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던 악덕 상인입니다. 그, 분쟁 지역 등에서 중립적인 장사를 하려면 이 정도의 습격 정도는 견뎌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호위들도 이 정도는 그냥 할 수 있는데요."
"그, 그런가?"
일단 레이저 포가 흡수된 것을 알아차린 듯한 인베이수가 일단 공격의 고삐를 풀고 상황을 살피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그 틈을 타서 왕에게 빨리 사령부로 가라고 재촉했다. 좋은 판단이었어, 인베이수. 이대로 계속했다면 이쪽의 역습으로 레이저를 역류시켜 네 몸까지 도달시켰을 것이다.
"마, 맞다! 이렇게 있을 수는 없지!"
왕이 힘차게 달려가자, 나는 만약을 대비해 언제 2차 사격이 올지 모른다는 자세를 취하며 창가에서 인베이수라는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하늘 저편에서 전투기 모드의 발할리온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나머지는 하루하라 군 일행이 알아서 해줄 테니 이제 괜찮겠지.
그건 그렇고, 역시나 좋아 변신 로봇은. 전투기에서 인간형으로 변신해 싸우기 시작한 발할리온의 용맹한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손가락을 물고 장난감을 갖고 싶어 하는 아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나. 남자들은 나이를 먹어도 이런 걸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우리도 가이센오로 뛰어들어서 참여할까요?"
"아니~ 역시 그건 어른스럽지 않잖아. 다른 집 아이가 주인공인 로봇 애니메이션에 외부인이 함부로 끼어들면 당연히 욕먹는다고 절대."
[네게도 부끄러움이라는 개념이 있었구나]
[그야 당연히 있죠]
이세계 가이아스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만능 여신 스마트폰에서 울려 퍼지는 만능 전뇌 집사 셰리의 목소리. 동시에 나노머신 기술에 의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허공에 빠르게 전개되고 재구성되는 모래알 같은 검은 안개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실체화되어, 키가 큰 노집사 셰리가 공손하게 내 곁에 서 있다.
그렇다. 상의의 가슴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은 채로 낮잠을 잤던 탓인지, 사실 셸리도 슬그머니 함께 이 세상에 온 것이다. 치트 나노머신 기술 덕분에 지금까지는 스마트폰 속에서 나올 수 없었던 그가 현실에도 간섭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의족을 얻게 되면서, 만능스러움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게다가 어디서 보고 있었는지 램프의 요정한테서 로봇에 대한 좋아요가 도달한 것이 웃긴 대목이다.
나는 그렇게 똑똑하지 않으니까. 솔직히 셰리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서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거라고 생각하니, 솔직히 고마운 일이다. 역시 믿음직한 전자 할아버지라고.
셰리가 있다는 건, 그래, 초차원 전송 장치의 구조를 안팎으로 분석해서 저쪽 세계에서 이쪽 세계로 빅투루유호를 소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뜻이다. 즉,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빅투루유호를 타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도 있고, DX 가이센오가 되어 그 전투에 뛰어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 하지만 역시 그렇게 하는 것은 너무 어른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꾹 참는다. 아, 좋겠다, 거대 로봇과 거대 괴수의 싸움이라니. 정말 남자아이의 로망이지~. 인명피해가 반쯤은 난무하는 이 상황에서 무슨 소리냐고?
괜찮아. 가이아스의 인류가 멸망 직전에 수가 급감한 영향으로 그 주변은 거의 폐허나 다름없으니까. 폭발로 불길에 휩싸여 무너진 건물들, 저 둘이 싸우고 있는 발할라 시티는 전부 무인 상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마음 편히 발할리온과 인베이수의 싸움을 구경할 수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