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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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18일 21시 18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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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실리아는 창가에 기대어 바깥 정원을 바라보았다.



    (다리우스 님이 아름답다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 외모에 대해 시시콜콜한 말을 하는 것은 불쾌할 것이니, 언급하지 말자)



     아름답든 그렇지 않든 세실리아에게는 별 상관이 없다. 저렇게나 아름다운 외모인데 저주받은 못생긴 왕자라는 소문이 도는 것이 신기했지만, 세실리아가 생각해도 별 수 없는 일이다.



     세실리아는 조용히 별궁에서 지냈다. 하인들도 교육이 잘 되어 있어 친절했고, 불편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한 가지 고민이 있다면, 여가 시간이 있다는 것일까. 왕족에게 시집가기 위한 공부와 결혼식 준비는 있지만, 세실리아는 그것을 가볍게 해치워버리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세실리아는 한 가지 결심을 하고 아침에 식당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별궁의 주인이자 약혼자인 다리우스가 있었다. 세실리아는 기뻐하며 밝게 인사를 건넨다.



    "좋은 아침이에요, 다리우스 님."

    "......그래."



     아름다운 사람은 목소리까지 아름답다.

     세실리아는 감탄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뭐야. 벌써 약혼을 파기하고 싶다는 거냐?"



     다리우스는 재미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요, 그 대신 정원의 한 곳을 빌려도 될까요? 채소를 심고 싶어요."

    "채소라고 ......?"



     다리우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실리아가 몸을 숙이며 말했다.



    "네! 햇볕이 잘 드는 곳을 꼭 찾으세요."



     흙이라도 만지작거리면, 여가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 마음대로 해."



     허락을 받은 세실리아는 곧바로 정원 한 귀퉁이를 빌려서 마음대로 했다.

     흙을 갈고, 거름을 넣어 재워놓고, 채소의 씨앗을 뿌린다.



    "아아...... 동경하던 텃밭을 가꿀 수 있다니...... 나, 정말 행복해......"



     세실리아는 잡초를 뽑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책으로만 알았던 것을 실행할 수 있는 기쁨을.

     그렇게 연일 공부와 결혼식 준비를 하는 사이에 틈틈이 흙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그곳은 점점 작은 밭이 되어갔다.







     ㅡㅡ그러던 어느 날의 일.



    "오늘은 날씨가 참 좋네요. 다리우스 님, 나중에 정원에서 차 한 잔 하실래요?"



     세실리아가 아침 식사 자리에서 다리우스에게 제안했고, 두 사람은 10시 티타임을 정원에서 보내기로 했다.

     초록으로 둘러싸인 정원, 밝은 햇살 아래. 테이블에 새하얀 천을 깔고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차와 간식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대화다운 대화는 거의 없었지만, 세실리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대화가 없어도 어색하지 않았고, 마음은 매우 평온했다.



    "다리우스 님, 보여드릴 것이 있어요."



     세실리아는 다리우스를 자신의 밭으로 데리고 갔다.



    "후훗, 어때요? 조금은 괜찮아졌죠?"



     밭에는 깔끔하게 다듬어진 흙과, 싹을 틔운 채소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세실리아가 자랑하는 밭이다.



    "분명 맛있는 채소를 많이 수확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주방장한테 요리해 달라고 해요."



     기대감으로 미소 짓는 세실리아를, 다리우스가 푸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상쾌한 바람이 그의 검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흔든다.



    "넌 내가 두렵지 않아?"



     갑작스러운 질문에 세실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전혀요. 왜냐하면 분명 제가 더 강하거든요. 다리우스 님을 보호할 수 있도록 매일매일 운동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 보여줬다.

     그러자 다리우스가 터질 듯이 웃었다. 그것은 세실리아가 처음 보는 다리우스의 미소였다.



    "불경스러웠나요?"

    "아니, 상관없어."



     다리우스는 재밌다는 듯 미소 지었다.



    "넌 참 신기한 사람이구나 ...... 처음부터 내 모습에 두려움조차 느끼지 않았지."

    "놀라기는 했어요. 정말 멋진 분이라서요."



     세실리아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다리우스는 놀란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얼굴 또한 아름다웠다. 신기하게도 날이 갈수록 그 아름다움이 더 빛이 나는 것 같다.



    "외모는 그렇다 치더라도 ...... 저주가 무섭지는 않아?"

    "네, 전혀요."



     다시 한번 묻자 세실리아가 대답했다.

     정말로, 전혀 무섭지 않다.



    "저주라는 것이 누군가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저는 그 누군가에게 결코 지지 않아요. 다리우스 님을 반드시 지켜드릴게요."



     세실리아는 다리우스를 올려다보며 역설했다.



    "왜냐하면 저는 다리우스 님의 아내가 될 테니까요."





    ◆◆◆





     어느 날, 여동생 에리카가 세실리아를 보러 별궁을 찾았다. 응접실에서 에리카는 세실리아에게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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