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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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16일 12시 40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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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세레스, 알고 있어? 제1 왕자 칼빈 님이 폐적되었다고 하더라."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온 오빠 카터의 뜻밖의 말에,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핀셋을 무심코 바닥에 떨어뜨렸다.



    "...... 거짓말이지?"

    "아니,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아. 나도 귀를 의심했지만."

    "......"



    나는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다. 잠시 후 떨리는 목소리로 오빠에게 물었다.



    "왜 폐적되었대?"

    "공개석상에서 약혼녀였던 후작영애와의 파혼을 선언했다고 하더라. 아무 잘못도 없는데 파혼당해 체면을 구긴 영애의 가문ㅡㅡ너도 알다시피 이 나라에서도 손꼽히는 유력 귀족인 영애의 가문은 분노에 차서 제2왕자가 왕위를 계승하고 영애가 왕비로 들어가게 되자 겨우 수습된 모양이더라."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칼빈 님은 아무 생각 없이 그런 짓을 하실 분이 아니실 거야."



    ㅡㅡ예전에는 손이 타는 장난꾸러기였을지 몰라도,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는 훌륭한 왕자가 되었는데.



    이 왕국의 제1 왕자, 칼빈 릴 라시우스 님.

    칼빈 님이 조금 더 어렸을 때부터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의 가정교사를 맡았던 것이 바로 나, 셀레스티아 클라인이다.



    우리 가문은 연구자를 많이 배출한 가문으로, 오빠와 나 역시 할아버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연구자다. 자작인 우리 가문은 귀족으로서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지만, 학창 시절의 성적은 일단 남매 모두가 좋았다.



    처음 칼빈 님의 가정교사 후보로 낙점된 것은 내 오빠였다. 하지만 삼시 세끼 밥보다 연구를 더 좋아하는 오빠는, 어찌된 영문인지 나에게 그 역할을 떠맡기게 된 것이다.



    왕실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나는, 마지못해 오빠를 대신해 왕궁으로 향했다. 칼빈 님의 측근들은 칼빈 님과 나이도 비슷하여, 당시에는 아직 학생이었던 나를 그의 가정교사로 삼는 것에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하지만 왕궁을 방문한 나의 두툼한 안경을 쓰고 검은 머리를 뒤로 하나로 묶은, 화장기나 색기가 하나도 없는 모습을 보고서 이 정도면 괜찮겠다며 안심했다고 한다.



    칼빈 님의 방으로 안내된 나는 곧바로 그와 대면하게 되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캘빈 님. 저는 셀레스티아 클라인이라고 합니다."



    고개를 깊게 숙여 인사하는 나에게, 칼빈 님이 살짝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흐음. 네가 나의 새 가정교사?"



    당시의 칼빈 님은, 언뜻 보기에 단정한 얼굴에 천진난만함이 묻어나는 귀여운 소년이었다. 그는 내게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마침 수학에서 모르는 부분이 있어. 빨리 가르쳐 줄래?"

    "네, 물론 괜찮아요."



    검은 테의 두꺼운 안경을 척 치켜든 내가 책상 위에 놓인 수학 교재를 집어 들었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다.



    "꺄악......!"



    칼빈 님이 신이 난 듯,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교재의 표지에는 커다란 애벌레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캘빈 님! 이 애벌레를 어디서 찾으셨어요?"

    "뭐?"



    내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를 기대했던 듯 칼빈 님은, 애벌레를 맨손으로 집어 들어 손바닥에 올려놓고 눈을 반짝이는 나를 보고 놀란 듯 입을 쩍 벌렸다.



    "...... 이 방 앞에 있는 안뜰 화단 안에서."



    어렴풋이 중얼거리는 칼빈 님의 앞에서, 나는 흥분한 나머지 말을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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