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부 189화 러브&라이크(1)2023년 03월 06일 23시 00분 3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헤이 셰리, 사랑이란 뭐야?"
"음, 오늘의 도련님은 꽤나 철학적인 질문을 하시는군요"
"고대 문명의 초과학이 자랑하는 슈퍼컴퓨터도 분석할 수 없는 것을 하찮은 인간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말이야."
"하지만 그 슈퍼컴퓨터를 개발한 것은 틀림없이 인간의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와~오, 무슨 말을 못 하겠네."
한 번 그 남자친구라는 사람을 만났으면 한다고 조르는 마리에게 "언젠가는! 마음이 내키면! 기회가 있으면 그때는 기꺼이! 만날 수 있으면 만나자!" 라고 구두로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간 나는, 창밖으로 보이는 사막 ...... 이 아닌 자택의 마당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로리에한테서 눈을 돌리고는, 침대에 엎드린 채로 쓰러졌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이고, 사람을 심하게 어리석게 만들지만 때로는 강인하게 만들어주는 것. 겨우 극소량만 분비되는 뇌내 물질이 인생을 바꿀 정도로 사람을 괴롭게 하고, 슬프게 하고,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한다.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나로서는 도저히 실감할 수 없는 현상이다."
좋은 면과 나쁜 면이 모두 있지만, 그것은 비단 연애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 모순되는 것 같고, 사실 무리 없이 상충되는 것을 동거시키는 것은 인간에게 왼쪽만큼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그렇다. 아군 입장에서는 든든한(?) 동료. 적으로서는 귀찮은 방해꾼.
입장 하나, 각도 하나만 바꾸면 보는 시각에 따라 누구든, 혹은 무엇이든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고, 천사가 될 수도 있고 악마가 될 수도 있고, 바보가 될 수도 있고, 가위가 될 수도 있다. 유연한 시각과 발상의 전환을 하지 못하는 인간은 이렇게 단정 지어진 생각만으로 사물을 한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그것에 집착하고, 결과적으로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할 위험이 급증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갓 전생했을 때, 극도의 여성혐오를 품고 있던 나 같은 사람이 바로 그 대표적인 존재였을 테니 말이다. 편견과 편협한 시각으로 사물을 일방적으로 단정 짓고 그것을 맹신할 수밖에 없었던 비열한 네거티브 돼지. 다행히 지금은 여러 가지 일들 덕분에 극심→중증→경증으로 점차 완화되어 인간불신과 피해망상도 극적으로 개선되긴 했지만.
"도련님은, 사랑에 빠진 경험이 없는 거군요."
"...... 응. 누군가를 연애적인 의미에서 좋아한 경험이 없어. 그래서 동급생들의 연애담 같은 건 정말 관심도 없었고, 연애에 관한 창작물을 봐도 전혀 공감할 수 없고, 재미도 없고, 도대체 이 녀석들은 왜 이런 무의미하고 발전 없는 엇갈림과 착각과 신경전만 반복하고 있는 걸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어."
애초에 여자라는 존재 자체가 환생 전의 나에게는 해로운 적일 뿐이었으니까. 타고난 얼굴도 나쁘고, 목소리도 나쁘고, 게다가 뚱뚱하고, 손놀림도 서툴렀던 나에게는 청소년기의 좋은 기억이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떠올리고 싶지 않은 불쾌한 기억들뿐인데, 내가 여성 불신을 갖게 된 것도 초중고 시절의 안 좋은 경험이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여자라는 외적에 집착하고, 발정하고, 연애 감정에 휘둘리는 남자라는 생물의 존재 방식이 너무 보기 싫었고, 그것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선별하려는 여자라는 생물이 무엇보다도 싫었다.
베개에서 얼굴을 들어 주머니에서 꺼낸 휴대폰을 열어 베개 옆에 눕혔다. 그러자 화면 속에 나타난 SD 노집사는 어디선가 꺼낸 예쁜 골동품 미니어처 의자에 앉아 흰 장갑에 감싼 손가락으로 턱을 긁적거렸다.
"내가 결함품이라고 생각해? 연애 감정을 품는 것이 생명체에 탑재된 정상적인 기능이라면, 그 기반이 근본적으로 결여된 나는 생명체로서 불량품일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무섭다거나 슬프다거나 하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지만 ...... 신기하기는 해."
"원하신다면, 저희가 인공적으로 도련님의 뇌에 신호를 보내 뇌내 물질의 분비를 외부에서 조절하여 도련님이 의도적으로 타인에 대한 연애 감정을 품게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만, 실행하시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도련님의 허락과 동의가 필요하겠지만요."
"...... 와우, 역시 스스로 멸망한 고대인들의 유산"
"저희 인류종의 지원 AI에는 인류 종의 보존과 번영을 보조하는 프로그램도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 관리자 권한으로 윤리 안전 잠금을 해제해 주시면 얼마든지 번식 활동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애 감정에 대한 이해와는 거리가 먼 기능인 것은 확실합니다."
"글쎄. 만약 그런 걸로 적당한 여자에게 진지한 연애 감정을 품는다 해도 아무런 의미도, 의미도, 가치도, 이득도 없으니까. 인위적인 것이 아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연애 감정이라는 미지의 대상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태양이 다 타버릴 때까지 연구를 계속해도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어."
"그야말로 생명의 신비, 그렇군요. 전기 신호, 뇌 속 물질이 만들어내는, 지적 생명체에게만 허락된 기묘하고 불가사의한 특권.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럼 그걸 못 하는 나는 역시 결함품일까?"
"글쎄요, 저로서는 잘."
그때까지 웃고 있던 셰리의 표정이 굳어졌다.728x90'판타지 > 모에 돼지 전생~악덕 상인이지만 용사를 내버려두고 이세계무쌍해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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