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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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16일 12시 41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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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애벌레의 몸 옆으로 들어간 두 개의 파란 선이 보이시죠? 이것은 성충이 되면 아주 희귀한 아름다운 푸른빛을 띤 나비가 되는 거예요. 왕도에는 없는 줄 알았는데, 이런 곳에도 있었군요."



    놀랄 일도 아니다. 우리 가문은 대대로 곤충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애벌레 따위는 정말 쉬운 편이다.

    내가 손바닥에 애벌레를 올려놓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너무 웃겼던 모양인지, 그는 참지 못하고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너, 재미있네. 네 이름이 셀레스티아라고 했지?"

    "네, 그래요."

    "그럼 세레스로 불러도 되지? 앞으로 잘 부탁해, 세레스."



    그렇게 해서 그의 가정교사로서의 나날이 시작되었다. 그의 장난 때문에 나보다 앞서 몇 명의 가정교사가 사직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후의 이야기다.



    칼빈 님은 이렇게 나이에 걸맞는 소년 같은 면모도 있었지만, 실은 굉장히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이야 겉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왕자님으로 불리게 된 칼빈 님이지만ㅡㅡ적어도 그 말도 안 되는 파혼을 선언하기 전까지는ㅡㅡ그것이 그의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파혼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



    내가 가정교사를 시작할 무렵, 그는 자신이 싫어하는 과목이 생각처럼 이해되지 않아 떼를 쓰기도 하거나, 검술을 배운 후 지쳐서 졸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기를 싫어하는 그는 필사적으로 공부와 검술에 매달렸다. 아무리 힘들어 보이는 목표라도 한번 정하면 반드시 달성하는 그를, 나는 은근히 존경했다.



    조금 지쳤을 때, 그는 결심했는지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세레스, 잠깐 밖에서 쉬자"라고 말했다.



    자연을 그대로 살린 넓은 왕궁 내 정원에서는 많은 곤충을 관찰할 수 있었다.



    나 못지않게 곤충을 좋아하는 그와 함께 꽃이 피는 시기에는 함께 나비를 쫓아다니고, 더운 여름에는 나무 위의 매미를 잡기도 했다. 흙 속에 잠들어 있는 하얗게 웅크린 애벌레를 찾으려고 발톱 끝까지 까맣게 될 정도로 파헤친 적도 있었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둘이서 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칼빈 님과는 제자라기보다는 친한 친척집 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은 거리감이었다.



    가끔은 희귀한 곤충도 발견했다. 칼빈 님은 특이한 곤충을 발견할 때마다 내 손을 잡아끌었다.



    "저기, 세레스. 이 벌레를 뭐라고 불러?"

    "캘빈 님, 또 특이한 것을 찾으셨네요. 그건 바로 ......."



    내가 기쁜 마음으로 지식을 늘어놓아도 싫은 기색 없이 웃으며 들어주는 그는, 꽤 마음이 넓었던 것 같다. 나도 그런 캘빈과 함께한 시간이 즐거웠고, 한편으로는 그가 눈부시게 성장하고 학력을 쌓아 미래의 국왕에 걸맞게 점점 더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기뻤다.



    나는 그의 한 살 터울의 동생인 둘째 왕자 에르네스트 님의 공부하는 모습도 조금 본 적이 있다. 에르네스트 님은 또 칼빈 님과는 유형이 다른, 타고난 천재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는 말이 에르네스트 님을 위한 말인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에르네스트 님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뛰어난 동생과 비교당하는 형의 심정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에르네스트에게 공부를 가르치면 반드시 칼빈의 기분이 나빠지기 때문에, 나는 일찌감치 에르네스트의 가정교사를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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