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8화 언니(2)
    2023년 11월 24일 22시 58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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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쿠로네 씨는 귀여운 얼굴로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죠?"

    "어, 이제 레슨인데 ......"

    "호오, 그럼 수다 좀 떨까요?"

    "얘기 못 들었어!?"

    "어, 저랑 수다 떨고 싶어서 말을 건넨 줄로만......"

    "말을 건넨 건 그쪽이라구!"



     아아, 이 녀석은 진짜로 정말 ......!

     뭐랄까, 뜬구름 잡는 성격이라고 할까, 남의 말을 안 듣는 성격이라고나 할까.

     만난 지 꽤 지났지만, 카미시로 시죠라는 사람을 아직도 잘 모르겠다.



    "자자. 그렇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오히려 더 피곤할 뿐이에요. 모든 일에는 마음의 여유가 중요하다고 하니, 편하게 가자고요."

    "........."



     사실, 그녀는 딱히 잘못한 게 없다.

     하지만, 막다른 상황에 놓인 나는 그녀의 말에 조금 짜증이 났다.

     가뜩이나 시간이 없는데, 이런 상대와 문답을 주고받는 것은 더더욱 피곤할 뿐이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그런 식으로 하면 다 실패로 끝날 텐데요?"

    "ㅡㅡ읏."



     그녀는 마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는 듯한. 세상을 내려다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어쩐지.

     미나토가 이 녀석을 꺼려하는 이유를 알았다.



     온몸을 훑어보는 듯한, 마음속까지 꿰뚫어 보는 듯한 그 눈빛이 너무 불편해서 본능적으로 불쾌감을 느꼈다.



    "히메짱, 혹시 남들이 자주 얼굴이나 시선을 돌리지는 않아?"

    "어머, 잘 아시네요?"

    "지금 엄청 눈을 돌리고 싶은데."

    "흐음. 하지만 시선을 돌리지는 않는군요."

    "응. 그래, 더 이상 눈을 돌리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



     카미시로 시죠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와아. 젊은이의 성장은 빠르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쿠로네 씨도 1년 사이에 많이 성장했네요."

    "어느 기준인데."

    "부모의 기준?"

    "마음대로 부모 노릇을 하지 마!"

    "그렇네요, 저는 미나토 씨와는 달리 엄마보다 언니라고 불리는 편이......."

    "부르지 않는데!?"



     윽, 피곤해지기 전에 철수할 생각이었지만, 완전히 이 녀석의 페이스에 끌려갔다.

     아직 레슨 전인데도 불구하고, 따지느라 숨이 차다 .......



    "후후, 그래도 어깨에 힘이 빠진 것 같지 않나요?"

    "어?"

    "쿠로네 씨는 어떤 표정을 지어도 미소녀지만, 진지한 표정보다는 평상시의 얼굴이 가장 잘 어울려요"

    "진지한 얼굴이라니 ......"



     별로 자각하지 못했지만, 그렇게니 표정이 굳어 있던 걸까?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아도 잘 모르겠다.



    "그럼 이 언니가 조언 하나 해줄게요."



     카미시로 시죠는 검지손가락을 세우며,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쿠로네코 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명 특별한 쿠로네코 씨보다는 평소의 쿠로네코 씨에 더 끌릴 거라 생각해요."

    "평소와 다름없는 나 ......?"

    "억지로 암중모색을 하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이 가장 귀엽다는 거죠."

    "그게 무슨......"



     하지만 왠지 모르게 떠오르는 구절이 있었다.

     지금도 어떻게 하면 릿카짱이 환생하지 않을 수 있을지 몰라서, 조금이라도 손을 써보려고 초조해하고 있다.

     3D 라이브를 한다고 해서 릿카짱의 마음이 바뀐다는 보장도 없고, 오히려 그냥 전달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서 머릿속에서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느라 금방이라도 끓어오를 것 같았다.



    "엄청난 칼군무라든가, 엄청난 가창력이라든가, 재밌는 토크라든가, 그런 게 없어도 괜찮으려나 ......"

    "버튜버는 완벽한 것보다 불완전한 쪽이 더 끌리는 것 같던데요?"

    "타즈나 메이라고 불리지 않아도 될까 ......"

    "음~ 부르라고 하면 부르겠지만요. 그냥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냥......"

    "쿠로네코 씨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준다. 그런 평범함을 모두가 보고 싶어 하는 것 아닐까요?"



     내가 평범한 타치바나 아스카에게 매력을 느꼈듯이, 평범한 쿠로네코 씨를 모두에게 보여 주는 것.

     그것이, 그것만이 지금 내가 생각해야 할 유일한 생각.

     

    "저는 쿠로네 씨가 하고 싶은 일을 응원할게요. 분명 다른 알테마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응."

    "그러니 최고의 1주년이 되도록 해요."



     카미시로 시죠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안정되는 것은 언짢았지만, 그래도 앞이 보이지 않던 길에 빛이 들어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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