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024년 01월 16일 12시 42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나는 그의 양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그의 얼굴이 훨씬 위에 있는 것 같고, 날씬해야 할 그의 몸도 탄탄해진 것 같아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리리에 말이야? 사실, 내 동생인 에르네스트 가 예전부터 리리에를 좋아했었어. 그녀도 에르네스트를 좋아한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고, 똑똑하며 무슨 일을 시키든 잘하는 에르네스트가 왕위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거든.
내가 왕위에서 물러나겠다고 해도 입장상 그렇다고 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그 정도까지 하고 나서야 겨우 풀려났어."
가볍게 웃는 그였지만, 나는 가볍게 노려보았다.
"그렇다고 칼빈 님만 희생되어 폐적까지 되다니요. 제가 가정교사를 할 때에도 미래의 왕이 되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셨잖아요. 당신은 훌륭한 왕이 될 분이라고, 그렇게 믿었는데 ......"
"내가 노력한 것은 왕에 걸맞게 되고 싶어서가 아니었어. 좋은 결과를 내서 세레스가 기뻐했으면 해서였고, 네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어."...... 네?"
어리둥절해하는 나를 보고, 캘빈 님이 키득거리며 웃는다.
"뭐, 리리에와 에르네스트에게 미리 몰래 내 생각을 전달해 두었거든. 덕분에 그들도 은연중에 나를 도와주었어. 폐위된 대신 작위와 변방의 영지를 얻었으니, 내겐 첫 번째 목표가 달성된 셈이지. 드디어 자유를 얻었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겠어....... 그런데 세레스, 나를 조수로 삼고 싶다고 했었지?"
"네,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
혹시 나 때문에 칼빈 님이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닐까 하는 복잡한 생각이 가슴을 짓누른다.
하지만 이렇게 밝은 그의 얼굴을 본 것은 처음이라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할게요. ...... 후후, 캘빈 님과 다시 벌레를 함께 잡을 수 있다니, 정말 기대되네요."
"응. 뭐, 세레스의 조수로만 끝날 생각은 없지만."
오빠가 빙긋 웃는 칼빈 님의 어깨에다 친근하게 팔을 두른다.
"칼빈 님도 아시다시피, 조금 둔감한 동생이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세레스. 이런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너를 아내로 맞이할 사람이 없을까 봐 걱정했었는데. 어떻게든 될 것 같아서 다행이야."
"네???"
지금까지의 대화에서 아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당황한 나에게 오빠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아까 말하려다 잊고 있었다. 그가 파혼할 때, 약혼녀에게는 자신에게 왕좌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있으니 너와 결혼할 수 없다고 말했다더라."
"그건 혹시 ......?"
설마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칼빈 님의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그럴 리가 있는 것 같다. 어느새 내 얼굴에 피가 차는 것이 느껴진다.
"...... 제대로, 네가 가장 좋아할 것 같은 울창한 나무가 우거지고 깨끗한 개울도 흐르는 자연이 풍부한 영지를 구해 놓았어. 벌레도 얼마든지 있을 거야.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너를 돌아보게 할 테니 잘 기억해 둬, 세레스."
눈앞에서 행복하게 웃는, 눈부시게 성장한 그의 말은 더 이상 어린이의 농담이라고 웃어넘길 수 없었다.
예전에 살짝 상상했던 꿈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와 앞으로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솔직하게 기뻤다.
처음으로 가슴에 퍼져나간 이 아찔한 감정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한 채, 나는 붉어진 얼굴을 가리기 위해 조금 어긋난 두꺼운 안경의 위치를 바로잡는 것이었다.728x90'연애(판타지) > 달콤한 꿈이라고 생각했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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