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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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26일 17시 47분 4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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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도구의 빛을 발하는 무수한 샹들리에. 그 반짝이는 빛이 가득한 홀에서는, 나의 약혼남이자 이 나라의 첫 번째 왕자인 시온의 생일 파티가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은 모두 이 나라의 유력자들이다. 차기 국왕, 즉 왕세자로 키워진 시온에게는 말 그대로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행사다.

     결코 실수하지 않으려는 듯 웨이터와 메이드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오가고 있다.

     그런 파티장의 한가운데. 진홍색 드레스를 입은 나는 지금 막 순진한 소녀를 향해 싸대기를 날리려고 손을 들어 올리려던 참이었다.



     갑작스러운 일에 눈을 부릅뜬 피해자는, 이 나라의 성녀 알티.

     원래는 평민의 딸이었지만, 성녀로 인정받아 사교계에서 주목받게 되었다. 게다가 내 약혼남인 시온에게 미인계를 쓴 것이다.

     그래서........



     분수를 알게 해 주겠어요!



     들어 올린 손을 성녀를 향해 휘두른다. 그때, 내 안에서 전기가 통했다.

     주마등처럼 되살아나는 것은, 세 가지 미래의 기억.



     첫 번째는 알티가 시온과 맺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파멸하는 기억.

     두 번째는 알티가 젊은 기사단장과 결별하는 것을 지켜보며 파멸하는 기억.

     세 번째는 알티가 큰 상회의 아들과 결혼하는 것을 지켜보며 파멸하는 기억.



     세 가지 기억의 공통점은, 내가 알티를 때려서 시온과 다투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약혼을 파기당하고 지위를 잃은 내가 파멸한다는 결말이다.



     결말에 이르는 전개가 다른 것은, 아마도 내가 뺨을 때리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첫 번째는 조건반사적으로 알티를 때렸고, 그 일로 알티에게 비난을 받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때는 싸대기를 날리기 직전 첫 번째의 기억이 떠올라 시온을 빼앗긴 분노를 담아 알티를 힘껏 때린 것이다. 그 ...... 기사단장이 뛰어올 수준으로.

     아마 그것이 알티와 기사단장이 맺어진 원인일 것이다.



     세 번째는 때리고 나서 당황하여 사과를 했었다. 그래서 그 자리는 무사히 넘겼지만 ...... 결국 내가 약혼을 파기당하고 파멸하는 결말만은 바뀌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내가 휘두른 손바닥이 알티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제 0.1초만 더 지나면 내 손바닥이 알티의 뺨을 날릴 것이다.



     이대로라면 나는 또다시 파멸할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온 힘을 다해 휘두르는 팔에 제동을 걸었다. 손바닥이 그녀의 뺨에 닿을락 말락 한 순간에 겨우 멈추었다.

     순간적으로 놀란 알티는,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알티를 때렸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가 눈을 뜨기 전에 변명거리를 생각하며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이 상황을 극복할 신의 한 수.......는 무엇일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다. 세 가지 기억 속에서 뭔가 나의 파멸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잠깐만.

     그러고 보니, 세 가지 기억으로 파멸한 건 나뿐만이 아니다.



     시온은 둘째 왕자에게 왕세자의 자리를 빼앗기고 병사했으며, 기사단장은 큰 부상을 입고 기사단장직을 사임했으고, 상회는 적자가 커져 파산했었다.

     그들이 그것을 피한 것은ㅡㅡ알티와 맺어진 경우만이었어!



     이 아이는 정말로 성녀구나.



     그녀가 성녀로 인정받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힘이 있다면, 여러 사람에게 칭송받는 것은 당연하다.

     아니, 어쩌면 그 힘을 알게 된 사람들이 노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그렇게 가정하면 짐작되는 것이 있다. 알티는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버릇이 있었다. 처음에는 나한테도 애교를 부릴 정도였다.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만약, 그것이 입지가 약한 그녀 나름의 처세술이었다면 ......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빈 손으로 알티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뺨에 댄 손은 그대로 둔 채 알티라고 부드럽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충격에 대비하여 눈을 감고 있던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어? 로즈 님 ...... 무엇을?"

    "우리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놀란 알티를 향해, 속삭이듯 말을 건넨다.



    "네? 저와 로즈님이요?"

    "그래. 알티, 당신은 평민의 딸이면서 시온 전하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지?"

    "그, 그건........"

    "하지만 그건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네? 어떻게......"

    "성녀인 당신을 손에 넣으려는 자는 너무 많지만, 당신은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으니 그 힘을 시온 전하한테서 빌리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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