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한, 내가 과외를 시작한 이후 칼빈 님의 성적은 학교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칼빈 님의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그는 무엇이든 쉽게 해내는 왕자님으로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보이지 않는 중압감과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다는 것을 나는 뼈저리게 느꼈다. 태어날 때부터 짊어진 첫째 왕자라는 지위와 그에 대한 주변의 기대, 그리고 뛰어난 동생과 비교하는 사람들의 시선. 칼빈 님은 근본적으로 성실하며 잔소리하지 않아도 할 일을 해나갔기 때문에, 내가 그와 함께 있을 때는 적어도 어깨에 힘을 빼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기를 빌었다.
"...... 만약 내가 왕자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세레스처럼 벌레 연구자가 되고 싶었어."
단 한 번,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유로운 신분의 나를 눈부시게 바라본 적이 있다.
"칼빈 님은 장차 훌륭한 왕이 되실 거예요. 하지만 그렇네요....... 만약 칼빈 님께서 연구자가 되신다면 좋은 연구자가 되셨을 것 같아요. 후후, 저도 조수로 삼고 싶을 정도예요."
내가 농담 삼아 약간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자, 그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세레스. 언젠가 내가 학교를 졸업하면, 네가 내 가정교사가 아니더라도 네가 있는 곳에 놀러 가도 돼?"
분명 그가 학교를 졸업하면 그런 시간적 여유가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에게는 이미 그가 왕이 되었을 때 그와 맺어질 약혼녀가 정해져 있었다. 왕비 교육을 위해 왕궁을 방문하는 인형처럼 아름다운, 칼빈 님의 소꿉친구라는 그녀를 볼 때마다 나는 무심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럴 때면 칼빈 님은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갈,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사는 분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하지만 수업 사이에 둘이서 먹는 다과처럼, 그저 달콤하고 다정다감한,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꿈을 조금만 더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성장한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미래에 있다면, 그것은 즐거운 시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 물론, 대환영이에요."
"반드시다? 세레스는 나만의 세레스니까. 또 여러 가지를 가르쳐 줘."
"네네, 알겠습니다."
완전히 나를 따르는 듯한 캘빈 님이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그런 그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몰랐다.
그렇게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 그는 학교를 졸업했다.
나는 언젠가 그가 왕이 되면 그를 다시 볼 수 있을 테니, 그가 훌륭한 왕이 되는 것을 멀리서나마 기대하며 지켜보리라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왜........
"......저기 오빠. 역시 나, 아까 그 이야기 아직도 못 믿겠어. 정말로 사실이야?"
"나한테 물어봐도 말이지.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면 어때?"
나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오빠가 턱을 갸웃거리며 가리킨 그 너머에는 그리운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보다 키가 조금 더 크고 어른스럽고 늠름해진 그 얼굴에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다.
"앗 ......! 캘빈 님! 왜 이런 곳에?"
"왜긴, 세레스를 만나러 온 거야. 내가 오면 환영해 준다고 하지 않았어?"
"그, 그런 것보다! 그 귀여웠던 약혼녀와 파혼했다는 게 사실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