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현안이 해결된 것에 레이프는 깜짝 놀랐다.
오늘은 아직 인수인계 첫날이고, 레이프는 아직 개요만 이야기한 상태인데, 이런 식으로 순식간에 이야기가 정리되는 것이다. 정리되지 않아도 "이런 건 나다니엘이 잘하지. 세부적인 인수인계 날까지 어느 정도 이해를 해두라."는 지시가 있는 등, 더글러스 후작의 머릿속에는 이미 문제의 착지점과 대응 방안이 존재하고 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국가의 고위관료가 우수하다는 것은 지식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우리와 차이가 있을 줄은)
전체적인 설명을 마친 레이프는, 이 땅이 구원받다는 실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몸 둘 바를 모르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더글러스 후작과 그가 데리고 온 고위 관료들은 레이프들의 설명을 듣고 어떻게 생각했을까.
비록 개요에 불과하지만, 이 영지의 참상을 알고 내심 분노하고 있지 않았을까. 기존의 관료들이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이 지경까지 왔다고, 손을 쓸 수 없다며 포기하지는 않을까.
레이프를 비롯한 관료들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해 왔지만,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모든 사무에 최대의 힘을 발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안건이 겹치면 어느 한쪽은 반드시 소홀해지기 마련이고, 비중을 줄이면 해당 안건 관계자들의 원성을 사서 문제가 되는 안건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러한 '시간적 여유만 있었다면 실현할 수 있었던 최선의 수단'이 레이프들을 늘 후회하게 만든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상황 개선에 따른 민원 대응이다.
설령 해결책을 찾았다고 해도, 그 실현에 따른 민원 대응으로 인해 기력을 크게 잃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곳에 배치된 자작들은 우수한 인재들이 많았지만, 이 민원 대응에 마음이 꺾여 작위를 반납하는 일이 속출했다고 전해진다.
이 눈앞의 새 후작은 과연 꺾이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새로운 영주의 안색을 살피는 구 자작령의 일행들.
하지만 더글러스 후작은 웃었다.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관료들, 그리고 사샤 부인을 보며 큰 소리로 활짝 웃었다.
"무슨 일이야. 다들 장례식장 같은 얼굴이 아니냐?"
"...... 그건, 그........ 영내의 현황을 설명했지만, 너무 문제가 많아서 ...... 죄송한 마음만이 가득합니다."
"확실히 요즘은 좀처럼 보기 드문 어지러운 형세지."
레이프 일행은 그 말에 몸을 움츠렸다. 어두운 표정의 사샤 부인을 보고, 가드너 차기 변경백은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더글러스 후작이 데려온 고위 관료들과 가드너 변경백은 신뢰에 찬 눈빛으로 새 후작을 바라보고 있었다.
더글러스 후작은 턱에 손을 얹으며 활짝 미소를 피웠다.
"음, 나쁘지 않아. 정말 설레지 않는가!"
레이프는 깜짝 놀랐다.
레이프뿐만 아니라, 구 살베니아 자작령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멍하니 쳐다보았다.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더글라스는 계속 말했다.
"과제는 많다. 해야 할 일, 대응에 필요한 노력도 많다. 영민을 위한 시책임에도 불구하고 협조하지 않는 영민이 많고. 정착하는 사람은 적고, 모여드는 사람의 성질은 거칠지. 확실히 이곳은 통치의 난관이다."
"...... 그렇습니까."
"그래서 좋은 것이다."
모두가 더글러스 후작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두려움 없는 미소를 짓는 그에게 매료되어 있다.
"나는 옛날부터 그랬다. 쉬운 일은 하고 싶지 않아. 난도가 낮은 일은 해내는 게 당연하고, 실패하면 신용을 잃게 되니까. 순식간에 끝나기 때문에 일에 구애받지 않는 평온한 사생활은 얻을 수 있지만, 나에게는 얻는 것이 적기 때문에 남에게 양보하는 편이지. ㅡㅡ너희들이 '빨리 집에 갈 수 있다!' 라며 기꺼이 수락해 주는 일들 말이다."
더글러스 후작의 말에, 그가 데리고 온 고위 관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어려운 일은 어떤가. 누구도 성취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성취율이 낮은 일들. 그것이 지금 내 눈앞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온 능력, 인맥, 자산, 모든 것을 활용하기만 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내용이다. 성취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명예도 확실하니, 나는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