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인지 아닌지, 지금 대화 말고 또 뭐가 더 필요해? 만약 내가 가짜라면 당신들은 아주 곤란한 처지에 놓일 것 같은데......?"
"그, 그래, 당신은 진짜야."
델리라가 긍정하자 루이즈도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이해한 것 같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자."
"그, 그래, 알았어. 우선은........"
델리라가 아리아의 상태와 아리아드네의 근황, 그리고 제1왕자의 방문과 그 대화 내용에 대해 보고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다 들은 아니스는 불만스러운지 코웃음을 쳤다.
"당신들, 이 정도 내용으로 그분이 만족할 거라고 생각해?"
"뭐! 우리가 얼마나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닥쳐. 그분의 지시를 잊었어?"
"아, 아니, 절대 그런 일은."
"정말? 정말로 기억하고 있다면 그 지시를 말해봐."
"지크벨트 전하께서는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를 농락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라고 말씀하셨잖아? 잘 기억하고 있어."
"그럼 지크벨트 전하가 원하는 정보를 입수해서 보여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아니스는 그렇게 할 말만 하고서 짐을 내려놓고 돌아갔다. 그 아니스가 보이지 않자마자 델리라가 크게 혀를 찼다.
"뭐야, 저 여자, 마음에 안 들어!"
"정말 그래.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다리를 건너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두, 두 분 모두 이 정도에서 멈추는ㅡㅡ"
시빌라는 전부 말하지도 못하고 루이즈에게 뺨을 얻어맞았다.
"뭘 남의 일처럼 말하고 있어! 나와 델리라는 아리아 황녀의 시녀. 아리아드네 황녀의 시녀는 당신뿐이잖아! 그런데 아무리 지나도 당신이 유효한 정보를 얻지 못해서 우리가 혼나는 거잖아!"
"죄, 죄송해요."
시빌라가 사과의 말을 했지만 루이즈는 화를 참지 못했다.
"사과할 거면 당장 정보를 입수해!"
"그래, 당신 지금부터 아리아드네 황녀의 방에 몰래 들어가."
델리라가 좋은 아이디어라는 듯이 말했다.
"그거 좋네. 시빌라, 우리가 망을 봐줄 테니 방을 뒤져 봐."
"그, 그럴 수는 없어요."
"뭐? 못해? 지금 못한다고 말했어?"
"설마 가족을 생각하는 시빌라가 그런 말을 하지는 않겠지?"
두 사람이 다가가자, 시빌라는 주먹을 꽉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아드네가 훈련을 위해 방을 비운 틈을 노려 델리라와 루이즈가 망을 보고, 시빌라는 아리아드네의 방에 몰래 들어가게 되었다.
"저, 저기, 정말 할 거예요?"
"당연하지. 아까 아리아드네 공주가 편지를 가지고 있었지? 그 내용물을 확인해 봐. 뭔가 재미있는 내용이 적혀 있을지도 몰라."
"그래, 맞아. 시빌라, 알겠지?
"...... 으으, 알았어요."
여기서 질문과 대답을 하고 있어도 위험이 더 커질 뿐이다. 그렇게 생각한 시빌라는, 각오를 다지고 아리아드네의 침실로 들어섰다.
(어쩌다 이런 일이......)
시녀의 입장에서는, 침실에 들어가기만 하는 거라면 변명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인의 편지를 훔쳐본 것이 들통나면 해고로 끝날 일이 아니다.
(제발 들키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아리아드네가 사용하는 책상 서랍을 연다. 첫 번째 서랍은 꽝이다. 이어서 열어본 두 번째 서랍에는 작성 중인 편지 한 통이 들어있었다.
운이 좋게도 ㅡㅡ 아니, 운 나쁘게도 봉인이 되어 있지 않았다. 시빌라는 과감하게 봉투에서 편지를 꺼냈다. 거기에는 아리아드네의 친필로 보이는 글씨로 한 마디만 적혀 있었다.
[쓸데없는 말을 하면 죽게 될 거야]
"ㅡㅡ히익!?"
시빌라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왜 편지에 그런 내용이 적혀 있는 걸까. 생각할 수 있는 답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이거, 나를 향한 메시지야!)
누군가가 편지를 훔쳐보는 것을 상정한 메시지.
그것을 본 그녀는 마치 거미줄에 걸린 불쌍한 벌레였다. 도망쳐야 한다면서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다시 돌려놓고서 뒤돌아보자, 이번에는 놀라 자빠지게 되었다.
"아, 아, 어째서......"
눈앞에는 기사에게 붙잡혀 창백해진 델리라와 루이즈가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뒤에는, 하이노를 대동하며 요염하게 웃고 있는 아리아드네의 모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