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오래 이어진 첫사랑이 수포로 돌아갔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약간 달래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오르타가 다음으로 보인 것은, 꽤나 후련해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뭐, ...... 용서해야죠. 형수님을 행복하게 해 준다고 했으니까."
"그래, 그건 좋았다. 하지만 ...... 네가 음모를 꾸미고 그런 소란을 피운 것, 나는 용서하지 않겠을 건데?"
"으악. 아버님, 상처받은 저한테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그 정도의 각오로 한 게 아니더냐?"
"...... 알겠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불안한 표정을 짓는 오르타에게, 국왕은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것을 말했다.
"그래, 너는 맞선을 봐야겠다."
"아버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상처받은 제게 너무 가혹하지 않으십니까? 방금 전에 형수님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직후인데도 맞선이라니, 너무 빠르군요."
"언제까지고 형의 약혼녀를 짝사랑하는 것보다야 낫지."
"그것도 그렇군요. 대체 상대는 누구입니까?"
"클레어 양이다."
"......예?"
알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클레어라는 이름으로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클레어 플로렌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오르타가 자기 여동생처럼 귀여워하는, 아이라의 여동생이었기 때문이다.
"농담이시죠? 그녀는 여동생으로만 생각하는데요."
"물론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너라면,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상대가 형제자매로만 봐주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거다."
"......그런, 설마?"
오르타는 클레어를 여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클레어는?
그런 의문에 답하듯, 국왕이 "상대방으로부터 제의가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설마, 클레어가 저를 ......?"
오르타는 계속 아이라를 사랑했다. 아이라가 형을 사랑하고 자신을 동생처럼 생각한다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아이라를 사랑했다.
그 애틋한 마음을 클레어가 똑같이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가슴이 아팠다.
"말했었지. '윈'도 둔감하다고. 둔감한 것은 너나 마찬가지다."
"......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요."
그 사실을 알았다면 클레어가 있는 앞에서 아이라에게 청혼하지 않았을 거라며 그는 후회했다. 그가 사랑하는 것은 아이라지만, 클레어 역시 여동생 같은 존재로 소중히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 역시 맞선은 거절해야 할 것 같군요."
"왜지?"
"그녀의 앞에서 언니에게 청혼을 했습니다. 상처받았을 거예요."
"그래. 정말 나쁜 남자다. 윈한테 뭐라 할 처지가 아니구나."
"......큭."
자각은 있는 모양이다.
오르타는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국왕은 일단 파티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곳에서 원하는 상대를 발견하자 작게 웃었다.
"하지만 ...... 그녀는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 아닌 것 같군."
"...... 예?"
"생각해 보면 당연하지. 왜냐하면 네가 언니를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몇 년이고 계속 너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 지금처럼."
국왕이 시선을 돌린 곳을 오르타가 따라간다.
거기에는,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클레어의 모습이 있었다.
"자, 혼란스러운 것은 알겠지만, 춤 정도는 초대해 봐라."
왕의 권유에, 오르타는 클레어 앞에 섰다.
ㅡㅡ그리고 세월이 흘러 왕세자 윈은 새로운 왕이 되었다.
그는 부족한 점이 눈에 띄었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성실함이 있었고, 왕비가 된 아이라가 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다. 무엇보다 윈 왕과 아이라 왕비 곁에는 항상 한 쌍의 다정한 남녀가 국왕 부부를 지탱해 주었다고 한다.
신뢰하는 이들의 도움으로 윈 왕은 조금씩 성장하여 나중에는 현왕으로 불리게 되는데 ......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