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5 끓어오르는 증오(2)
    2023년 06월 14일 19시 42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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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지 덧붙이자면, 무도류는 인체를 완벽하게 파악해야만 성립됩니다. 그것도 움직이는 방법뿐만 아니라 부수는 방법까지 전부."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로 부수는 일도 있었다는 걸까."
    "문하생들끼리의 대련은, 일반적으로 살육전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잘 부술 수 있는 쪽이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고, 부서진 쪽은 다시는 움직이지 못하죠."

     무술의 유파가 성장하는 과정으로서는 너무 피비린내 나는 일이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법을 잘 지킨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정반대다.

    "저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존재해서는 안 되는 유파입니다. 교회가 열을 올려...... 아이가 벌레를 몇 번이고 짓밟는 것처럼 전멸시키는 것도 이해가 가요."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료의 표정은 놀라울 정도로 평온했다.

     지금까지 그 손을 몇 번이나 피에 적셨을까, 로이는 몸서리를 쳤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은 아니니 ...... 일단 이 정도면 납득은 되셨나요?"
    "아, 그래. 미안."
    "그럼 앞으로의 이야기를 하죠."

     료는 미소를 지었다.

     도시를 불태우는 천사 같은 미소였다.

    "저희는 왕도를 멸망시키고 싶거든요."

     료는 잡담처럼 말했다.

    "...... 멸망?"
    "슈텔트라인이라는 나라를 다시 만들겠습니다. 왕정을 부정하고, 귀족의 특권을 부정하며. 저는 동료들과 함께 모든 현실을 부정합니다. 앞으로의 정치 체제는 민주제라고 부를 생각입니다."

     국민이 주권을 가진다는 뜻이에요. 그렇게 료는 밝게 설명했다.

    "......즉 너는 우리의 적이라는 뜻. 그렇다면."
    "각성을 끝낸 인간을 상대로 싸울 생각은 없어요, 여파로 누나를 죽일 수는 없으니까요."

     허리춤의 검에 손을 뻗은 로이를 보며, 표정의 변화 없이 어깨를 으쓱한다.

    "그보다, 실은 마리안느 피스라운드가 함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요. 오늘은 부재중인가요?"
    "...... 그런 위험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그녀와 만나게 할 수는 없겠는데."
    "글쎼요.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미루어 보면, 막아서는 사람은 그녀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말을 듣고 로이는 조용히 권능의 출력을 끌어올렸다.

     존재의 밀도가 바뀐다. 지상에 사는 존재가 아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자들의 몸으로 로이의 내부가 재구성된다.

    "...... 그게 '칠성사'라는 힘인가요."
    "거기까지 알고도 할 생각이야?"
    "어차피 언젠가는 쓰러뜨려야 하기 때문에."

     로이는 공격할 타이밍을 찾으려 했다.

     료는 그것을 예상하고 방어하려 했다.


     그리고, 유이가 ────

     


    [하~하하하하하하! 이것이 바로 슈텔트라인 왕국의 새로운 겨울 명물! 초거대 눈사람이랍니다 ~~~~!!]

     

     

     

     그 순간이었다.

     바보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두 사람의 긴장감이 확 끊어졌다.

    "~~으, 윽, 시끄러워, 뭐야!?"

     료가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시선유도가 아님을 확인한 후 유이와 로이가 그쪽을 바라보니, 왕도 건물 너머로 우뚝 솟은 초거대 눈사람과 그 어깨에 올라타고 있는 익숙한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 저게 유성의 금주보유자. 소문에 걸맞게 말괄량이랄까, 상식을 모르는 사람이랄까."

     료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왕도 중심부에 우뚝 솟은 초고층 눈사람은 정말 비정상적인 광경이다.

    "금주보유자는 일반적으로 상식과 질서를 파괴하는 쪽으로 돌아서는 경향이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
    "...... 모르겠는데."

     로이의 머릿속에 유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라고 하는 반례 외에는, 확실히 미친놈이거나 세상을 어지럽히려는 쪽이었지만 ......

    (......아니, 잠깐. 혹시 이건 그 반대인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유트가 비정상적인 게 아닐까?)

     순간적인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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