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편(1)2024년 01월 17일 17시 52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파비올라, 무슨 일이야? 안색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파비올라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걱정스럽게 눈썹을 모으는 애슈턴의 시선에 파비올라는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다.
"...... 아뇨, 별일 아니에요. 마차가 흔들려서 조금 멀미한 것 같아서요."
애슈턴은 창백한 얼굴의 파비올라의 가냘픈 몸의 등을 쓸어 주었다.
"그렇구나. 이제 곧 마차도 고개를 넘을 때야. 그러면 마차를 세우고 잠시 쉬었다 갈까?"
"감사합니다, 애슈턴 님."
파비올라는 어색한 미소를 눈앞의 애슈턴에게 돌려주었다.
파비올라는 꿀처럼 밝은 금발에 자수정처럼 맑은 보라색 눈을 가진 애슈턴을 힐끗 쳐다보았다. 언뜻 보기에는 꽤나 여자를 홀릴 법한 얼굴이지만, 모양이 좋고 큰 눈동자에 담긴 성실해 보이는 색에서는 그의 올곧은 인품을 엿볼 수 있다.
"테살리아 왕국까지는 이 산길을 지나면 얼마 남지 않았어. 해가 지기 전에 저택에 도착할 수 있겠지. 다른 나라에 시집간다는 것도 마음이 아프겠지만, 그래서 내가 너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보상하고 싶어. 그러니 앞으로는 주저하지 말고 나를 의지해 주었으면 좋겠어. 너도 이제 메레디스 가문의 일원이 되는 거니까."
애슈턴의 말에, 파비올라는 얼굴을 숙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에 만났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의 파비올라에 대한 태도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의 신사적인 태도와 따뜻한 배려를 접할 때마다 파비올라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야, 나는 언니를 대신해서 시집가는 걸. 그는 언제쯤 그 사실을 깨닫게 되려나 ......)
파비올라는 무심코 입술을 깨물었다.
파비올라가 태어나고 자란 루토리스 왕국에는,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혈통이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존재했다. 그 몇 안 되는 가문 중 하나가 파비올라의 생가인 카두 가문이다.
한편, 테살리아 왕국에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혈통이라는 것은 오늘날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한다. 마법의 재능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마법 능력을 가진 가문끼리 혼인을 반복해 왔기 때문에 피가 진해져서, 애슈턴을 장남으로 둔 메레디스 가문에서는 혼인을 맺을 상대를 찾는 범위를 다른 나라까지 넓힌 것 같다. 거기서 선택된 것이 카두 가문이었다고 파비올라는 들었다.
애슈턴의 시종인 라일이, 움츠러든 파비올라를 보고 빙그레 웃는다.
"명문인 카두 가문 출신이신데도 겸손하고 사랑스러운 신부이시군요."
사랑스럽다는 라일의 말에, 파비올라는 더욱 송구하다는 듯 어깨를 작게 움츠렸다. 지금의 파비올라는 언니 유디리스의 마법이 걸려 있는 상태다. 루토리스의 꽃이라 불리는 미모의 언니와 같은 외모로 보이는 마법이. 아름다운 은발에 사랑스러운 홍옥 같은 눈을 가진 유디리스는, 마치 요정처럼 아름답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을 받는다.
진짜 파비올라는 마치 새벽의 하늘색의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언니의 색채와는 대조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색조다. 파비올라는 누나에 비해 별다른 특징이 없는 자신의 외모를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큼한 미남과 지근거리에 있는 상황도, 예쁘다는 말을 듣는 것에도 전혀 면역이 없었던 파비올라는 무심코 뒤로 물러서려는 자신을 꾸짖으며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저기, 애슈턴 님"
"응, 왜?"
애슈턴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파비올라를 바라보았다.
파비올라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몇 번 반복하다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언니는 나에게 입막음 마법을 걸어놓았구나.)
역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애슈턴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이 이야기를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던 파비올라였지만, 아무래도 그것도 안 될 것 같다.
파비올라는 메레디스 가문에서의 편지가 왔을 때 언니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언니부터 시집가는 것이 원래는 당연하겠지만, 아버지는 내가 다른 나라로 시집가는 것을 싫어하시잖니 ...... 테살리아 왕국은 강대국이지만 소박한 자연이 펼쳐져 있을 뿐, 문화적으로도 이 나라만큼 발전하지 않았다고 하니 나 역시 시골에 시집가는 것은 싫어. 하지만 테살리아 왕국의 나름대로 이름 있는 가문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어. 그러니 나 대신 네가 시집을 가줄래?"
그리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유디리스는 파비올라의 앞에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서 희미한 하얀빛이 뿜어져 나왔다.
"어, 언니 ......?"
당황하는 파비올라에게, 유디리스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728x90'연애(판타지) > 마법이 풀리게 되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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