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24년 01월 17일 15시 28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저, 왠지 기나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잠시 제 신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려도 될까요?
나, 오베리아 달스턴은 달스턴 후작가의 장녀로서 어린 나이에 두르 왕국 황태자[각주:1]의 약혼녀로 정해졌어요. 황태자 클리포드 님은 금발에 푸른 눈동자, 깔끔한 얼굴, 날카로운 눈동자에 영리함이 깃든 사려 깊은 분이셨어요.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8살, 제가 6살이었을 때였을까요. 그 아름다운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제게 손을 내밀어준 그를 보며 얼굴에 뜨거운 열이 올라오던 것을 지금도 잘 기억합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첫눈에 반해버렸어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두르 왕국은 풍부한 해양자원을 가진 나라로, 인근 국가 중 최고의 해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클리포드 님은 학업과 검술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왕립학교를 졸업한 후, 왕의 지휘 아래, 현지의 해군에서 군함과 바다에 대해 배웠습니다. 그는 곧 두각을 나타내어 선장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웅장한 군함을 쉽게 다루고 선원들을 훌륭하게 지휘했다고 합니다. 한 번 바다에 나가면 오랫동안 육지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하루라도 빨리 그를 만나고 싶어 그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습니다. 하얗던 피부가 햇볕에 그을려서 건장해진 그가 배 위에서 내게 손을 흔들어 주는 모습에 제 가슴이 얼마나 뛰었는지 모릅니다.
그는 조용한 편이라서 평소에는 약혼자인 제 손을 잡는 정도였지, 대담하게 저를 만지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히 있었기 때문에 그런 그의 태도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요. 저는 웬만한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어요.
조금이라도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제가 받았던 왕비 교육에 힘을 쏟았어요. 왕비 교육은 힘들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나면 그의 곁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도 힘들지 않았답니다. 그때의 저는 설마 그런 일이 제 미래에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요.
제가 왕립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이었습니다. 제 졸업에 맞추어 클리포드 님과의 결혼이 정식으로 성사되어, 우리의 결혼을 발표하는 왕가의 밤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클리포드 님을 보고 좋지 않은 예감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저는 기다리던 날이 드디어 온다는 사실에 설렘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전날부터 왕궁에 머물며 최고급 실크 원단으로 만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저는 들끓는 가슴을 억누르며 조용히 클리포드 님이 나와의 결혼을 발표하는 그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대연회장 무대에 오른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예상치 못한 말이었지요.
"오베리아 달스턴,...... 미안하지만 너와의 약혼을 파기해야겠다. 나는 테티스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했다. 왕위는 동생에게 양도하겠다."
그는 담담하게 말하고서 조용히 무대에서 내려갔습니다.
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고요해졌고, 그다음에는 당황스러운 소란이 그 자리를 뒤덮었습니다. 왕과 왕비도 표정을 보아하니 예상치 못한 일로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테티스'는 그가 얼마 전까지 승선했던 두르 왕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군함, 누구나 다 아는 군함의 이름이었거든요. 즉, 그는 저와 결혼해 왕위를 계승하는 대신 앞으로 테티스 호와 운명을 같이 하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사건에 저는 이해할 수 없었고, 온몸에서 핏기가 빠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사이사이로 호기심 어린 시선이 저를 향해 쏟아지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느꼈습니다. 발밑에서 비틀거리며 쓰러질 뻔했을 때, 저를 지탱해 주는 팔이 있었습니다.
"괜찮아?"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보니, 그곳에는 클리포드 님과 같은 금발에 푸른 눈동자, 용맹스러운 얼굴의 아름다운 남성이 서 있었습니다. 그가 풍기는 분위기에서는 위에 선 자의 위엄이 느껴졌습니다. 이 나라의 고위 귀족은 다 알고 있는데, 대체 그는 누구일까 하며 멍하니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자, 그가 혀를 차며 제 손을 힘껏 잡아당겼습니다.
- 오역 아님 [본문으로]
728x90다음글이 없습니다.이전글이 없습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