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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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18일 21시 17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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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실리아 발드리안(Cecilia Valdrian)은 후작의 저택 안뜰에서 숨이 멎을 것 같은 광경을 목격했다.

     형형색색의 장미가 만발하고 그 달콤한 향기가 가득한 가운데, 약혼남인 레오나르도 에른슈타인이 한 여성과 열정적으로 껴안고 키스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여성은 그의 친동생인 에리카였다.



     에리카는 세실리아의 모습을 알아차리고 미소를 지으며 레오나르도의 가슴에 뺨을 가져다 댔다.

     레오나르도도 세실리아의 존재를 알아채고 숨을 멈췄다.



    "언니, 정말 죄송해요 ...... 저, 레오나르도 님과 사랑에 빠졌어요. 진실한 사랑으로 맺어졌어요."



     에리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레오나르도는 얼굴을 붉히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언니. 못생긴 셋째 왕자와의 정략결혼은 제발 언니가 맡아주세요. 자매 중 어느 쪽이 상대여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요."



     세실리아는 에리카와 레오나르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알았어."



     세실리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레오나르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 두 사람이 그런 관계인 줄은 전혀 몰랐어. 왕가에 시집가는 일은 내가 맡을 테니, 두 사람은 부담 없이 행복하게 지내."



     ㅡㅡ왕가의 셋째 왕자 다리우스는 매우 못생겼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의 어머니를 질투한 마녀가 아이에게 내린 저주라고 했다. 그 때문에 다리우스는 태어나서부터 별궁에 갇혀 살았다고 한다.



     그런 왕자와의 혼인 이야기가 후작가에 전해졌을 때, 장녀인 세실리아에게는 이미 레오나르도라는 약혼자가 있었다.

     그래서 여동생인 에리카에게 이 이야기가 전해졌지만, 에리카는 극도로 싫어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왕가에 시집가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설득하여 한때는 받아들였지만--......



    (레오나르도와 사랑에 빠졌다면, 어쩔 수 없겠어)



     도대체 언제부터였는지, 레오나르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이제 상관없었다.

     에리카가 그렇게 결정했다면 아버지와 어머니도 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실리아가 무슨 말을 해도 이 운명을 바꿀 수는 없다.



     ㅡㅡ세실리아는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





     그리고 약혼식 날.



     왕궁의 호화로운 방에 모인 귀족들과 신관들이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벽에는 실크 태피스트리와 호화로운 장식이 걸려 있고, 천장에는 휘황찬란한 샹들리에가 반짝이고 있다.

     바닥에는 붉은 카펫이 깔려 있었고,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의식의 무게를 더한다.



     세실리아는 실크 드레스를 입고 다이아몬드와 진주 보석으로 치장한 채 조용히 서 있었다.

     다리우스 왕자는 아직 오지 않았다.



    (저주라고 해도 외모에 관한 것뿐. 마음은 아름다운 분일지도 몰라.)



     세실리아는 멍하니 생각했다. 지금 그녀의 가슴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저주나 추함에 대한 두려움보다, 다리우스 왕자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다.



    (아니, 어떤 분이라 해도 계속 저주받았다는 말을 듣고 두려워한다면 본인도 분명 괴로울 거야. 적어도 내가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



     세실리아는 어떤 모습일지라도 다리우스를 사랑하기로 결심했지만, 사랑받을 자신은 없다.



    (적어도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불타오르는 열정이 없어도, 차분하게 지탱해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그리고 드디어 다리우스 왕자의 입장이 시작되었다. 그가 호화로운 문을 열고 나타나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세실리아는 새로운 약혼자가 될 다리우스 왕자와 대면했다.



    (나, 미의 기준이 이상한 걸까......?)



     그곳에 있던 것은 예상을 뒤엎는 아름다운 왕자였다. 머리카락은 밤처럼 검고, 눈동자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깊고 푸른색이었다. 얼굴은 단정하고 조각 같은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에 놀란 것은 세실리아뿐인 듯했다.

     다른 사람들은 마치 괴물을 두려워하듯, 악령에 겁을 먹은 듯 시선을 돌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을 앞에 두고 거의 모두가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다리우스 왕자의 푸른 눈동자는, 그런 세실리아를 왠지 모르게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약혼 준비를 위해 세실리아는 다리우스가 사는 별궁으로 거처를 옮겼다.



     별궁은 조용한 곳에 위치해 있었며, 아름다운 정원에 둘러싸여 있다. 새들의 지저귐과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려 퍼진다. 하인들의 숫자가 적어서, 건물 안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세실리아는 주어진 방으로 들어갔다.

     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실내를 밝게 비추고 있고, 아름다운 가구와 장식품들이 놓여 있다. 장식된 꽃들도 싱그럽게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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