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에 탄 아가씨에게 '고무의 마안'을 발동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아가씨가 마안을 발동시키자, 모두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샤, 어때요?"
"네...... 많이 좋아졌어요"
나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다.
암룡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보면, 조정자나 나 같은 불규칙한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 마술인 모양이다.
그리고 '영향이 없는' 존재를 여신은 놓치지 않는다.
지금, 여신은 우리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것이다.
"방심하면 잡힐 것 같은 느낌이다. 따뜻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 머릿속에 누군가가 속삭여."
단테스 씨가 토해내듯 말했다.
"...... 역시 여신이란 나쁜 녀석이구나. 마술로 정신을 미치게 하고, 우리를 가축처럼 취급하는 그 속셈을 확실히 깨달았다."
그러자 암룡이 외쳤다.
[호수가 보인다!]
저 멀리 산맥 너머로 작은 수면이 보였다.
우리가 가까워질수록, 우리 뒤의 동쪽 하늘이 조금씩 하얗게 변해간다.
최고의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잠든 시간이면서, 어둠이 아닌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은 새벽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속도를 높인다. 꽉 붙잡아]
암룡의 말에, 미미노 씨가 '힉'하고 안색이 핼쑥해졌다.
그 후로, 나도 처음 경험하는 듯한 속도가 온몸을 강타했다.
귀에는 하늘을 가르는 폭발음만 들리게 되었다.
아까는 작은 수면으로만 보였던 호수가 순식간에 커졌고, 그 호숫가에 우뚝 솟은 성당이 선명하게 보였다.
[으음. 이건 예상 밖이다]
"뭐가요!?"
폭발음에 지지 않도록,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교황이라는 여자, 건물에 없다]
용은 여신의 존재, 여신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존재를 감지하는 힘이 있다.
내가 되묻기도 전에 암룡이 말했다.
[호수 바로 옆에 서 있다]
호수 옆?
밖에 있다는 뜻이야?
이대로 가면 1분도 안 돼서 대성당에 도착한다.
나는 생각을 거듭했지만,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대로 호수로 갑시다!"
계획 변경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계획의 중단은 없다.
오늘이,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여러분, 교황 성하는 밖에 있습니다! 전투의 장소는 바뀌었지만, 작전은 그대로 진행됩니다!"
착지하기 위해 영룡의 속도가 느려져서, 내 목소리가 모두에게 전달되었다.
"어, 그래야지!"
"알았어!"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요~"
"알았어요!"
그리고 맥심 씨와 기사들의 동의하는 소리.
[내려간다]
하늘에서 급강하를 시작하자, 배 밑이 서늘해지는 듯한 부유감.
(저거다......)
은은한 빛이 호수를 비추고 있다.
조용히 떠 있는 몇 척의 배들.
대성당에서 선착장까지는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고, 그 중앙에 서 있는 작은 인물이 있다.
교황 성하다.
(왜 저런 곳에? 여신은 우리의 접근을 눈치챘을 텐데.......)
라고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도 그때까지였다.
[부수면서 가자]
[그래]
호숫가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순간, 암룡은 수평비행으로 전환해 우리 몸에 강렬한 중력이 가해진다.
고오오오오오!!
호수 위를 날아가는 암룡이, 입에서 검은 숨결을 내뿜었다.
그것들은 정박해 있는 배들을 차례로 파괴해 나갔다.
호수에는 여러 개의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대단해...... 이게 용의 힘)
호수의 배들을 쓸어버리자, 그 소란 때문에 대성당에서 많은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암룡은 빙글빙글 돌면서 교황 성하가 있는 초원으로 내려갔다.
(이상해...... 모든 것이 이상해)
홀로 서 있는 것은 분명 교황 성하임에 틀림없다.
성당 창문을 통해 우리를 알아본 기사들이 "성하께서 저런 곳에!"라고 외쳤다.
(하지만 계획을 진행할 수밖에 없어......!)
암룡이 착륙하자, 우리는 일제히 뛰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