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2부 387화 돈과 정보는 돌고 도는 것
    2023년 12월 13일 23시 49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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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넌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



    "네. 저희가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갔을 때는 피해자인 여성만 있었어요. 여성의 바로 옆에서 혈흔이 끊어져 있었으니, 아마도 절단된 발목을 미리 준비한 가방 같은 것에 넣어 가지고 간 것 같아요."



    "그,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런데 아줌마의 치료는 누가 했대? 네 할아버지?"



    "제가, 마법으로."



    "네가!? 아직 어린애인데 대단한데!?"



    "저, 이렇게 생겼어도 18살이라서."



    "18살!? 뭐? 18살!? 거짓말이지!?"



    "거짓말이면 좋겠지만요."



     파출소에서의 사정 청취는 순조롭게 끝났다. 처음 만난 여경 누나는 내 언행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호크 골드라는 이름을 듣고 여러모로 납득한 모양이다. 골드 상회의 이름은 좋든 나쁘든 유명세를 타고 있고, 경찰 내부에도 이글 아빠의 인맥이 많다. 제3왕자파 사람들도 경찰 내부에 잠입해 있을 것이고, 제1왕자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은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츠지기리의 피해이기 때문에 도검 보유자인 카가치히코 선생님도 의심받았는 것 같은데, 나의 명검 아케가라스에도 카가치히코 선생님의 명검 도겐자카에도 혈흔은커녕 얼룩이 전혀 묻어있지 않았던 것도 있어 곧 풀려났다.



    "여자의 발목만 노리는 연쇄 상해범이라. 대체 어떤 변태일까. 역시 편집증일까?"



    "인체의 일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은 그리 특이한 성욕이 아니므니다. 과거 어떤 사람은 죽인 상대의 안구를 전리품으로 빼내는 것에 집착하다, 결국에는 아름답다고 느낀 안구를 빼앗기 위해 죽이기까지 한 광인을 만난 경험이 있다고 하므니다. 혹은 알만한 상대에게만 전해지는 어떠한 경고일 가능성도......."



    "아, 마피아의 숙청 같은 거? 과거에 어떤 이유로 여성의 발목에 관련된 사건이 발생해서, 그 관계자가 다른 관계자에게 과거를 상기시키기 위해 하는 느낌의."



     고급 주택가라 그런지 다른 곳보다 규모가 큰 파출소를 나온 우리는, 경찰들로 인해 갑자기 시끄러워진 밤거리를 걷는다. 지금쯤은 현장에는 출동한 경찰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셰리에게 미리 현장 정보를 스캔해 두게 했던 게 잘한 일이었구나. 아니, 경찰이 움직이고 있으니 우리가 굳이 사건에 끼어들 이유도 없지만.



    ㅡㅡ



    "호크야아아아아! 무서운 일을 당했다며! 오유~ 불쌍하게도!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구나아아!"



    "왠지 아빠의 이런 반응도 오랜만인 것 같아."



    "그게, 정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왠지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걸로 컨디션이 좋아진다면야 상관없지만 ......"



    "그럼 부담 갖지 말고. 오유~ 무서웠찌 호크야! 아빠가 있으니 이제 안심이에용~"



     다음날 아침. 어젯밤에 사건을 접한 것은 비밀로 해 두었었음에도 경찰의 내부 정보가 아빠에게 전달되어 아침부터 안겨서 뽀뽀를 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무래도 내, 아니 우리 집 관계자의 이름이 경찰 내부에서 나오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즉시 아빠에게 연락이 가도록 되어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해도 되는 거냐 경찰 내부는. 아니, 잘 모르겠지만 돈에 영혼을 팔아먹는 놈들은 세상에 많으니까. 특히 우리 집은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원칙이니까 어쩔 수 없지. 거금은 사람을 미치게 하니까. 아낄 건 아껴 쓰고, 쓸 데는 아낌없이 쓰는 것도 부자다운 수법이다.



    "그래서? 범인은 잡혔어?"



    "아직 안 잡힌 것 같아! 뭐랄까, 일부 귀족들이 경찰 상층부에 압력을 가한 것 같아서! 아빠의 생각대로라면 아마 어떤 멍청한 귀족이 저지른 짓 아닐까? 츠지기리라니 세상에는 바보와 변태가 넘쳐난다니까. 역겨워 죽겠네."



    "아하, 그렇구나. 그럼 경찰도 이미 범인을 눈여겨보고 있지만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이겠네?"



    "그렇겠지. 오늘 아침 신문에 벌써 4번째 사건이라고 떠들썩할 정도인걸. 경찰도 그렇게 무능하진 않을 거야."



    "압력을 가한 귀족 측도 그래선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을 텐데. 쓸데없는 짓을 하지나 않으면 좋을 텐데."



    "글쎄. 만약 아빠도 호크가 '여자의 발목을 원해! '라고 말하면서 밤마다 신선한 발목을 구하러 다니기 시작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거야!"



    "그거 날 말리고 설교한다는 뜻이지? 그렇지?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



    "...... 물론이고 말고!"



    "방금의 뜸 들임은 무엇!?"



    "하하하! 아빠는 언제나 호크의 이상적인 멋진 아빠예용~!"



    "오우, 나으리! 이제 출근할 시간이라고! 엇, 왜 그래 주인, 아침부터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잖아."



    "HELP ME"



    "그거 무리한 주문이구만! 마왕이든 악신이든 때려눕히는 데는 인색하지 않지만, 네 아버지만큼은 평생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OH!"



     그렇게 해서,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던 아버지와 아버지를 호위하는 크레슨을 배웅한 나와 카가치히코 선생님은 내 방으로 향했다. 무단 휴가가 아니다. 필요 유급휴가다.



     내 직장은 전혀 안정적이지 않다. 어떤 날은 골드 상회에 부사장으로 출근하는 날도 있고, 파스트라미사에 사장으로 출근하는 날도 있고, 외국 지사에서 부르면 그곳으로 가는 날도 있고, 유학생인 포크 피카타로서 학교에 등교해야 되는 날도 있는데, 이 모든 스케줄 관리는 만능 전뇌 집사 셰리에게 일임하고 있다. 역시 유능한 집사가 필수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건 그렇고, 귀족의 압박이라."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하면 그뿐이겠지만. 무가나 무사의 발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이므니다."



    "신분제라는 건 역시나 문제가 많아 보여."



     이 세계에서는 목숨이 매우 가볍다. 싸울 줄 모르는 일반인이 마물에게 습격당하면 한 사람도 살아남을 수 없고, 인간들 사이에는 신분차도 있고 노예제도도 있다. 귀족들 중에는 평민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자들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니, 무슨 사건이 생기면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언제나 평민이다. 웃을 수 없는 이야기다.



    "아, 그리고. 주공께 전화가."



    "누구로부터?"



    "경찰이므니다. 피해를 입은 여성이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스므니다."



    "안부 편지와 과일로 끝내고 싶어. 이름을 밝힐 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해."



    "그럼 그렇게 하겠스므니다. 피해자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되겠스므니까."



    "경찰이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면 우리가 끼어들 일은 없잖아."



    [라며 태연하게 남의 일처럼 방치한 것을, 그는 나중에 후회하게 되었다.]



    "셰리, 제멋대로 내레이션 넣지 마."



    "헛헛. 이거 실례했습니다. 그럼 어젯밤에 수집한 정보 분석 결과는 필요 없으십니까?"



    "일단은 한번 들어볼까?"



     전체적으로 후덕하다는 내 주변 아저씨들 중에서 비교적 스마트한 노검객 카가치히코 선생님과 노집사 셰리 사이에 끼어서, 나는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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