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 네 흥신소는 어떤 일을 다루고 있어? 규모도 급격하게 확장하고 있고, 꽤 명성이 자자해서 번창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람의 조사에 관한 일이라면 뭐든지. 약혼자의 불륜을 의심하는 조사 의뢰가 요즘 많이 들어와. 헤어지게 해 달라는 의뢰도 있고."
"제가 히스 님의 흥신소에 의뢰한 것도, 터너 님의 행적을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어요....... 그분은 지금까지 몇 명의 여성과 바람을 피워 상대 여성을 울렸거든요. 아무리 가문이 좋고 외모가 좋다 해도 사람으로서 저래도 되나 싶어요. 저도 이제 한계가 왔기 때문에, 위자료를 받고 헤어질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히스는 환하게 웃는 에밀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지금까지 잘도 참았구나."
"네....... 오랫동안 약혼했던 터너 님이 약혼을 파기했는데 만약 제 잘못으로 보인다면 이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게다가 저 자신도 문제가 있는 걸로 여겨질 것이니 앞으로는 제대로 된 인연을 찾기가 힘들어질 거예요. 그게 무서워서 지금까지 참아왔어요. 하지만 히스 님과 상의해 흥신소에서 불륜의 증거도 확보했고, 터너 님 스스로도 자신의 변심으로 인한 약혼 파기를 인정하고 있으니 적어도 가문에 폐를 끼치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이제 그걸로 충분하다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이크는 에밀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히스를 돌아보았다.
"히스. ...... 에밀리는 너도 알다시피 아주 밝고 아름답고 잘생긴 착한 아이야. 오빠의 욕심만 빼면 말이지. 너한테는 여자가 있다는 소문이 없던데, 에밀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나로서는 너보다 더 에밀리에 어울리는 상대가 없는 것 같은데........"
히스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 에밀리도 부끄러운 듯 눈을 감았다.
"에밀리는 내게는 이상적인 여성이야. 사실 나는 지금까지 에밀리 말고는 다른 여자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어. 그녀가 약혼한 것을 알면서도 말이지....... 약혼을 파기한 지 얼마 안 된 네게 말해도 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만약 너만 괜찮다면 나와 약혼해 줄 수 있을까?"
"어머, 히스 님. 정말 저로 괜찮으시겠어요? 저로 괜찮다면야, 기꺼이."
제이크는 세 사람이 함께 있을 때의 히스와 에밀리의 분위기에서, 두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행복해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제이크는 활짝 웃는 것이었다.
***
제이크는 눈치를 보아, 히스와 에밀리 두 사람을 응접실에 남겨두고 자리를 떴다.
에밀리가 히스에게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터너 님 때문에 고민하는 제 상담에 히스 님이 응해주신 후부터 조금씩 저도 히스 님에게 끌리기 시작했어요. 약혼한 상태였기 때문에 마음을 억눌러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지만요....... 터너 님께서 약혼을 파기해 주셔서 오늘은 정말 안심했지 뭐예요. 게다가 히스 님과 약혼할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아요. 히스 님이 흥신소를 시작하게 된 것도 제가 터너의 불륜을 무심코 입에 담은 것이 계기였죠?"
"그래. 너와 같은 고민을 가진 아가씨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흥신소를 시작하게 되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흥신소 사업의 성공은 네 덕분이야....... 무엇보다도 터너가 여러 번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에 화가 났지만, 그로 인해 네 마음이 그에게서 멀어졌으니 나에겐 운이 좋았는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히스 님,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요. 터너 님이 지금 사랑하고 있다는 여성에 대해서도 히스 님의 신흥소에서 조사해 주셨는데, 그분이 쓰고 있는 이름이 아무래도 가명인 것 같더라고요. 평민이라서 귀족과 달리 출신을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이 가명을 쓸 필요도 없을 테니, 어떻게 보면 부자연스럽기도 하죠. 히스 님, 어떻게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