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58 마리 누나와 약속의 장소
    2023년 08월 26일 22시 11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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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마차를 마을에 맡기고서 루레트 씨의 안내를 받아 숲 속으로 들어갔다.



     처음 걸을 때는 드문드문 자라고 있던 나무들.



     하지만 점차 밀도가 높아지면서, 지표면으로 튀어나온 뿌리에 발이 걸릴 때가 많아졌다 ...... 주로 내가.



     루레트 씨와 길스는 그 긴 다리로 어렵지 않게 나아가고 있다.



     벨은 길스의 어깨에 앉아서 주변에 위험이 없는지 살피고 있다.



     다만 동그란 눈동자가 인상적이어서, 소풍 나온 아이처럼 경치를 즐기는 아이처럼 보인다는 것은 비밀로 하자.



     숲을 지나고, 개울을 건너서, 경사면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필사적으로 발을 움직였지만, 두 시간이 지났을 때쯤에는 눈에 띄게 뒤처지기 시작했다 ...... 나만.



    "죄송합니다, 속도를 좀 더 늦춰야 했는데요."



    "아니요 ...... 저의 체력이 너무 부족해서 그래요."



     모두와 '대마의 수해'로 향했을 때, 레벨은 꽤 올라갔다.



     그런데도 VIT의 성장은 여전히 저공비행이다.



     응?



     STR은 어떠냐고??



     여전히 1등인데 뭔가 문제라도???

     

     분명, 나에게는 STR이라는 스테이터스가 원래 없는 거야.



     설령 존재한다고 해도 콤마 이하의 수치라서, 보다 못한 자그레우스 씨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줬다고 생각해.



     스테이터스 포인트를 재분배하면 분명 늘릴 수 있지만, 예전에 제라 씨한테서 올리지 말라고 당부받은 적도 있고.



     게다가, 또다시 "당신은 이대로 있어요."라는 말을 듣고 그만둘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체력 이야기에서 많이 벗어났으니 이 정도로 하고 .......



     다시 힘을 내어 발을 앞으로 내딛으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내 몸을 들어 올렸다.



     당황해서 뒤를 돌아보니,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의기양양한 표정의 길스가 있었다.



    "잠깐."

     

     공주님 안기가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양손으로 들어 올려진 모습은 '쭉쭉~'라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응, 도움이 되지 않았어.



    "내게 맡겨라, 마리아의 다리가 되어줄 테니."



     말만 들으면 든든해야 하는데,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는 솔직히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쿠거 같네요."



     푹신한 등을 타고 평원을 함께 달렸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루레트 씨가 빙긋이 웃는다.



    "저기요, 모습으로 보면 많이 다르거든요?"



     냉정하게 따지는 나와는 반대로, 쿠거 같다는 말을 들은 길스의 의욕이 폭발한다.

     

     나를 벨과 반대편 어깨에 올려놓자마자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참다못해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린 루레트 씨가, 따라잡아서는 나란히 달린다.



     평소보다 높은 시야로 흐르는 풍경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



     역시 뭔가 틀려!!



     

     울창한 숲 속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리는 두 사람.



     그 기세는 멈출 줄 몰라서, 가로막는 몬스터를 순식간에 처치하며 더 깊숙이, 더 깊숙이 달려간다.



     게다가 휴식을 취하는 것도 달리면서 했다.



     걱정이 되었지만, 두 사람에게서 쇠약해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해가 질 때까지 계속 달려 어느새 얼마나 멀리 왔는지 알 수 없을 무렵.



     불쑥 빠져나온 숲의 끝, 밤하늘 한 귀퉁이에 등불처럼 남아있는 석양을 받아 건물 같은 윤곽이 떠올랐다.



     애매모호하게 표현한 이유는, 지붕도 없고 벽은 허물어져 주변 자연과 거의 동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 앞에서 루레트 씨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움과 아픔이 뒤섞인 듯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네요."



    "...... 네."

     

     짧은 대답이 저녁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조용히 서 있는 루레트 씨.



     길스의 어깨에서 내려온 나는, 루레트 씨의 시간이 움직일 때까지 가만히 옆에서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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