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3 장> 36 성녀
    2020년 12월 12일 10시 40분 0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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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8839dt/36/





     던전의 마물대발생. 그것에 의한 마술학교 파괴.....그 복구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다.


     추위가 느슨한 이 지방에도 겨울이 찾아오고 신년을 맞이했다.


     이 세계의 신학기는 지구로 따지면 여름의 끝이다. 종업식은 여름의 시작이고 졸업식은 봄의 끝. 그렇게 되면 학생들의 관심은, 봄의 중턱에 열리는 '졸업파티' 에 쏠리게 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학원 안의 일이고, 보통 사람들은 신년을 축하하기 위해, 왕족과 새롭게 소개된 '성녀님' 을 보러 왕성의 주변에 모여들었다.



     왕성에 있는 대기실에서 에나는 느긋한 몸짓으로 찻잔에 따라진 녹차같은 것을 입에 머금고 있었다.


     "에나님, '빛의 성녀' 님께서 도착하셨어요."


     "어머, 들여보내 주세요."


     방에서 시중드는 시녀의 말에 허가를 내리자, 조용히 문이 열리고는 푹신한 금발을 휘날리면서 상냥한 미소를 짓는 귀여운 소녀가 들어왔다.


     "미안하네요, 에나 씨. 조금 대화를 하고 싶어서....."


     "네, 상관없어요, 클라리스 씨."


     

     마물대발생을 종결시킨 '빛의 성녀'


     이 여성향 게임의 메인 히로인인, 클라리스리니에로 자작영애였다.


     

     "여기 앉아주세요."


     "감사드려요."


     유력자인 히로인의 등장에, 에나도 온화한 미소를 띄우며 자리를 권하였다.


     시녀가 2인분의 녹차를 타줘서, 이 나라에서 드문 녹차에 시시한 농담을 하면서, 클라리스는 변치않는 미소로 슬쩍 물어보았다.


     "당신은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이상한 말씀을 하시네요."


     두 사람 사이에는 기묘한 긴장감이 생겨났고, 둘 다 변치않는 미소를 띈 채 잠시 말없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이 세계의 주민인 클라리스가 게임의 일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뭘 알고 있는 것인가.


     "의미를 모를 당신이 아닐 텐데요?"


     "그걸 저에게 묻는 건 공평하지 않을까요......?"


     에나가 그렇게 대답하자, 물어본 클라리스는 "후후" 라며 작게 웃었다.


     "그렇네요. 전 전하의 옆에서, 이 나라를 빛으로 비추고 싶어요."


     "그거 멋지네요. 전 이쪽의 두 명을 돌봐주기도 벅차네요."


     "후후후."


     "후후."


     그것 뿐인 대화로, 두 사람의 사이에서 얼어붙은 듯한 긴장감이 사라졌다.


     

     이건 협정이다. 목표가 다르다. 협력은 안 하지만 서로를 방해하지도 않는다.


     

     쨍그랑.


     ".......아."


     긴장감이 너무 높아서 빈혈을 일으킨 듯한 시녀가 휘청거려서 생화가 꽂혀진 꽃병을 쓰러트리고 말았다.


     "죄, 죄송해요, ....아얏."


     "서두르면 안돼요. 혼내지 않을 거니까요."


     서둘러 깨진 꽃병을 주으려 하다가 손가락이 베어진 시녀에게, 클라리스가 '치유' 의 신술을 걸어서 순식간에 치료해주었다.


     "가, 감사드립니다."


     여신에게 사랑받는 빛의 성녀. 그 신성함에 매료되면서도, 시녀는 깨어진 꽃병과, 무심코 밟아버린 꽃에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거기에.


     "형태가 있는 건 언젠가 부서져요. 하지만....."


     에나가 흩어진 꽃을 모아서 그걸 '생화' 처럼 병에 꽂으며, 그 손에서 녹색 빛을 발하여 꽃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렸다.


     ".......녹색 손....."


     식물을 성장시키고 복원하는 레어스킬. 되살아난 꽃의 아름다움과 그 광경에 시녀가 놀라서 중얼거리자, 에나는 살짝 미소지었다.


     그 때, 방 밖에서 집사같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기다리셨습니다. 빛의 성녀님, 녹색의 성녀님, 폐하께서 기다리십니다."


       ***


     추위가 매섭지 않은 요즘. 여러분, 어떻게 지내시나요.


     날마다 과일이 밀리미터 단위로 성장한다는 걸 아는 여자, 플뢰레티라 하옵니다.



     [천한 자여, 여신의 권속인 나의 영역에 들어오다니, 무슨 일인가!!]


     

     오늘 저는, 이른 아침부터 식재를 찾으러 마의 숲으로 향하였으나, 갑자기 생트집을 잡혔습니다.


     분명 '불새' 라고 하는 정말 커다란 새의 마물이었네요. 일부 지방에서는 성수라고 불린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여신의 권속인가요.... 그냥 지나갈 뿐이었는데, 정말 품위없게 생각되네요.


     지금까지 샤론 아가씨가 뒤집어쓴 불행과, 긴코 양과 후아 양의 고찰로 생각해보면, 그 전 동급생들이 말했었던 '여성향 게임' 이라는 허언에도 신빙성이 늘어납니다.


     그 근본을 지탱하는 것이, 이 세계의 질서인 [여신] 인 듯합니다.


     아마도 이 세계의 [관리자] 중 한 명일 터.


     

     이전에 메이드장에게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세계의 관리자란 대개의 경우 대정령 등이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아주 가끔 대정령을 뛰어넘는 힘을 가진 존재가 나타나면 대정령에게서 역할을 빼앗아서 [신] 으로 불리기 시작한다던가..... 귀찮은 존재네요.



     [날 무시하는가, 천한 자여! 그 죄를 목숨으로 갚도록 하라!!]


     

     아직 있었네요. 일단 불새는 먹을 부분이 적기 때문에 흥미는 없었지만, '여신의 권속' 을 자칭한다면 어쩔 수 없네요.


     전신에서 내뿜는 마력을 화염으로 바꾸어서 똑바로 돌진해오는 불새에게, 전 길가던 도중에 주웠던 초 단단한 호두를 손에서 놓고서, 떨어지기 전에 가시곤봉으로 날려버렸습니다.


     [그갸악!?]


     호두에 머리를 맞은 불새가 떨어집니다.


     "파~"


     약간 경고가 늦었습니다. 여러분도 공을 날릴 때에는 주의하세요.



     [......그.....큭......]


     "오? 아직 살아계셨나요."


     지방에서는 잿더미 속에서 부활한다는 전승이 남아있다고 하던데, 머리를 맞고서도 숨이 붙어있다고 한다면 그 전승도 과장은 아닌 모양이네요.


     [.......강한 자여.....부탁이 있다...... 내 둥지에 있는 알을 네게 맡긴다....]


     "알겠어요."


     갑자기 '천한 자' 에서 '강한 자' 로 랭크업이라니 솔직히 좀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죽어가는 부탁을 무시할 정도로 못 되먹진 않았습니다.

     


     "샤론 아가씨, 잘 주무셨나요. 아침이옵니다."


     "......아안녀엉, 레티이....."


     중얼거리면서 눈을 비비며 필사적으로 일어나려 하는 아가씨는 정말 귀여우십니다.


     "자자, 아침식사도 있어요."


     "......밥, 뭐야?"


     "오늘은, 신선한 불새의 알로 만든 오믈렛이옵니다."


     

     그러고 보니, 불새가 죽으면 자신의 알로 정신이 옮겨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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