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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호위병이네요."
사절단과 함께 에드의 호위를 받으며 왕국으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피오나는 맞은편에 앉은 에드에게 말했다.
"이번 여행은 피오나의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에드도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마차 안에서 피오나는 에드의 얼굴을 관찰하며 그의 정체에 대해 생각했다. 그의 행동과 말투를 보면 그가 단순한 마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많은 호위병들을 준비해 놓고 바로 출발할 수 있다니, 꽤나 유력한 귀족일지도 모르겠다.
(왜 에드 님은 나에게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걸까?)
물어봐야 할 일이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한번 발을 내디디면, 이 평온한 관계는 지속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며칠에 걸쳐 마차를 타서 왕국에 들어가고, 또 며칠이 걸려 왕궁에 들어선 피오나는 그 모습에 놀랐다.
화려한 꽃이 만발하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도시의 모습은, 이제 우울한 구름이 드리워진 듯한 공기에 휩싸여 있었다.
거리도 활기가 없고, 결혼식 직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진정한 성녀의 힘이 약해진 걸까 ......)
불안한 마음으로 왕성에 도착했다.
왕성의 웅장한 모습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그 안에는 무언가 말할 수 없는 냉기가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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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 내에 마련된 방에서 그날은 쉬고, 다음날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에드에게 준비해 준 드레스로 갈아입을 준비를 한다.
(이런 것까지 준비해 주시다니, 에드 님께는 정말 감사할 따름이야)
게다가 결혼식은 며칠 동안 계속하기 때문에, 갈아입을 드레스까지 준비되어 있다.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방으로 안내된 피오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 한가운데에는 하얀 웨딩드레스가 놓여 있었다. 마치 하얀 꽃처럼 달빛처럼 빛나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워 ...... 이 드레스를 입는 신부는 분명 행복할 것 같아요 ......"
너무 아름다워서 넋을 잃고 말았다.
ㅡㅡ그건 그렇고, 왜 이 국보급의 웨딩드레스가 있는 방에 내가 들어가게 된 걸까?
진정한 성녀인 레이첼의 계략?
궁금해하고 있을 때, 방에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음에 들어 해서 다행이다, 나의 신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당황한 피오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오스카 님 ......?"
그곳에 있던 자는, 옛 약혼남이자 결혼식의 주인공인 오스카 왕자였다.
오스카 왕자는 천천히 피오나에게 다가서면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내 결혼 상대는, 너다."
"네 ......? 무, 무슨 말씀이신가요. 진정한 성녀인 레이철 님은........"
"죽었어."
감정이 빠진 눈빛으로 말한다.
예전의 생기가 넘치던 모습은 이미 없다.
"독기를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그, 그런 ......"
너무도 충격적인 말에 피오나는 목소리가 떨린다.
"...... 성녀에게 독기란 죽을 정도의 것이 아니에요. 컨디션이 나쁠 때는 조금 피곤할 뿐이고......."
"하지만 죽었다. 그 녀석은 엉터리 성녀 흉내를 냈던 것 같아. 나도 그 녀석에게 속고 있었던 거다."
토해내듯 말했다. 차가운 눈빛에는, 한때 레이첼을 향한 애정의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차세대 성녀도 나타나지 않았지 ......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망할 거다 ......"
그리고 피오나를 향한 것은, 증오와 집착의 눈빛이었다.
"내 신부에 어울리는 성녀는, 아무래도 피오나, 너뿐인 것 같구나."
"오...... 오지 마세요"
"이 내가 결혼해 주겠다는 것이니 아무 말 없이 따르기만 하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