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전편(2)
    2024년 01월 17일 17시 52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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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갑작스럽겠지만, 내일이면 메레디스 가문의 애슈턴 님이 직접 이 집으로 너를 데리러 오실 거라고 해. 하지만 이제 너도 당당하게 메레디스 가문으로서 시집갈 수 있을 거야."



    유디리스는 턱을 들어서, 파비올라에게 방 안의 거울 방향을 가리켰다.



    거울로 달려간 파비올라는 거울 안쪽에 비친 유디리스의 두 모습에 깜짝 놀라며, 거울을 통해 진짜 유디리스를 바라보았다.



    "......! 왜 이런 마법을 저에게?"

    "어머, 아까도 말했지만, 상대가 아내로 삼고 싶어 하는 건 분명 나야. 하지만 테살리아 왕국에서는 한 번 혼인을 맺으면 이별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 언젠가 내 마법이 풀리더라도, 그때까지 결혼한 상태라면 네 신분은 안전할 거야...... 별다른 혼담이 없는 너로서는 다시없는 기회가 아니겠니? 게다가 아버지께서도 이 결혼을 기뻐하셨고."



    파비올라는 씁쓸하게 웃었다. 카두 가문의 중심은 아름답고 마법의 재능을 타고난 유디리스였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자라면서 점점 더 빛나는 유디리스의 미모와 능력을 칭찬했지만, 그에 비해 파비올라는 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존재였다. 어두운 머리와 눈동자 색도 루토리스의 왕국에서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색으로, 마녀의 혈통이라 불리는 카두 가문의 후예답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데도 별다른 마법의 재능도 없는 파비올라를 이런 일에 써먹었으니, 부모님은 분명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유디리스를 다른 나라로 보낼 생각이 없던 부모님은 손쉽게 파비올라를 메레디스 가문으로 보내는 것에 동의했고, 파비올라가 집을 떠날 때에도 다른 약속이 있다며 배웅도 하지 않았다.

    카두 가문에게 온 혼담이기는 했지만, 파비올라는 자신이 시집가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고, 역시 이들은 언니인 유디리스를 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언니. 저는 남편이 될 분을 속이고 싶지 않아요. 진짜 저를 보고 거절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 마법을 풀어주시지 않겠어요?"

    "...... 그러다 파혼이라도 하게 되면, 아까도 말했지만 아버지가 곤란해져. 그리고 나도."

    "......"



    자기 생각만 하는 언니는, 언젠가 마법이 풀린 후 혼란에 빠질 메레디스 가문이나 멍석말이를 당할 파비올라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파비올라는 생각했다.

    말대꾸도 하지 못한 채 흘러가는 대로 다음 날을 맞이하여, 메레디스 가문의 마차에 올라탄 파비올라는 유디리스의 모습을 한 파비올라를 보며 행복하게 웃는 애슈턴에게 죄책감이 점점 더 커져가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게다가 또 하나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애슈턴 님을 보았을 때, 언니의 그 표정 ......)



    파비올라는 그녀를 데리러 온 애슈턴의 모습을 이층 방의 커튼 그림자 너머로 훔쳐보던 언니의 모습을 알고 있다. 카두 가문의 마차보다 몇 배는 더 멋진 마차에 그녀가 눈을 크게 뜬 것도, 그리고 이목이 수려한 애슈턴을 본 그녀의 뺨이 붉어진 것도.





    파비올라가 지난 며칠간의 일을 회상하고 있을 때, 마차가 서서히 속도를 느려지자 애슈턴이 파비올라에게 말을 걸었다.



    "자, 일단 마차에서 내려서 바깥공기를 마시자. 그리고 여기서는 메레디스 가문의 영지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애슈턴의 도움을 받아 마차에서 내린 파비올라는, 맑은 공기를 가슴 가득히 들이마셨다. 높은 곳에 위치해 전망이 좋은 그곳에서는 풍요로운 땅과 천혜의 자연으로 유명한 테살리아 왕국의 메레디스 가문의 영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와, 아름다운 풍경이네요. 그립네요 ....... 예전에 가족들과 함께 테살리아 왕국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마침 국경에서 조금 들어간 곳이 바로 이 근처였던 것 같아요. 맑은 강물이 반짝반짝 빛나고 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데, 자연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풍요로운 자연이라고 하면 듣기야 좋지만, 개척하지 못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세련된 루토리스 왕국의 문화에 비하면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그래도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겠지만."



    파비올라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저는 곳곳에 사람의 손길이 닿은 루토리스의 왕국보다, 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는 테살리아 왕국이 더 마음에 들어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애슈턴이 파비올라에게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 보이자, 그녀는 귀까지 새빨개졌다.



    "자, 그럼 슬슬 메레디스 가문으로 가볼까?"

    "네."



    부드럽게 파비올라의 손을 잡아주는 애슈턴이었고, 파비올라는 자신이 그가 원하는 신부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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