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친구2020년 12월 06일 13시 24분 2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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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부거미. 일본각지에 전해지는 요괴의 일종
내가 처음으로 의식을 되찾은 것은, 생명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어두운 세계였다.
여기가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전혀 알 수 없다.
그냥 멍하게 '여기' 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었던 것은 느낌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로, 지금의 자기 모습이 '슬라임같다' 라고 생각하는 정도의, 모르는 지식만이 존재하였다.
그걸 부자연, 불편하다고 느끼는 자신과, 그럼에도 본능적으로 벌레같은 것을 잡아서 먹는 자신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그 벌레는 뭉개면 달달한 향기가 나서 몸을 만족시켜 줬지만, 동시에 그리움같은 허전함도 느껴져서, 나는 벌레는 먹는 걸 그만두고 멍하게 지내게 되었다.
몸이 '배고프다' 라고 읍소한다. 하지만 마음이 '쓸쓸하다' '슬프다' 라고 항의하여, 살기 위한 의욕을 빼앗아간다.
그런 나를 노리는 '적' 이 있다.
정확하게는 적이 아니다. 나와 같은 슬라임같은 물체나, 안개같은 것. 아마 그것들은 내 동족으로, 날 먹으려고 하고 있겠지.
무섭진 않았다. 동시에, 이런 녀석들에게 먹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난 쇠약해진 몸을 채찍질하며 도망쳤다. 아니, 도망치는 게 아니라 소위 전략적 후퇴란 말입니다.
하지만 상대쪽이 빠르다. 도망치고 도망쳐서 내몰린 내 앞에, 갑자기 빛나기 시작한 정말 작은 [마법진] 같은 것이 떠올라서 날 빨아들였다.
정말 정말 작고 불안정한 [소환마법진]. 아마, 내가 쇠약해지지 않았다면 통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날 포식하려고 했던 녀석들도 통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해서, 난 빛이 있는 장소에 도착하여 슬라임의 몸을 부들부들 떨고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됐다, 해냈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의사가 담긴 [말] 을 들은 느낌이 들었다.
감각이 빛에 익숙해니, 그곳이 돌로 둘러쌓인 방인걸 알겠다. 그 안에서 날 보고 있는 자그마한 여자애의 모습이 보였다.
은색 머리카락과 자주색 눈동자를 한 5살 정도의 귀여운 여자애.
옷감은 좋아보이지만, 여기저기가 해진 드레스를 입은 여자아이는 날 기쁜 듯이 바라보고 있다.
........이 아이에게서 흘러들어온다. 그녀의 쓸쓸한 생각과 마력이 흘러들어와서, 내 쇠약해진 몸을 채우고 있다.
자그마한 여자아이는, 더욱 자그마한 나에게 미소를 가득 보여주며, 부서진 물건이라도 만지는 듯이 나한테 손을 뻗는다.
"저기, 나하고....."
그녀의 말을 다 들은 순간 나는 다시 마법진에 끌려가서, 정신을 차려보니 원래의 어두운 세계로 돌아와 있었다.
아마도, 마력이 부족했던 것이거나 마법진이 불완전했을 것이다.
그녀를 떠올려보니 약간 쓸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난 감상에 젖어있을 틈도 없었다.
그곳에는 날 포식하려고 쫓아와서,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 내가 돌아오는 걸 기다리던 동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전까지와는 틀리다.
나는 덮쳐온 동족 슬라임의 공격을 피하고, 그 아이의 마력 덕분에 되찾은 힘으로 '적'을 격파하였다. 맛있다 맛있어.
그 후로 내가 어떻게 했냐고 말하자면, 우쭐대었다.
내가 어떤 생물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본능이 싸우는 법을 아는 것처럼 움직여서, 동족을 쓰러트리고 포식하였다.
동족을 먹어버리는 건 저항감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던 것은 어째서일까?
우쭐대며 포식을 계속한 결과, 몸이 무거워졌다. 어, .......살쪘나? 힘은 강해졌는데 움직임이 느려져서 포식 페이스가 올라가지 않는다.
좀 더 빠르고 경쾌하게 움직이면 좋을 텐데.
좀 더 멀리 뻗을 수 있는 긴 팔다리가 있으면 좋을 텐데.
좀 더 많은 팔다리가 있으면, 많은 먹이를 잡았는데......
샤악! 하고 내 검은 손톱이 작은 원숭이같은 것을 찢어발겼다.
나는 결과적으로, 새카맣고 가느다랗고 손발이 긴~ [창부거미] 같은 형태로 변화하였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더라. 음, 내가 원해서 그랬습니다,
더욱 우쭐대기 시작한 나는, 자그마한 슬라임과 안개 덩어리로는 만족하지 않게 되어, 작은 원숭이를 노리게 되었다.
원숭이는 꽤 강했지만, 진짜 거미처럼 실을 내어보니 다섯 마리 정도라면 문제가 안 될 정도로 강해졌다.
그로부터 조금 지나서, 나는 어느새 자만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조금 털색이 다르고 약간 강한 원숭이가 있다. 어떻게든 쓰러트리자 그 원숭이는 마치 게임처럼 '건조 미역' 같은 것을 드롭해서 놀랐지만, 그 후 조금 지나자 내 주변에서 원숭이와 슬라임이 일제히 모습을 감추었다.
이건 혹시, 모두가 피할 정도로 내가 강해진 걸까나?
그런 식으로 자만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게 아니었다. 난 다른 녀석보다도 머리는 좋아보였지만, 그들보다 야생의 본능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히익!?"
바로 근처까지 와서야 겨우 눈치챘다.
뭔가 말도 안되는 것이 접근해온다. 있을 수 없을 정도로 폭력적이고 거대한 기척이 내 쪽으로 접근해온다.
원숭이와 슬라임들은, 이것이 오니까 도망친 것이다. 말 정도는 해주라고, 이웃이잖아!
"........"
그리고 나타난 것은, 인간같은 [메이드복] 을 입은 '괴물' 이었다.
한눈에 보고 알았다. 도망쳐도 대항해도 소용없다. 힘의 차원이 너무나 달라서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엎어져서 머리를 땅에 기대었다.
나의 즉석 도게자에, 그걸 본 괴물님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그 머리에서 무수한 머리카락이 뻗어와서 날 쫓아온다. .......아, 이건 머리카락이 아니라 금색의 뱀이다....
무수한 뱀이 지긋이 관찰하였고, 내가 실로 만든 거미집도 본 그녀는.....날 들고 돌아갔다. 구~해~줘~.
난 먹히지 않고 끝난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내가 쓰러트린 '색깔이 다른 원숭이' 는, 괴물님의 부하였던 모양입니다.
그 부하의 대신으로 지배되는 걸 강요당한 나는, 건조 미역 1킬로그램을 일당으로 받는 파격적인 보수로 고용되어, 실로 여성이 사용하는 듯한 의복을 만들게 되었습니다......어째서 미역.
네? 괴물이라고 부르지 않았는데요.
'메이드장' 이라고 부르라니? 아, 예. 알겠어요.
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걸 들키자, 어째서인지 메이드복이 지급되더니, 메이드 부대의 말단으로 배치되었습니다.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거미라니 엉뚱하네요. 누가 만든 건가요? 세상에 메이드장의 수제였습니다.
그 후로 제 메이드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말투부터 몸가짐까지 제대로 교정되어서, 전세같은 기억도 있어서 이해가 빨랐던 나는, 언제부터인가 메이드장의 보좌까지 출세할 수 있었습니다.
메이드가 있다는 말은, 그들이 모시는 [주인님] 이 있을 것입니다.
이 괴물.....크흠, 메이드장이 모시고 있다니, 얼마나 말도 안되는 존재일까요?
하지만 저 같은 말단 거미가, 그런 천상의 존재와 만날 수 있는 기회 따위 없기 때문에 홀가분합니다. 아하하.
.......네? [주인님] 께서 저를 만나고 싶어하신다구요? 실화인가요.....
세상에 내가 비단보다 고급이라고 자신하는 실로 열심히 만든 속옷들은, 어찌된 일일까요, [주인님] 께 진상되어서, 눈에 들었다니.
조금 더 대충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런 짓을 해버리면 메이드장에게 혼나니까 하지 않겠지만.
그리고 회견을 허락받은 나는 [주인님] 의 거처까지 끌려갔습니다.
[주인님] 은 뭐라고 해야 할까, 황금빛으로 빛나서 잘 모르겠지만, 상당한 위압감과 거룩함에 전 무심코 다시 즉석 도게자를 하고 말았습니다.
참고로 '즉석 도게자'란, 머리를 바닥에 댄 상태에서 엉덩이를 머리 끝까지 직각으로 들어올린 상태를 가리킵니다. 그런 기묘한 자세의 날 보고 [주인님] 의 옆에 있던 가면 메이드님이 배를 움켜쥐며 킬킬대고 웃었습니다.
이 세상, 뭐가 좋은 결과를 불러오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네요.
뭐가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주인님] 으로부터 직접 [이름] 을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플뢰레티] .......그것이 내가 받은 이름.
우리들 같은 것에 이름을 줄 수 있는 자는 [주인님] 뿐이며, [이름] 을 부여받은 제 힘은 안정되었고, 급격히 강해졌습니다.
그 힘과 능력에 의해, 저에게는 천 명의 메이드 부하가 주어지고. [주인님] 의 적을 쓰러트리는 역할도 받았답니다.
메이드 중장, 플뢰레티. .......메이드인 의미가 있는 건가요?
의문으로 생각하여 아무렇지도 않게 어째서 [중장] 이냐고 물어보자, [주인님] 은 이상하다는 듯, 플뢰레티 하면 중장이잖아, 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아무래도 내 이름은 무슨 의미가 있는 이름인 모양입니다.
솔직히 의미는 모르겠지만, 출세가도 정주행입니다.
그런데 순풍가도로 보였던 저의 앞길에 먹구름이 드리워졌습니다. 여태까지 순조로웠던 제 힘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한 모양입니다.
뭐 그래도 이 주변의 적에게는 지지 않고, 메이드장과 [주인님] 의 측근 클래스 이외라면, 동료들 사이에서 상위니까 신경은 안 쓰고 있었지만, 그렇게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던 어느 날, 나는 다시 [주인님] 에게 불려나갔습니다.........감봉인가요?
아무래도 내 힘이 자라지 않는 원인을 알게 된 모양입니다.
요약하자면, 난 아직 최초의 [계약] 을 완수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계약.......? 그 말을 들은 순간, 내 뇌리에 귀여운 여자아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나는......그 아이와의 [약속] 을 완수하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의 일은 계속 마음 어딘가에서 신경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세계에 스스로의 힘으로는 갈 수 없을 거라며, 마음 속 어딘가에서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살아남는 일에 전념했었다고 말하면 듣기에 좋겠지만, 난 그 아이한테서 살아갈 힘을 얻었는데...
만나고 싶어..... 만나서 그 애의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강하게 원했습니다.
그 애와의 약속을 완수하고 싶다.
다시 한번 만나서, 다음 번엔 제대로.....
그 때, [주인님] 께서 싱긋 웃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전는 하필 신과도 같은 분의 앞에서, 마음 속이라고는 해도 '원하고' 만 것입니다.
"........어!?"
내 발밑에 갑자기 나타난, 황금의 마법진.
당황하는 나에게 [주인님] 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 여자아이와 너와의 유대가, 실처럼 이어져서 서로를 끌어당긴다, 고. 시간도 장소도 초월해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그리고 나는.......전생의 몸으로 돌아가, 다시금 '아가씨' 와 만났습니다.
예, 회상 끝입니다.
오? 기나긴 옛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살아있는 사람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약간 설교할 셈이었습니다만, 샤론 아가씨를 해칠 생각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그만 저질러버린 것' 같습니다.
저는 일단, 아직 지배 하에 있는 [고기] 에게, 움직이지 않게 된 [고기] 를 처분하도록 명하고 나서 아가씨의 뒤를 쫓아갔습니다.
"칫, 그 녀석들 어디서 놀고 있는 거지, 이렇게 되면 내가."
"무, 무슨 짓인가요!? 가게는....."
"하, 어수룩한 아가씨네, 그렇게 겁먹은 표정 짓지 않아도, 조용히 있으면 아픈 꼴 안보고 끝난단다."
"다, 당신은....."
"큭크..... 그래, 널 납치해서 귀족 호색한들에게 팔아넘기려는 거야. 가만히 있으면, 지금보다 좋은 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시, 싫어..... 누가 좀....."
"이런 장소까지 일부러 찾아온 자신의 멍청함을 원망해. 어이, 도망치지 마."
"싫어, 싫어....누가 좀..............레티."
"예, 아가씨, 뭘 해드릴까요?"
".................어?"
제가 말을 걸자, 떨고 있던 아가씨가 약간 바보.........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휘둥그레져서 귀여운 눈을 나에게 향했습니다.
"레티!?"
"예, 아가씨. 플뢰레티가 맞사옵니다."
"그, 그 사람은.....?"
"그 분이라면, 방해가 되어서 옮겨드렸습니다."
"방해라니..... 당신, 어째서 여기에....."
"예, 아가씨께서 부르셨으니까요."
안심시키려고 가능한 한 상냥하게 말을 걸고, 양손으로 아직 떠는 손을 감싸안는 듯 쥐자, 아가씨께서는 꼬옥하고 끌어안으며 제 어깨에 얼굴을 기대셨는데, 어깨에서는 작게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마....워......"
*
기숙사로 돌아온 아가씨의 저녁식사를 만들고, 옷 갈아입기와 입욕의 준비를 끝내자 이미 기숙사의 소등시간도 가까워졌습니다.
조심스레 정돈한 깔끄한 침대에 아가씨를 재우고, 제가 가진 램프 이외의 불을 끄자, 아가씨한테서 약간 쓸쓸하시는 분위기가 전해져 옵니다.
".......잘 자, 레티."
"안녕히 주무세요, 샤론 아가씨."
불안감은 있어도 여러 일이 있어서 피곤해졌는지, 바로 숨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아가씨의 손은 잠들었음에도 불안한 듯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소리없이 걸어서, 아가씨의 침대 한 켠에 앉아 그 손을 쥐었습니다.
아가씨의 숨소리가 평온한 것으로 바뀌고, 작은 입술이 희미하게 소리를 내었습니다.
"......레티......."
"......예."
전 어리게 보이는 아가씨의 잠든 얼굴을 보면서, 그 날을 떠올렸습니다.
그 날, 어린 당신은 아직 약했던 날 불러내어 살아갈 힘을 주셨습니다.
어린 샤론 아가씨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기, 나하고.......친구가 되어줘."
커텐에서 새어들어오는 달빛 속에서, 전 아가씨의 머리카락을 조용히 어루만지여 작게 미소지었습니다.
"예, 샤론 아가씨. 전 계속 옆에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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