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 두 가문의 다과회2024년 01월 03일 01시 34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유제니의 옆에서 그녀의 팔을 잡고 있던 크레이그는, 달려가는 아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깨를 축 늘어뜨린 유제니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미안해, 아체가 저런 모습이라서. 네가 이 집에 온 게 오랜만이라 그녀도 당황했나 봐. 너그럽게 봐줄 수 있겠어?"
"...... 네, 물론이에요."
약간 쓸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유제니를 향해, 크레이그는 격려하듯 웃으며 말했다.
라이오넬이 휠체어에서 다시금 눈앞에 있는 유제니와 크레이그의 모습을 올려다본다.
"너희들도 약혼 축하해. 유제니, 크레이그."
"...... 고마워, 형."
크레이그는 라이오넬에게 무언가 더 말하려는 듯이 입을 열려고 했지만, 다시 입을 다물었다. 라이오넬의 아버지가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응접실로 이동하도록 할까요. 스펜서 후작가에서 오신 분들도 피곤하실 테고, 차도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에디스는 크레이그와 팔짱을 끼고 있는 유제니가 라이오넬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모습이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라이오넬이 타고 있는 휠체어를 밀고 응접실로 향했다.
***
테이블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크레이그와 유제니를 중심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환담이 오가는 가운데, 유제니가 문득 라이오넬 앞에 준비된 작은 찻주전자에서 그의 빈 찻잔에 차를 따르고 있던 에디스에게 물었다.
"라이오넬 님이 마시는 차는 저희가 마시는 차와 달라보이네요?"
에디스는 유제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홍차에 함유된 카페인은 위장에 다소 자극을 주기 때문에, 이 주전자에는 허브티가 들어있어요."
"그렇군요. ...... 좋은 향이 나네요."
미소를 짓는 유제니를 향해 에디스도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유제니 님도 드셔보시겠어요?"
"어머, 저도 마셔도 될까요?"
"네. 지금 따라드리겠습니다."
에디스는 하인이 준비한 새 찻잔에 허브차를 부어 유제니에게 건넸다.
유제니는 곧바로 에디스에게 받은 찻잔을 입에 넣자마자 안색이 밝아졌다.
"...... 맛있어. 부드러운 맛이 나고 뒷맛이 깔끔하네요."
에디스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 유제니를 보며, 에디스는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유제니 님이 어떤 분인가 싶었는데, 좋은 분인 것 같아서 다행이야. 유제니 님을 만났을 때의 아체 님의 모습이 조금 신경 쓰이지만......)
에디스와 딸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유제니의 아버지는, 휠체어를 탄 채 테이블에 앉아 있던 라이오넬을 쳐다보았다.
"라이오넬 님. 병으로 누워 계신다고 딸에게 들었습니다만. 아무래도 듣던 것보다 많이 좋아지신 것 같군요. ...... 지금의 몸 상태는 어떠신가요?"
어딘지 모르게 탐색하는 듯한 눈빛으로 라이오넬을 바라보는 유제니의 아버지에게, 라이오넬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예, 요즘은 몸 상태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에디스와 약혼하고, 그녀가 이 집에서 헌신적으로 저를 보살핀 이후로 제 몸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회복되었지요. ...... 이것도 모두 에디스 덕분입니다."
"그렇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에디스 님은 오크리지 백작 가문 출신이라고 하셨죠?"
"...... 네, 맞아요."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가문을 무시하는 듯한 유제니 아버지의 말에 에디스는 조금 위축되어 있었다. 그런 에디스를 감싸주듯, 라이오넬은 에디스에게 웃어주다가 유제니의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오크리지 백작가에서 만든 약이 나빠지기만 하던 제 몸에 효과가 있었던 거죠. 에디스 양 자신도 약에 대한 지식이 매우 풍부해서, 지금 저를 위해 약을 조제해주고 있는 것도 에디스입니다. 이 허브차도 그녀가 약효가 있는 허브를 블렌딩해 준 것이고요."
"......오, 그렇습니까."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 표정으로 라이오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유제니의 아버지는, 옆자리에 앉아 있는 크레이그와 딸에게 시선을 돌렸다.
"크레이그 님과 딸의 약혼이 잘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크레이그 님도, 건강하실 때 라이오넬 님 못지않은 훌륭한 분이라고 들었거든요."
유제니의 어머니도 남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딸 유제니도 머지않아 그랑벨 후작가의 일원이 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답니다. 딸은 후작 가문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지식도 충분히 갖추고 있으니 안심하세요."
에디스는 유제니의 부모님의 말에 조금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병에 걸린 라이오넬이 아닌 크레이그가 그랜벨 후작가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에디스가 유제니를 힐끗 쳐다보니, 그녀도 에디스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부모님의 말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라이오넬의 아버지가 의자에서 일어나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장남 라이오넬도, 차남 크레이그도 훌륭한 약혼녀를 얻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은 저희 집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과회가 끝나고 돌아가는 마차에 올라타려는 유제니의 가족을 배웅하기 위해 크레이그를 비롯한 그랑벨 후작 일행이 줄지어 서 있는데, 등을 돌리고 마차로 향하려던 유제니가 다시 돌아서서 라이오넬의 앞으로 다가왔다.
유제니와 서로의 약혼을 축하하는 간단한 말을 주고받은 이후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라이오넬은, 그녀가 앞에 오자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유제니는 그런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라이오넬 님. 지난번 만났을 때보다 훨씬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이에요. 몸 상태가 회복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고마워."
유제니는 라이오넬의 뒤에서 휠체어를 밀고 있는 에디스에게 시선을 옮기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에디스 님처럼 근사한 분이 라이오넬 님의 약혼녀라니, 정말 기쁘게 생각해요. 나중에 다시 대화하도록 해요."
"네, 기꺼이."
에디스도 유제니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에디스가 보기에, 역시 유제니는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미소와 말투에 속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아체는 이날 유제니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728x90'연애(판타지) > 의붓언니 대신에, 남은 수명이 1년이라는 후작 자제와 약혼하게 되었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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