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7부 157화 두근두근! 해변학교!
    2023년 02월 24일 13시 28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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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학년 합동의 해변학교가 열린다고 하니 너도 오라는 말을 들은 것은 초여름에 접어들 무렵의 일이었다.

     

     "이번 해변학교에서는 각 학년마다 2명씩 제비뽑기로 정해진 총 6명의 멤버와 함께 힘을 합하여 2박 3일 동안의 합동생활을 보내는 것으로, 사교성과 협조성을 기르는 것이다."

     "오. 그럼 친한 친구와 조를 짜서 함께 지내는 방법은 못 쓰는 건가요."

     "명목상으로는 첫대면의 상대와 잘 지내기 위한 학교행사니까. 아는 상대하고만 만나면 사교성이 안 늘겠지?"

     

     그렇구나, 이런 식으로 상급생 캐릭과 하급생 캐릭과도 문제없이 인연을 다질 수 있도록 배려된 이벤트라는 건가. 그야말로 러브코미디에 나올법한 설정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반 군이 책상 위에 펼쳐놓은 해변학교의 안내문을 바라보았다.

     

     방과후의 교실. 이제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반 군을 만난 나는, 그의 앞자리의 의자를 빌려 뒤로 앉아있다.

     

     "취직활동을 해야할 3학년은 그런 일할 때가 아닐 텐데요?... 아아, 그런 겁니까."

     "그런 거야. 자기 일만 생각하다가 후배를 돌보지도 못하는 선배가 되면 평판이 나빠진다고?"

     학생 시절에는 무엇무엇의 리더를 했다던가 그룹의 통솔자라던가를 주장하는 취업생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는 SNS에서 자주 보인다.

     

     "그리고 자네, 휴학일수가 많지 않은가? 이러한 학교행사에서 출석일수를 벌어두지 않으면 유급할 수도 있을 걸세."

     

     "교장선생님!"

     "어이쿠 오래간만입니다."

     "그래, 오랜만이로구먼."

     문을 확 열고 들어온 자는, 그야말로 THE 마법사라는 느낌의 흰 수염이 멋들어진 마린 교장이다. 그는 반 군의 오른쪽 앞의 의자에 앉았다.

     

     "딱히 저는 유급한 뒤의 퇴학 코스여도 상관없는데요. 어차피 메아리 이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전입이었으니, 오히려 어째서 아직도 이 학교에 제적 중인지 이상하다구요."

     "무슨 일이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함이 옳은 게야."

     대체 무엇을 대비하라는 말씀인가요. 이런 식으로 자기 생각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미소만 짓는 흑막계 할아버지는 정말 성가셔.

     

     "휴학이라고 하니, 오크우드 박사가 쓸쓸해하지 뭔가. 요즘은 대학원에도 그다지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지?"

     "아~ 일에다 뭐다 바빠서 그만."

     참고로 대학원에는 유급이나 퇴학 같은 제도가 없다. 왜냐면 대학원은 사실 이름 뿐이고, 그 실태는 학가길드와 마술사길드 녀석들이 제멋대로 할 수 있는 연구실에 가깝기 때문이다. 평범한 학생은 고등부에서 학생생활을 끝내고 일부만이 대학부로 진학한다.

     

     그리고 대학부에서 이 녀석은 괜찮겠다던가 상궤를 벗어난 특별한 학생들만이 누군가의 추천이나 연줄로 들어가게 되는 종신형 명예격리시설이, 이 세계의 왕립학교의 대학원이라는 것이다.

     

     "홀홀홀, 꽤 폭넓게 하는 모양이라지?"

     

     그렇게 말하며 교장이 멋들어진 로브의 소매자락에서 꺼내든 것은, 설마 하던 DoH의 덱이었다. 카드슬리브까지 제대로 2중으로 장착시킨 것을 보면 상급자일지도??

     

     "그러고 보니 많이 유행하고 있네요 그거."

     "고마울 따름이죠. 마치 돈을 찍어내는 듯한 기분이라니까요. 그보다 교장선생님이 학교에 그런 걸 갖고 와도 되는 건가요? 학생들한테 본보기가 안 되는데요?"

     "홀홀홀, 나는 카드게임부의 특별고문을 맡고 있으니 문제없는 게야."

     "와~ 공사혼동이라니 대단해."
     

     "그럼 포크 피카타 공. 같은 듀얼리스트로서 그대에게 승부를 도전하고 싶네만?"

     "훗, 좋아요. 그렇게까지 기합이 들어간 덱을 가진 듀얼리스트가 승부를 걸었는데도 응하지 않는다면, 듀얼리스트로서 너무 무례한 짓이니까요."

     "어, 왜 둘 다 당연하다는 듯이 카드 뭉치를 꺼내는데?"

     "어리석은 질문인데요 반 군. 듀얼리스트에게 있어 덱은 자신의 검과 같은 무기라구요. 당신은 무기 하나도 없이 맨몸으로 활보하나요?"

     "학교에 올 때는 무기를 안 갖고 오는데..."

     매우 정당한 반박을 무시하고서, 나와 교장은 대전을 시작했다. 꽤 이야기가 탈선해 버렸지만, 그렇게 해서 유학생인 포크 피카타는 해변학교에 참가하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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