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후편(2)
    2024년 01월 17일 18시 59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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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렇지 않아. 내가 보기에 너는 내가 아는 한 누구보다도 강한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었어....... 하지만 나를 구하기 위해, 그때는 아직 어렸던 너의 그릇을 넘어선 힘을 너무 많이 썼겠지. 거의 죽을 뻔한 나에게 힘을 줘서 이 세상으로 다시 불러냈으니까. 그 때문에 네 그릇이 상처를 입었을 거야. 미안해."

    "만약 그것으로 애슈턴 님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면, 제가 힘을 잃은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마법을 사용한 보람이 있었다는 것이니까요....... 정말 기쁘게 생각해요."



    미소 짓는 파비올라를 향해 팔에 힘을 주며, 애슈턴은 조금 젖은 눈으로 파비올라를 바라보았다.



    "너를 바로 찾았지만 좀처럼 찾지 못해서 말이야.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가문은 많지 않지만, 다른 나라에까지 손을 뻗어 오랜 시간 동안 찾아 헤매다가 마침내 너를 찾았어. 그래서 너를 데리러 갔고. ...... 이상한 마법이 걸려 있던 너를."



    그렇게 말하며,  애슈턴은 유디리스를 노려보았다.



    "그럼, 파비올라에게 걸린 마법을 풀어주지 그래?"

    "저어...... 언니가 제게 걸었던 마법은 이미 풀렸을 텐데요."



    주저하며 입을 연 파비올라에게,  애슈턴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근본적인 마법이 남아있어. ...... 마법이라기보다는 저주에 가까운 것 같아. 자, 빨리. 내가 직접 너를 공격하는 것과 네가 파비올라에게 걸었던 저주를 푸는 것 중 어느 쪽을 선택할래?"



    애슈턴의 손에 눈부신 빛의 구체가 떠오르는 것을 본 유디리스는, 명백한 힘의 차이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포기한 듯이 중얼거렸다.



    "...... 마녀가 악한 일에 힘을 쓰지 못하도록 내가 대신 사용해 준 것뿐이야."



    유디리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파비올라의 머리카락 한 다발이 떨어졌다. 파비올라가 놀라서 작은 소리를 냈다. 유디리스는 그 모습도 보지 않고, 그대로 등을 돌리며 방에서 재빠르게 벗어났다.



    애슈턴은 바닥에 떨어진 파비올라의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재처럼 하얗게 변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게 네게서 힘을 빼앗아간 원흉이었구나. ...... 분명 네 언니는 오래전부터 너의 많은 마력을 눈치채고 있었을 거야. 그리고 네가 나를 위해 힘을 너무 많이 썼을 때, 그 틈을 타서 너에게 저주를 걸었겠지. ...... 네 힘을 빼앗는 마법을."

    "그런 마법도 있나요?"



    놀란 파비올라가 묻자, 애슈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희귀한 마법이긴 하지만. 네 누나가 네 힘을 얼마나 부러워했으면 그랬겠어. 덕분에 너를 찾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



    파비올라는 그토록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있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자신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언니의 태도를 떠올렸다. 무엇이든 최고가 아니면 못 견디는 언니의 질투심에서 비롯된 것이었구나 생각하니 언니의 태도가 비로소 이해가 되었고, 신기하게도 지금은 온몸에 힘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런 파비올라의 손을 잡은 애슈턴은,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우선은 네가 내 아내가 되어준 다음에 남은 문제를 해결하자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해결되었네....... 파비올라, 나는 오랫동안 너를 생각해 왔어. 아까도 말했듯이, 네게 걸린 마법을 알아챘고, 무엇보다도 나는 너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다시 한번 너에게 부탁하고 싶어. ...... 나와 평생을 함께 해줄래?"



    파비올라의 얼굴이 점점 붉게 물든다.



    "네, 기꺼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파비올라를,  애슈턴은 두 팔로 들어 올리더니 힘껏 껴안았다.



    ***

    나중에 파비올라가 애슈턴에게서 들은 바에 따르면, 애슈턴은 파비올라의 외모를 원래대로 보이게 하는 마법을 걸었었다고 한다. 유디리스에 의해 파비올라의 외모에 걸린 마법이 풀려도 혼란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귀여운 네 모습을 오해받기 싫어서"라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며 상쾌하게 웃는 애슈턴의 말에, 파비올라는 또 한 번 볼을 붉히게 되었다.



    유디리스는 자신의 외모에도 아름다워 보이는 마법을 걸었던 것 같다. 파비올라에게 빼앗겼던 힘을 잃은 유디리스는, 이후 그토록 이름을 떨쳤던 미모도 잃게 되자 사교계에서도 유디리스의 이름을 듣는 일이 줄어들었고, 카두 가문은 점점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애처가로 알려진 애슈턴과 그를 지탱하고 특히 회복마법에 적성을 보인 파비올라는 이후 메레디스 가문의 영지에서 채취한 약효가 높은 풀과 꽃에 회복마법을 담은 약을 테살리아 왕국에 유통시키게 된다. 테살리아 왕국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메레디스 가문은, 화목한 사이로 부러움을 사는 애슈턴과 파비올라의 이름과 함께 테살리아 왕국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명문가의 초석을 다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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