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2-5(1)2023년 09월 12일 21시 19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시빌라 마이어스.
밤색 머리를 뒤로 묶고, 시녀치고는 소박한 복장을 하고 있다. 올해 스물한 살이 된 그녀는 가난한 남작가의 딸로 태어났다.
원래는 남작가의 딸이 황녀가 사는 황녀궁에서 시녀로 일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레스투르는 망국의 황족이다. 그것도 어리석게도 그랑헤임에 반기를 든 황족의 생존자.
그래서 시녀를 희망하는 사람이 적었고, 시빌라는 운 좋게 고용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는지는 ...... 미묘한 부분이지만)
금빛 눈동자를 두리번거리며, 소리 없이 혼잣말을 한다.
시빌라는 아리아드네의 시녀다.
한 살 아래인 아리아드네는 원래부터 손을 타지 않는 소녀였다. 수많은 가정교사에게 여러 가지를 배웠고, 배운 것을 순식간에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 재녀임과 동시에 어머니는 이름조차 불러주지 않았고, 아버지를 만나본 적도 없다. 사랑을 모르고 자란 불쌍한 소녀이기도 하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후원자가 없으면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아리아드네를 계속 따라다녀도 미래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그래도 시빌라는 아리아드네를 섬기는 것이 싫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몇 년 전까지의 일이었다.
"시빌라, 다과회에서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니?"
아리아드네와 아르놀트의 다과회가 끝난 후. 뒷정리를 하고 있던 시빌라에게 아리아의 시종인 시녀가 찾아왔다.
델리라와 루이즈. 두 사람은 모두 자작가의 영애라서, 시빌라보다 신분이 높다. 시빌라는 친가의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이 두 사람을 거역할 수 없었다.
"잠깐, 듣고 있어?"
"듣고 있어요. 하지만 섬겨야 할 분의 이야기를 함부로 하는 것은......!"
모두 말하기도 전에, 델리라에게 뺨을 얻어맞았다.
"뭐야, 지금. 우리한테 말대꾸하는 거야?"
"건방진 년. 친가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그, 그것만은 그만해 주세요!"
델리라와 루이즈의 협박에 굴복한다. 지금의 시빌라에게 저항할 방법이 없다.
그렇게 겁에 질린 시빌라를, 델리라는 만족스럽게 내려다보았다.
"네 처지를 알았다면 빨리 대답해."
"네. 하인은 바로 물러나서 거의 듣지 못했지만, 알노르트 전하께서는 귀찮다는 듯이 '어머니의 일로 감사를 전하러 왔을 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그래? 예의상 감사 인사를 하러 온 것이구나. 잘했어."
"고맙, 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얼굴은 조금도 기뻐 보이지 않는다.
시빌라는 그런 자신의 표정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이것이 요즘의 시빌라의 일상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물품을 사러 온 상인이 올 거야. 시빌라, 너도 같이 가자."
"...... 네, 알겠습니다."
황녀궁에 상인이 드나드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래서 보통은 메이드들이 응대하지만, 황족이 취급하는 물품의 경우 시녀가 응대한다.
그 상인 중 한 명이 지크벨트와 이어진 연락책이다.
또다시 어떤 지시를 받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거절할 수 없어서, 시빌라는 마지못해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황녀궁에 있는 후문 앞. 하인들이 드나드는 그 문 앞에서, 시빌라 일행은 지크벨트의 연락 담당자를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자 물건을 들고 온 상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 평소와 다른 사람이네?"
델리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말대로, 지금까지 본 연락책은 젊은 남자였다. 하지만 이번에 약속 장소에 온 것은 젊은 여성이었다.
"나는 아니스. 이번엔 내가 대리야."
"...... 대리? 그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델리라가 경계심을 드러낸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아니스는 숨겨둔 송곳니를 드러냈다.
"어머, 나한테 그런 말을 해도 되는 걸까. 지난번 소동 때 당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잊어버렸어? 그분을 배신할 생각이라면........"
"자, 잠깐만! 배신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그, 그래. 평소와 다른 사람이라서 진짜인지 의심스러웠을 뿐이야!"
시빌라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델리라와 루이즈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리고 그 얼굴은 분명히 창백해졌다.728x90'연애(판타지) > 회귀한 악역황녀는 흑역사를 덧칠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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