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7부 159화 너와 파도에 타면(1)
    2023년 02월 25일 16시 39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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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카타 군! 언니들이랑 함께 놀자~!"

    "저쪽에서 보트를 탈 수 있다던데! 함께 어때?"

    "모처럼이니까 같은 조끼리 친목을 다져보자!"

    "목마르지 않아? 이거, 아직 조금밖에 안 마셨으니까 줄게!"

     이후에도 뭔가 어수선하면서도 그다지 즐겁지 않은 캠프는 계속되었다. 텐트를 치고 난 뒤에는 레크리에이션과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지고서 첫날 오후는 바다에서 자유시간이 되었는데, 함께 수영하자! 또는 비치발리볼을 하자! 라고 끊임없이 말을 걸었고, 피곤해서 텐트로 돌아가려고 해도 뒤에서 쫓아오는 바람에 쉴 틈도 없었다.

     상대방의 마음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친하게 해줄 테니 너도 자신들과 친하게 지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명백히 성가신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녀들은 알고 있는 것일까. 완전히 재산 목적의 결혼이나 애인 지망생으로 비치고 있는 것 같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피난시켜 주세요."

     "아하하. 너도 이제야 쫓기는 쪽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 것 같네?"

     "예. 심각할 정도로요."

     어디를 가도 쉴 틈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도망쳐 들어간 곳은 피클스 왕자가 있는 곳이었다. 역시나 왕자님이 휴가를 즐기고 계시는 곳에 돌진해 올 정도로 무식하거나 멍청한 학생은 메아리 사건 이후 없어졌다고 하니, 드디어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피클스의 주변에는 장래에 기사단에 입단할 제3왕자파 남학생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과연 왕자와 기사단의 구도 그대로구나 하는 느낌으로 눈에 착착 감긴다. 아니, 아니. 이쪽은 이쪽대로 반짝반짝 빛나는 꽃미남 청소년들이 눈부셔서 마치 할렘 게임에서 도망친 곳이 여성향 게임이나 BL 게임이었다,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뭐 호의를 베풀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우리의 편의와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만 고집하는 성가신 녀석들은 너무 싫다. 지금까지는 미남미녀가 잘난 척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서 켁!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실제로 미녀들이 치켜세우는 쪽에 서보니 이렇게나 성가신 존재일 줄은 몰랐다고.

     여기서 수영복 차림의 미소녀들에게 둘러싸여서 행복하게 들떠 있는 건 분명 건전한 남자들일 거다. 아니, 불건전한 남자? 어느 쪽이든 요즘 남자 주인공이란 것들은 언제나 여자애들한테는 전혀 관심이 없는데 왜 하필이면 하렘이 되어 버린 거야, 이런, 눈에 띄고 싶지 않은데~라는 식의 주인공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힘들다.

     게다가 로사는 사랑하는 오빠에게 다가오는 여자들을 쫓아내느라 바쁜 모양인데, 약혼녀를 내버려두고 현재 열 명 정도의 미소녀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반 군에게 푹 빠져 있는 것 같다. 브라콘ㅋㅋ

     "저기,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전하. 저는 와셔 자작가의 키르슈 와사라고 합니다!"

     "오랜만입니다, 전하. 지난번에는 신세졌습니다."

     "예, 오랜만이네요 라우라 라우라 선배. 와셔 선배와는 처음 뵙습니다만, 소문은 들었지요."

     와셔 선배는 이 학원의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모양인데, 확실히 그림 같은 강단 있는 여기사의 모습엣도 납득이 간다. 지금은 왕자님을 상대로 긴장한 나머지 뻣뻣하게 굳어 있어서 고리우스 선배가 뒤에서 보조를 맞춰줄 정도다. 참고로 고리우스 선배도 사실 학생회 회계 담당이었다고 한다. 인텔리 고릴라였구나, 선배.

     이 두 사람은 내가 데리고 온 것이 아니라, 너무 여학생들에게 쫓겨 다니는 것에 지친 나를 보고 고리우스 선배가 이 정도라도 보답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방파제가 되어주던 차에 와셔 선배가 멋대로 붙어버린 것이다. 아니, 와셔 선배가 노골적으로 고리우스 선배를 신경 쓰고 있잖아. 이것은 혹시나 하는 생각일까?

     "지금부터 다 같이 보드를 빌려서 서핑이라도 하려고 하는데, 괜찮으면 너희들도 같이 할래?"

     "괜찮으십니까? 방해가 되지 않을까요?"

     "하하, 방해가 될 것 같으면 처음부터 초대하지 않았어. 포크 군은?"

     "사양할게요. 저에게 운동이나 스포츠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시킨다거나 하면 괴롭히는 거나 마찬가지라구요?"

     "마법을 쓰면 되잖아. 괜찮아, 조금만 연습하면 금방 탈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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