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장 16 남은 공백지대(2)
    2023년 03월 15일 18시 37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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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켜보면 [신전의 건축? 농담이냐. 지금은 바쁘단 말이다]라고 발언한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지만, 그 이전의 기억은 없었다.

     방금 전 측근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다.

    "......사상의 조작."

     그 가능성을 떠올린 홀리데이는 등골이 오싹했다.

    "왜 이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까? 언제부터였지. 기억해 봐. 내가 기억하는 것은... 역시 '세계결합' 직전까지다."

     대성당에서 카운트다운을 했던 것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원래 기억력이 뛰어난 편이다.

    "여신. 신전. 그게 도대체 뭐라는 거지?"

     홀리데이는 집무실로 돌아와 쌓여 있는 종이 뭉치를 집어 들었다.

    "아마...... 크루반 성왕국의 선대 성왕이 신전 건설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는 나와 마찬가지로 '세계결합'에 관여했어. 그렇다면 지금쯤 제정신을 차렸을 터......"

     크루반 성왕국에 관한 최신 자료를 넘겨보았지만, 거기에 적힌 내용은 여전히 그렌지드 공작이 성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상하군. 그때 여신이 우리에게 어떤 사상 조작...... 강력한 최면을 걸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풀렸는데, 왜 선대 성왕은 풀리지 않았을까?"

     홀리데이는 다른 자료를 확인했다.

    "게다가 주변국 정상들도 신전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건 '세계결합' 이후다."

     추측을 수첩에 적어 내려간다.

     ㅡㅡ블랑스토크에 최초의 '여신신앙' 신전이 완성.
       이것은 기존 성당을 보수한 것이다.
     ㅡㅡ크루반 성왕국 및 각 '맹약자'가 신전의 건설을 시작. 실비스 왕국만 정보를 얻지 못함.
     ㅡㅡ공화국 주변에서도 신전 건설의 움직임.

     문득, 손을 멈춘다.

    "신전 건설을 처음 언급한 것은 주변의 어느 나라였을까......"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들어오라고 하자, 다른 측근이 얼굴을 내밀었다.

    "홀리데이 대표님, 회의 시간입니다......."
    "아, 마침 잘 됐다. 당신 고향이 젠말 왕국이었지?"
    "? 그렇습니다만......"

     홀리데이의 측근들은 대부분 공화국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예외적으로 다른 나라 출신도 있다.

     아주 뛰어난 자들에 한정되지만.

     하지만 이 나라의 관습에 따라, 측근으로 취임하는 시점에서 모든 천부주옥을 [오브 파괴]를 통해 없애야 한다.

     그는 원래 소지한 천부가 없었는지 [오브 파괴]를 해도 아무런 천부를 발견할 수 없었다.

    " 신전 건설에 대한 이야기, 처음에는 젠말 왕국이 말했었나?"
    "예, 그렇습니다. 드디어 홀리데이 대표님도 결심하셨군요. 신전을 짓기로."
    "아니. 다들 성전을 지을 돈이 없는데, 너만은 유독 긍정적이구나. 고국이 거대한 신전을 짓고 있어서 그래?"
    "그런 게 아니라...... 신문에도 나와 있듯이 이 근처에서 신전을 짓지 않는 건 우리나라뿐이니, 쓸데없는 파문을 일으킬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어서요."
    "발할라도 짓지 않았는데."
    "그들은 오만한 거겠죠"
    "그런 말하지 마."

     메모한다.

     ㅡㅡ신전 건설은 주변국에서는 젠말 왕국이 최초다.
       젠말 왕국은 대성당과 가장 가깝다. 우연인가?

    "각하...... 뭔가 문제가 있습니까?"
    "문제인지 아닌지는 앞으로 판단해 봐야지. 신전을 어떻게 할지도 그렇고."

     메모를 집무실 책상의 서랍에 넣고 일어선다.

     회의실로 가기 위해 측근들과 함께 방을 나서자, 복도 창문에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어둡네."
    "예....... 신전을 지을 때는 가능한 한 크고 밝은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젠말 왕국에 뒤지지 않을 테니까요."
    "그건 과연 어떨까?"
    "왜 그렇게까지 망설이십니까? 이미 여러 나라에서 비용 지원을 제안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의 재정에 타격도 없고, 국민들도 일할 수 있으니 좋은 일만 가득하지 않습니까?"
    "그래요. 하지만 감언이설에는 함정이 있다."
    "ㅡㅡ이웃나라를 믿을 수 없다는 말씀이신지."
    "그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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