 자클린의 이름이 있었다.



    "......!"



    놀라는 코르테스에게, 자클린은 우아하게 인사를 건네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옆에 있던 친구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코르테스는 자신의 옆에 서 있던 리나리아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와 약혼하기 전까지는 주위가 안 보였지만, 주변에서 사랑받는 자클린과 달리 리나리아는 친한 친구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그것도 처음에는 보호본능을 자극하였지만, 이는 그녀의 모난 성격에서 비롯된 것임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코르테스도 점점 리나리아와 함께 지내는 것이 답답해졌고, 저녁 무렵이 되면 점점 무너지기 시작하는 그녀의 두꺼운 화장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왠지 순위에 불만을 품고 있는 듯한 리나리아는 오늘도 기분이 나쁠 것 같다. 약혼한 이후의 그녀는 코르테스에게도 거리낌이 없어지고 있었다. 코르테스는 평온한 자클린과 함께 보냈던 시간이 눈물이 날 정도로 그리워졌다.



    과거를 떠올리며 멍하니 코르테스가 마차로 향하는 순간, 스테판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클린의 모습이 보였다.

    코르테스의 모습을 알아본 자클린은 스테판에게 손을 흔들고서 떠나갔다.



    코르테스는 화가 나서 스테판을 노려보았다.



    "뭐야, 스테판. 자클린이 저렇게 다시 아름다워졌다는 걸 알고 있었어?"



    스테판은 코르테스의 말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아, 그야 물론이죠. 제 약혼녀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뭐!?"

    "...... 코르테스 님이 리나리아 님과 약혼하신 거의 같은 시기에 자클린 님과의 약혼을 보고 드렸잖습니까. 하지만 그 당시의 당신은 리나리아 님과의 약혼에 열중해 있었기 때문에 제 말도 흘려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



    그러고 보니, 확실히 코르테스는 스테판으로부터 약혼했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그가 드디어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마침내 했구나 싶었던 기억은 있지만, 그 상대가 그 자클린이었을 줄이야.



    뒤늦게나마 그 부러움에 눈에서 광채가 사라진 코르테스에게, 스테판이 웃으며 말한다.



    "생각해 보면 자클린 님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코르테스 님 덕분이었군요. 자클린 님과의 결혼을 권유해 주신 것도 당신이었으니까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



    스테판은 힘없이 웃는 코르테스를 마차에 태우고 왕성으로 향했다.



    ***

    "안나, 오늘 하굣길에 스테판 님을 만났어."



    웃으며 기뻐하는 자클린에게, 안나도 미소를 되돌려 주었다.



    "그거 다행이네요....... 코르테스 님과의 약혼 파기 후 '더 이상 스테판 님을 만날 수 없다'며 슬퍼하는 자클린 님의 말을 들었을 때에는 그쪽이었냐며, 놀랐지 뭐예요. 하지만 코르테스 님이 약혼을 파기해 준 덕분에 스테판 님과 약혼할 수 있었으니, 인생이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법이네요."

    "코르테스 님도 어쩌면 조금 어렸을 뿐이고 나쁜 사람은 아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코르테스 님이 불합리한 말을 했을 때, 스테판 님만은 내 마음을 이해해 주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든든했어. 그러다 보니 스테판 님을 더 좋아하게 된 것도 나에겐 자연스러운 마음의 움직임이었고....... 코르테스 님과 약혼하고 있을 때는 입이 찢어져도 말하지 못했지만. 코르테스 님이 약혼을 파기해 준 덕분에 그분을 위한 여러 인내에서 해방되어 몸도 마음도 많이 상쾌해진 것 같아."

    "아가씨께서 행복해 보이니 저로서는 정말 다행이에요. 결혼식이 기대되네요."



    활짝 웃는 자클린의 아름다움과 최근 점점 더 예뻐지는 모습에, 드레스 선택과 메이크업에 더욱 보람을 느끼게 된 안나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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