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1부 271화 아이를 태워야만 하는 쪽도 무서워(2)
    2023년 04월 07일 09시 37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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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그렇겠지. 용사 소환은 이세계 전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지만, 사실상 납치나 다름없으니까. 낯선 세계에서 낯선 인간들에게 둘러싸여 낯선 괴수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니,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당연히 무서울 수밖에 없지.

     나 역시 호크 골드에 환생하는 것이 아니라 17살의 카네다 야스타카로서 이 세계에 파일럿으로 소환되었다면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지? 라며 투정을 부리다 엉엉 울부짖으며 히스테리를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하루하라 군은 나보다 100만 배는 더 훌륭하다.

     나는 나라는 인간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아버지, 올리브, 버질, 크레슨, 로리에 등 모두의 덕분에 한 단계 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예전에는 정말 끔찍했다. 잘도 그런 귀찮고 뒤틀린 꼬마였던 나를 버리지 않았다고 감탄할 정도로,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죽는 건 두려운 일이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왔다는 당신은 더욱 그렇겠죠. 지금 당신의 어깨에는 말 그대로 세계의 존속이 달려있으니까요. 사명감이나 정의감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압박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 그렇겠지. 내가 싸우지 않으면 이 세상은 멸망할 테니까. 그러면 나도 지구로 돌아갈 수 없게 되고...... 왜 나였을까?"

     그는 멍하니 별을 올려다보던 얼굴을 내려놓고 이번에는 가만히 열린 손바닥을 바라본다.

    "무슨 대단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야. 특별한 힘을 가진 것도 아니야. 그런데 왜 나 같은 놈이 선택받았을까."

    "왕께서도 말씀하셨지만, 발할리온의 코어에 잠들어 있는 정령과 우연히 파장이 딱 맞는 아이였기 때문이죠. 그 동조할 수 있는 아이로 당신이 태어난 이유까지는 몰라도......"

    "아무리 고민해도 납득할 수 있는 이유 따위는 누가 알려줄 리가 없겠지, 그렇구나....... 대단해, 호크 군. 아직 11살인데, 마치 어른 같네."

     실제 나이는 16살이고, 전생까지 포함하면 정신연령은 이미 32살이다. 겉모습은 그냥 비만아지만. 너 같은 건 전혀 비만이 아니지 않느냐는 소리도 어디선가 들리는 것 같은데. 분명 헛소리일 거라고는 생각한다.

    "제가 보기에는 당신이 훨씬 더 대단하고 훌륭한데요. 왜냐하면 실제로 싸우는 건 당신들 셋이니까요. 저는 그저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 응원하고, 쏟아지는 총알을 흘리는 정도밖에 못한다구요."

    "하지만 그 덕분에 퀴리의 아버지가 살았다지? 그렇다면 역시 대단해."

     갑자기 어둠 속에서 눈이 마주쳤다. 벤치에 나란히 앉은 채로 한동안 서로를 말없이 바라본다.

    "호크 군은, 그...... 대답하기 싫으면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어떻게 그 공포를 극복했어? 그, 원래 있던 세계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거나 마물의 습격을 받기도 했잖아?"

    "역시 동료와의 유대감이 아닐까요. 평범한 대답이지만. 적어도 제 주위에는 이런 나를 지지하고 사랑해 주는 소중한 동료들이 있었으니까요."

     떠오르는 것은 모두의 얼굴이다. 이 세상에 온 지 오늘로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 다들 걱정하고 있을까. 아니, 분명 걱정하고 있겠지. 경우에 따라서는 무단 외박 1주일이라며 엄청나게 혼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아차,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동료라."

     그때, 벤치 뒤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려 우리는 뒤를 돌아보았다.

    "어머? 두 분 모두 이런 곳에 계셨네요! 우연이예요! 저도 방금 별을 보러 왔거든요!"

     화단 안에 서 있던 것은, 역시나 유명한 여자 성우의 목소리로 말하는 큐리 공주였다. 아마도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떠나려다가 나무에 발이라도 걸려 넘어진 걸까.

    "봄이라고는 하지만, 밤에는 춥지 않아요?"

    "그렇죠. 더 추워지기 전에 방으로 돌아가볼까요."

    "앗, 호크 군!"

     전우인 젊은 두 사람의 교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어깨를 으쓱하며 인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가려는 내 등을, 하루하라 군이 붙잡는다.

    "저기, 상담해 줘서 고마워! 불평을 늘어놓아서 미안!"

    "아뇨,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밖에 없으니까요. 조금이라도 당신의 고민이 풀렸다면 다행입니다."

     참고로 엑스왕의 목숨을 구해준 덕분인지, 퀴리 공주의 나에 대한 인상은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버지의 생명의 은인이라는 정도의 거리감을 가지고 대하고 있으니, 별다른 풍파가 없어서 다행이다. 서브 파일럿으로서 솔선수범해서 인베이수에 맞서고 있을 뿐이지, 왕족답지 않은 왈가닥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까, 그런 점에서 한 발짝 물러서 주는 게 정말 고맙다.

     내가 떠난 후 그 둘이 안뜰에서 무슨 수다를 떨고 있었을지는 알 길이 없으나, 달콤 쌉싸름한 수다를 건전하게 즐기길 바란다. 그것도 지금밖에 할 수 없는 젊은이의 특권이니까. 예전에는 서양 영화 같은 걸 보면서 전장에서 러브신 따위를 보여줄 때가 아니지 않냐며 엄청나게 비웃었었는데. 여러 가지로 고민하는 하루하라 군의 마음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면, 연애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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